“경주마는 달리기 위해 생각하는 것을 멈춘다. 야생마는 생각하기 위해 달리는 것을 멈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그린 하워드 교수는 66세에 점심식사 후 캠퍼스를 거닐다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다행히 그가 쓰러진 옆 건물에는 휴대용 제세동기(전기충격으로 심장박동을 회복시키는 의료기기)가 있었다. 그가 쓰러지자 누군가 심폐 소생술을 시행했고, 다른 누군가는 재빨리 제세동기를 가져와 응급조치를 취한 후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심장마비 발생 시 응급조치가 없을 경우, 생존율은 1%도 되지 않는다. 하워드 교수는 두 사람의 응급처치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타인을 생각하는 자세가 바뀌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은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2016년 ‘하워드의 선물’은 필자에게 제세동기의 역할이 돼줬다. ‘하워드의 선물’은 죽음의 문턱에서 되살아난 세계적인 석학 하워드 교수가 말하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12가지 지혜’가 담긴 책이다. 그는 40년 넘는 세월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재직하고 있는 최고의 교수이자 미국 경영학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이 책은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난 뒤 하워드
필자가 2009년에 개원을 했으니, 벌써 개원 14년 차가 됐다. 14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나고 나니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치료를 잘 받아준 환자들, 힘든 시간을 함께한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개원 초기에는 외부 마케팅을 통한 신규 환자들의 유입이 있었지만, 현재 우리 병원 환자의 대부분은 필자의 지인이거나 기존 환자들의 소개, 혹은 지인의 소개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교정환자의 경우 치료 후 정기적으로 체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전공의 시절부터 보던 환자들은 20년 이상의 인연이 이어지기도 한다. 예전 초-중-고 시절 치료하던 환자들의 결혼식이나 자녀들의 돌잔치에 참석하는 날은 뿌듯한 느낌까지 든다. 오랜 기간 치료받았던 환자들과는 치료 마지막 날 기념으로 함께 사진을 찍고, 병원 한편에 소중하게 액자를 만들어 걸어 두기도 한다. 이렇게 평온하던 병원에 몇 주 전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직원 지인 소개로 한 환자가 내원했는데, 수납 문제로 무리한 요구를 하며 상담실장과 이야기를 하며 중 언쟁을 벌이더니 고성과 폭언을 쏟아낸 것이다. 마음이 여린 실장은 건장한 남성이 쏟아낸 폭언에 순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울음을 터뜨렸고, 대기실은 아수
오랜 노력이 허사가 됐을 때나 커다란 상실감을 느낄 때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표현을 쓰곤 한다. 이는 불가(佛家)에서 우주가 벌이는 끝없는 변화의 현상을 설명하는 ‘일체제행무상(一切諸行無常)’이라는 글귀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우리가 만든 세상도 우주의 일부이니,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래야겠지만, 작금의 무한질주본능이 생명력의 합목적적(合目的的) 발현인지 염려스럽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속도가 과도해 항상 제자리에서 그 모습을 지키는 것들이 이따금 귀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모방은 창조’라는 고색창연한 말과 함께 교육받으며 성장한 7080 세대에겐 현시대의 변화 속도는 다소 벅찬 수준이지만, 앞서 2~30년 한 세대를 넘어오며 형성된 X세대와 밀레니엄 세대들에겐 ‘유(有)에서 유(有)를 만드는 제2의 창작’으로 정의(‘편집의 힘’ 김용길著)되는 ‘편집’이 적정한 수준의 변화의 핵심으로 제시됐다. 이어 등장한 Z세대에서 ‘변화’는 과거 세대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색깔은 과감히 지워내고 나만의 색을 덧입히는 리메이크, 리모델링, 리마스터링 형태의 결과로 나타났다. 이들에겐 이전의 것에 무엇을 좀 더 얹어놓는 수준의 모방과 편집은 더 이상 감각과 인
당랑박선(螳螂搏蟬)이란 말이 있다.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매미는 뒤에서 사마귀가 노리는 줄 모르고, 사마귀는 뒤를 노리는 참새가 있음을 알지 못하고, 참새는 포수가 화살을 겨누고 있음을 모르고, 포수는 앞에 깊은 우물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장자(莊子) 산목편(山木篇)에 나오는 고사다. 눈앞의 이익만을 탐하다 뒤에 닥칠 위험을 깨닫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오래된 고사가 현재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어 참으로 흥미롭다. 인류는 다가오는 미래에 닥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정을 맺는다. 2015년 12월 12일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결의한 파리기후협약이다. 