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K의 권유로 Jewel’s Cave를 찾아갔는데 여기는 정말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동굴 내부로 들어가는 길이 너무나 험하고 그 고생을 하면서 구경하는 것에 비하면 내용도 신통하지 않았다. 시간도 1시간 40분이나 걸렸다. 생각보다 별로 소득이 없었고 특히 내부는 거의 탐험수준으로 길이 좁고 위험한 여정이었다. 여행 중 내내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입구에서 포기한 친구 K 부인의 선택이 너무 부러웠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실망한 보석 동굴을 나와 블랙힐즈의 선더헤드 산에 아직도 미완성인 거대한 인디언의 조각 크레이지 호스를 찾았다. 1876년 라코다족 인디언들이 살고 있던 이곳 블랙힐즈에 금이 발견되자, 미 정부가 라코다족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금을 차지하기 위해 시작한 전투가 리틀 빅혼 전투다. 당시 크레이지 호스의 맹활약으로 커스터 중령이 이끄는 제7기병대 전원을 몰살시키며 승리를 이끌어내는 기념비적인 전투였다. 이를 통해 분열돼있던 아메리카 원주민이 연합하는 계기가 되었고, 후에 크레이지 호스와 그의 부족은 항복할 경우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겠다는 미 정부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항복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1877년 크레이지 호스는 이를 항의하기 위해 네브래스카의 포트 로빈슨 기지로 갔으나 갇히게 되어 탈출을 시도하다가 군인의 칼을 맞고 그해 9월 5일 사망한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인디언의 성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러쉬모아의 조각보다 더 크고 멋있는 기념물을 만들기로했다. 1939년 추장 헨리 스탠딩 베어는 폴란드 출신의 조각가 코자크 지올코브스키에게 편지를 써 미국 원주민들을 기리는 기념물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시작한 조각은 이 땅의 많은 라코다족 사람들이 가장 성스러운 땅으로 여기는 선더헤드 산을 파헤친다고 반대하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이 기념물의 조각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부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비영리재단 크레이지 호스 기념재단이 입장료와 후원금 등 모금을 통해 비용을 조달하고 있다고 한다.
조각물 앞에는 미국 원주민들의 역사에 대한 자료를 갖춘 박물관이 설립되고 있었으며 종합대학과 의료교육센터도 설립될 예정이라 한다. 이 기념물이 완성되면 러쉬모아 산의 조각은 상대적으로 하잘것없이 보이게 될 것이라는 게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꿈이라 한다. 흥미로운 것은 지올코브스키 조각가는 러쉬모아 산의 대통령상을 조각할 때 조각가 보글럼의 조수로 일한 경험이 있으며, 그의 생일이 크레이지 호스의 생일과 같은 날이라는 운명적인 연유가 있다는 것이다.
구경을 끝내고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근처의 식당을 추천받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기다리기 싫어 근처의 다른 식당을 찾아갔다. 식당에서 맥주를 주문했는데 신분증이 없으면 맥주를 마시지 못한다고 우기는 바람에 친구들은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나는 여권을 호텔에 두고 와서 없다고 하니 안 된다고 해 할 수 없이 그의 상급자를 불러서 허락을 받고 맥주를 마신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아마도 사우스다코타 주법에 연령 제한이 있는 모양인데 일하는 젊은이가 보기는 동양인의 나이를 맞히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끝까지 자기가 지시받은 대로 업무를 하려고 한 젊은이의 준법정신을 오히려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다음호에 계속
이 수 구
(사)건강사회운동본부 이사장
·前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前 서울시치과의사회 회장
본지는 (사)건강사회운동본부 이수구 이사장(前대한치과의사협회·서울시치과의사회 회장)의 미국대륙횡단 여행기를 연재한다. 이수구 이사장은 지난해 9월 3일부터 24일까지 미국대륙횡단에 나섰다. “대학 동기 내외와 함께 동부에서 서부를 가로지르는 여행이었다”면서 “오랜 꿈이자 버킷리스트였던 나의 소중한 경험을 치과의사 후배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한 “73세의 나이에도 꿈을 꾸고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자극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편집자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