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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시간, 인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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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우리는 속도 불감증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빠르고 바쁜 것은 미덕이고, 느리고 여유 있는 삶은 게으르고 실패한 인생이라 여긴다. 물론 짧은 순간에 일을 끝내는 것이 존경받고, 성공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빨리빨리’ 정서가 과연 우리에게 좋은 것만 안겨줄까? 빠름의 시간에 빠져 사는 사람들은 한순간 성공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만성화되면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난다.

 

신경정신적 질환이 대표적이다. 빠르지 못하면 상대적 가치관에 사로잡혀 열등감이나 자괴감 등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것을 참지 못하고 닫힘 버튼을 누르는 사람을 자주 본다. 물론 급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문제다.

 

밥 먹을 시간을 아껴가며 한 손엔 햄버거, 다른 손엔 핸드폰을 쥐고 일하는 사람.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계단을 올라가다 헛디뎌 넘어지는 사람. 파란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횡단보도를 뛰어가는 사람. 요즘 세상은 브레이크가 풀린 자동차와 같이 시간의 흐름을 앞서가려는 사람들의 세상이 돼 버렸다.

 

생존경쟁에서 속도는 생명까지 위협한다. 고난을 참지 못해 자살하고, 남보다 더 벌지 못해 속앓이를 한다. 이 빠름과 급함은 잠깐의 성공은 이룰 수 있으나 결국 몸과 정신을 병들게 하는 현대의 병이라 할 수 있다. 낮과 밤을 빨리 돌릴 수 없고, 흐르는 강물을 빨리 흐르게 할 수 없으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은 시간을 앞서갈 수 없다. 우리는 나약한 인간이다. 자연의 시간, 우주의 시간으로 보면 인간의 시간은 부싯돌의 불빛과 같다.

 

돌아가거나, 잠시 멈추면 마치 인생이 망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들 중에 대기만성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보면 조급성과 신속이 완전한 미덕은 아닐 것이다. 자연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든 것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뤄간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무성하게 자라고, 가을에는 열매를 맺고 낙엽이 진다. 겨울에는 다시 봄을 준비한다. 뿌리를 내린 나무가 바위를 만나면 돌아서 뿌리를 뻗고, 어느 맹종죽은 수년을 땅속에서 준비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라 순식간에 큰 대나무가 된다. 자연은 융통성 있는 리듬에 따라 시간을 이용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주관적 기준에 의존해 한때는 빠르게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 또 다른 편에서는 더디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생활한다. 필요에 따라 좌우되는 시간을 살고 있는 셈이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옮겨 오면서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고, 느리고 부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동시에 실패한 인간이란 개념이 생기게 됐다.

시간에는 두개의 개념이 숨어있다. 하나는 크로노스(chronos)이고, 다른 하나는 카이로스(kairos)이다. 크로노스는 자연의 시간을 의미한다. 크로노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해가 뜨고 지는 것과 같은 지구의 공전과 자전을 통해 결정되는 시간이다. 낮과 밤, 사계절, 인간의 탄생과 죽음, 동식물의 자연적 생태에 대한 물리적, 생물학적 시간을 말한다. 

 

한편 카이로스는 의식적이고, 주관적인 시간이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크로노스적 시간이 주어지지만, 사람들은 그 시간을 각기 다르게 느낀다. 어느 사람은 느리게 느끼고, 어느 사람은 빠르게 느끼며, 또 어떤 사람은 행복하게, 그리고 불행하게 느끼기도 한다. 그 시간을 기회로 보는 사람도 있고, 버리고 싶은 시간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다.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하고, 불필요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응급환자에게 1분은 보통사람의 1분에 비해 중요하고 소중한 시간이 된다. 축구경기에서 이기고 있는 팀은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지만, 지고 있는 팀은 1분이 너무 1초처럼 느껴진다. 행복한 사람에게는 그 순간이 짧게 느껴지나, 고통스런 사람에게는 영원처럼 느껴지는 법이다.

 

어떤 시간이던 간에 크로노스의 시간은 조절될 수 없으나 카이로스의 시간은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또한 크로노스는 우주의 철저한 법칙에 의해 존재하지만 카이로스는 기회라는 대전환의 순간도 우리에게 안겨준다. 따라서 현대를 사는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크로노스의 시간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의식적으로 카이로스의 시간을 쫓아 사는지도 모른다.

 

카이로스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기회에 등장하는 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든 이에게 동일한 크로노스적 시간 속에서도 기회의 시간은 어떤 사람에게는 보이고, 또 어떤 이의 경우 모르는 사이 지나간다. 기회의 신은 앞머리는 무성하고 뒷머리는 대머리다. 이것은 기회는 올 때 붙잡으라는 것이고 지나갈 때는 뒷머리가 대머리라서 붙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또 기회의 신은 왼손에는 저울을, 오른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다. 이것은 기회를 저울처럼 정확히 판단하고 칼 같은 결단을 요구한다는 뜻이다. 기회의 신의 등에는 커다란 날개 두 개가, 발에는 작은 날개 두 개를 달고 있다. 이는 기회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대인에게 카이로스적 시간관은 불안, 공포, 자괴감 같은 불안정한 감정을 갖게 한다. 남보다 빠르게 높은 곳을 차지하려는 욕망은 자칫 잘못하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수 있는 죄와 병을 낳을 수 있기에 카이로스적 시간에만 몰두해서는 안된다. ‘빨리빨리’ 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크로노스적 시간에서 정지할 줄 알고 돌아갈 줄 알며, 인내할 수 있는 느림의 철학을 찾아야 한다.

 

움직임이 없는 것 같은 달팽이도 한참 후에는 멀리 이동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달팽이처럼 서서히 변화하는 자연의 시간을 체험하기 위해 필자는 3년 전 슬로우 시티 중 하나인 신안 증도로 자전거 라이딩을 떠난 적이 있다.

 

긴장되고, 조급하고, 이유 없이 초조하고 불안정한 카이로스의 세계를 떠나 자연의 시간이 흐르는 느림과 여유의 섬을 찾은 것이다. 증도에 들어서니 광활한 대지위에 펼쳐진 태평염전은 장관이었다. 바닷물을 태양열에 의해 증류시켜 만드는 천일염! 여기에 도시의 조급증은 없었다. 평화로운 자연 속에 자연의 시간에 따라 소금을 만드는 사람들의 소박한 삶이 눈앞에 펼쳐졌다.

 

갯벌을 보기 위해 오른 ‘짱뚱어 다리’에서의 풍경은 마치 자연의 서사시를 보는 것 같았다. 수컷 짱뚱어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등지느러미를 한껏 치켜세우고 뛰어오른다. 바쁜 도시생활에서는 보지 못한 광경이다. 해송으로 덮인 해변에는 솔향기가 그윽하고, 파도소리가 들릴 때면 도시의 고뇌가 한순간에 사라진다. 바다에 떠 있던 화도는 썰물이 되면 모세의 길처럼 드러난다. 자전거 대열은 그 화도를 향해 달렸다.

 

치타 슬로우(Citta slow) 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도시운동으로 느리게 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전통보존, 생태주의 등 이른바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도시를 말한다. 1986년 패스트푸드에 반대해서 생긴 여유식(슬로우 푸드) 운동을 확대해가며 만들어진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안증도를 비롯해 완도군 청산도, 전주 한옥마을 등 십여 개 마을이 슬로우 시티로 지정돼 있다. 화도에서 증도로 나오는 모세의 길, 노두길은 밀물 때 밀려들어오는 바닷물에 찰랑거리며 잠기는데 자전거 행렬은 그 길을 바람처럼 달려가고 있었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은 우리에게 느림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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