협약의 목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올라가지 않게 하고, 당장 1.5℃ 이하로 유지하도록 온실가스 배출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최근 세계기상기구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협의체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온실가스농도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의 모든 인류와 국가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만 한다고 얘기하지만, 편리성과 무관심, 자국의 산업이익 때문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서울시치과의사회 임원 및 회원들이 제기한 비급여 진료비 강제 공개 및 보고 관련 헌법소원 판결이 멀지 않았다. 비급여 진료비 보고는 진료내역을 포함하는 등 환자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이 있어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 입력 없이 비급여 보고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비급여 보고는 우리 개원의 입장에서 가뜩이나 차고 넘치는 행정업무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더욱이 구인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치과 개원가에 더 큰 짐을 얹어 주는 격이다. 그렇지만, 비급여 진료비 공개에 비하면 우리의 자유가 제약되는 것은 그나마 약한 편이라고 본다. 반면,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어떤가? 실제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특별한 행정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위헌을 받아내기가 녹록지 않다. 결국 국민의 알권리에 대항해 치과의사 직업수행의 자유를 주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병의원에게 큰 충격을 주는 것은 비급여 보고가 아닌 비급여 공개다. 공개된 비급여 수가는 온라인 가격비교 플랫폼에서 자료를 가져다 사용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급여
지난 8월 24일은 90년대 냉전체제의 완화를 위해 북방외교를 야심 차게 펼쳤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교 결실 중의 하나로, 이상옥 외무부 장관과 중국의 첸치천(錢其琛) 외교부장이 조어대(釣魚臺) 17호각에서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간의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39년 전만 해도 양국은 서로 간에 총부리를 겨눴던 사이지만, 서로의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몇 년 만 늦춰 달라는 혈맹이었던 북한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국교를 수립하게 됐다. 당시 중국은 1989년 천안문 사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어 국제사회로의 복귀를 간절히 원했으며 우리는 우리대로 경제적 실리 추구에만 매몰된 상태였다. 그 결과 중국은 두 개의 한반도 정부와 동시 수교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중국의 ‘하나의 중국’이라는 수교원칙에 말려들어,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로 우리의 국체를 승인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던 중화민국과는 단교하게 됐다. 거기에 대사관마저 중국에 넘기도록 해 단교 직후 대만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원혐은 극에 달했다. 이 일이 우리 외교사에서 중국에 조급함을 보인 가장 큰 허점이 됐고, 이후로 중국은 양국 간에 갈등이 생기면 우리의 약점을 이용해
△환자 유치를 위해 병원 마케팅 비용은 얼마나 사용하십니까? △치과의사의 삶은 행복하십니까? △병원 경영에 어려움이 생기면 주로 어디서 조언을 구하십니까? △경영이 잘 되고 있는지 스스로 분석하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TV 프로그램이나 동영상 플랫폼으로 얼굴을 알리는 치과의사가 늘고 있는데, 홍보 효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개원 시, 좋은 위치라 꼽을 수 있는 요소들은 무엇입니까? 졸업을 앞둔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졸업 25주년 행사 준비 중인 개원 선배들과의 멘토링 자리에서 물었던 질문들이다. 면허 취득 후 페이닥터, 개원과 개원의의 삶, 세미나, 수련의 필요성 여부 등 다양한 고민이 담겨 있다. 과거 알지네이트로 모형을 채득 하던 아날로그 시대에서, 모델스캐닝이 도입되는 디지털 4차산업혁명시대로 전화되는 시점에 곧 면허를 취득할 후배들의 고민 역시 30년 전 필자가 고민했던 내용과 대동소이한 듯하다. 오래전 치과계 원로 선배님들이 활발히 활동하던 7~80년대에는 지금에 비해 치의학 수준도 떨어지고 국민들의 구강건강관리 인식 또한 매우 낮았다. 이후 고도산업화에 따른 시대적 추이와 함께 치과계 선배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더불어 치의학에 대한 사회 전반의 선호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다 보면 짜증이 나는 경우가 많다. 맨날 싸우기만 하고 생산적인 일은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으니 아예 확 다 없애버리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차분히 생각해보면, 민주주의사회는 각자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면서도 어느 한 사람 혹은 하나의 집단이 일방적으로 사회적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그러므로 시끄럽기만 한 것처럼 보이는 이 모습이 실제로는 오히려 일방적으로 빠르게 결정하는 것보다 유익하고 필요한 과정일 수도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역시 건강하게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다양성의 유지와 구성원 간의 견제가 매우 중요하다.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반독점법이라는 법률을 통해 어느 기업이 전체 시장을 장악해 경쟁이 불가능해지면 회사를 강제분할하도록 명령하기까지 한다. 경쟁 혹은 견제는 어떤 사회든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삼권분립, 검찰의 독립성 역시 사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견제와 균형이 필수적임을 잘 보여주는 예다. 견제와 균형이 불가능한 독재국가들을 살펴보면 일부 지도층은 과도한 혜택과 권리를 부여받고, 일반 국민 대부분은 자
며칠 후면 친정어머님의 구순 생신이다.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90세를 넘긴 분들은 물론 100세 이상인 환자도 여럿 있다. 이제 우리에게 90이란 숫자는 낯설지 않다. 정말 백세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지금 한국은 기대수명 83.5세, 최빈사망연령 90세인 장수국가이며, ‘100세 시대(호모 헌드레드, Homo Hundred)’가 열리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호모 헌드레드는 지난 2009년 국제연합(UN)이 100세 인생이 보편화하는 시대를 지칭한 말로, 학계에서는 최빈사망연령이 90세를 넘는 국가를 호모 헌드레드 국가로 분류한다. 그러나 100세 인생과 건강한 100세인은 의미가 다르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필자도 어깨부터 시작해서 허리, 무릎, 손목 등 모든 관절이 하나둘씩 아파오기 시작했다. 암과 같은 중병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통증은 정신적인 피폐함까지 느끼게 한다. 특히 우리 치과의사는 하루 종일 앉아서 진료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학창 시절부터 허리 통증 등 직업병을 얻지 않기 위한 올바른 진료 자세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훌륭한 진료자세라 자부했던 필자도
외교부 홈페이지 국가별 정보 항목을 보면 르완다에 대해 ‘의료시설은 제한적이고 약품도 부족하기 때문에 중병에 걸렸을 경우 케냐나 남아공으로 가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의료 수준을 갖춘 나라에 대해 대한민국 보건복지부는 ‘학사운영 및 관리에 있어 국내 대학의 교육 수준과 동등하다고 판단’돼 르완다의 의대 교육과정을 인정 즉, 이곳에서 의대를 졸업한 경우 우리나라에서 의사고시를 볼 자격이 된다고 판단했다. ‘설마 사실일까?’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지난 2020년 국정감사 때 벌어진 일이다. 이 나라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르완다의 GDP는 우리나라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의료시설도 제한적이고 약품도 부족한 나라의 의학 학사운영·관리가 국내 대학의 교육 수준과 동등하다고 판단한다면 과연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난 7월 통합치의학과 경과규정 전문의 시험을 끝으로 1962년부터 60년동안 이어진 치과계 전문의 문제가 일단락된 듯하나, 한쪽에서는 외국 수련자 검증제도에 관한 건으로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5년 9월 24일 치과전문의 자격 인정요건으로 ‘외국
그간 코로나19로 매우 힘들게 고생한 직업군 중 하나가 치과의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자가 오면 마스크를 벗고 감염위험률이 높은 비말을 뒤집어 써가며 치료를 하는 것이 너무 신경쓰이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고생 끝에 드디어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며 그 동안 못했던 대면 학술대회와 친목모임, 그리고 해외여행까지…. 비록 종식선언은 아니지만 이미 우리의 마음에 코로나19는 이미 끝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한번 감염된 치과의사들은 이제 지나갈 것이 지나갔으니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을 하는 경우도 상당수 일 것이라 추측한다. 하지만 요즘 추세가 심상치 않다. 감염환자가 폭발적으로 다시 증가하고 더욱 더 심각한 것은 재감염 사례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이미 감염됐던 사람이 다시 확진 판정을 받는 재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신규 감염자 100명 가운데 3명 꼴로 재감염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초 대유행 때 감염됐던 사람들의 경우 면역력이 약해진 만큼 재감염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 유행 때 확진됐던 사람의 면역력이 더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감염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반문명적이고, 반인륜적인 행위를 굳이 하나만 꼽자면 폭력이라고 하겠다. 부모자녀에 대한 가정 내 폭력도 그렇지만 개인 간의 폭력, 단체 간의 폭력,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국가가 벌이는 폭력 등 세상 모든 폭력은 그 자체가 범죄다. 폭력의 주체는 그 폭력이 자신의 심적 욕망에서부터 시작하기에 상대가 받는 피해에 대해서는 무딜 뿐 아니라 희열까지 느끼는 것 같다. 피해자가 받는 고통은 신체적인 아픔도 있겠지만 그로인한 자존감 상실, 수치심, 무력감 등으로부터 오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까지 다양한 심리적 충격을 받는다. 지난 7일 치협과 의협이 변협과 손잡고 ‘법조 및 의료인력 대상 테러행위 대응’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법조, 의료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폭력방지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정부, 국회 등에 의료인 및 법조인력에 대한 안전한 근무환경 마련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의료인에 대한 폭력 또는 살인 같은 흉악범죄는 이제 일상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개원하던 수십년 전에는 어쩌다가 아주 희귀한 사건처럼 일어났던 진료실 내 폭력사건이 이제는 수시로 뉴
건강보험 행위별수가제(fee-for-service)는 미국 하버드대학 Hsiao 교수의 투입 자원에 근거한 자원기준상대가치체계(Resource Based Relative Value Scale, RBRVS)를 도입하여 운용중이다. 수가는 투입된 자원총량의 가격으로 결정된다는 이론적 근거에 기반하는 것으로 원가요소가 많으면 수가가 높아야 한다. 미국에서도 상대가치수가제도를 도입하는 초기과정에서 각 전문영역간의 제로섬게임이 이뤄져서 외과 및 수술계열의 수가가 대폭 감소된 반면 내과계 및 검사, 진단부분의 수가는 인상되었다. 그러나 복잡한 수식, 가정, 절차에 의해 과학적으로 도출되는 상대가치의 학술적 모형이 주는 신뢰를 바탕으로 집단 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과정에서 수가를 감소시키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정부에는 도구적 근거를 제공해 주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하나는 미국의사협회에서는 수가인상에 의해 이익을 본 의사 수가 손해를 본 의사 수보다 많았기 때문에 전체회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소수 고소득의사의 수가를 대폭 감소시켜 다수의 상대적 저소득의사들의 수가를 조금씩 인상시키는 개편안을 받아들이고 상대가치의 결정에 주도권을 가져오는 기
오래전 사석에서 유명 치과대학 보철과 교수님께 “환자가 문의하면 진료비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여쭌 적이 있다. 아예 말씀을 안한다고 하셨다. 환자와의 소통이 중시되고 보철재료 결정에는 가격이 한 요소라고 교과서에도 명기되어있는 만큼, 그땐 의아했다. 그런데 이젠 이해되고 필자도 그 교수님을 닮아가고 있는 듯하다. 비책이 없고 답이 없다. 보철진료비 대화는 비교와 흥정으로 흐르게 되고 치의의 권위와 자존심은 추락하기 마련이라, 직원에게 위임하는 편이 다반사다. 이미 비급여진료비는 각 의원 안내판에 명시돼 있으며 궁금하면 10초간 검색으로 전국 비교가 가능하다. 이것이 자가족쇄 역할을 하므로 수가도 매해 인상하지 못한다. 국민은 워낙 낮은 급여부담 탓으로 상대적으로 비급여부분은 고가(高價)라고 느낄 것이다. 그래서 의료 질은 고사하고 값싼 비급여진료에 현혹될 수 있다.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이 한계에 이르니, 한 면은 급여, 다른 면은 비급여이던 동전을 온통 급여동전으로 바꾸기 위한 전초전이다. 이런 자료를 심평원에 공개하고 보고까지 하란 것은 치의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정보유출과 의료 질 하락은 부차적인 문제다. 지난 5월 열린 헌법재판소의 공
목요일 오전은 늘 평화롭다. 진료도 없는 휴식의 시간이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너무나 요란한 사이렌소리에 놀랐다. 필자 집에서 멀지않은 변호사사무실에서 불이나 7명이나 사망했다고 한다. 얼핏 건물 사진을 보니 친구 변호사의 사무실 같기도 하다. 친구에게 곧장 전화를 했다. 다행히 통화 중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중에 들어보니 다른 고등학교 동기가 그 사무실 다른 층에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차를 가지고 막 빠져나오는 순간 화재가 일어났다고. 대구변협에 따르면 유족 등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관련기관 도움으로 이른 시일 내 상담치료와 보상책을 마련할 방침이며 충격이 컸을 유족과 화재피해를 겪은 건물 입주자들에 대해 수성보건소에서 현장 상담을 실시하는 등 수성구청도 사태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구변협의 협조요청에 따라 대구시의사회에서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상담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를 향한 부당한 감정적 적대행위와 물리적 공격행위가 재발되어서는 안된다며 변호사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특별대책위원회 구성 소식도 들린다. 법무부장관과 신임시장도 앞다퉈 조문을 다녀갔다. 변협이 부러운 건 필자만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