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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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易地思之 (역지사지)

옛날에 늙은 부부가 애지중지하는 딸을 부잣집에 시집을 보냈는데, 딸이 어느덧 시댁 살림을 주관하게 되자 딸의 아버지인 영감님은 사는 모습이 궁금해 딸을 보러갔다. 영감을 사돈집에 보낸 딸의 어머니인 할머니는 영감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은근히 기대했다. 그러나 돌아온 영감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할머니는 영감의 기색을 살피다 물어보았다. 영감은 “먹을 것이 있어야 먹지”하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잘사는 딸이 친정아버지를 푸대접한 것으로 여기고 딸을 꾸짖으러 한걸음에 딸의 시댁으로 달려갔다. 난데없이 어머니에게 날벼락을 맞은 딸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실은 딸은 모처럼 찾아오신 친정아버지를 위해 닭을 잡고, 갈비를 굽는 등 정성을 다해 차려드렸다고 한다. 딸의 말을 들은 친정어머니는 딸에 대한 화가 눈 녹듯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영감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랬더니 큰 대접을 하지 않았다고 투덜거렸다. 사실, 할머니는 영감이 집에 있을 때도 치아가 부실해서 국물이나 흐물거리는 음식만 먹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였다. 딸이 아버지를 극진히 대접했지만, 그것은 아버지의 처지를 모르는 딸만의 생각이었다. 아버지의 건강을 생각치 않고 대접한 좋은 음식은 모두 허사가 되어버렸다.


아버지의 처지를 생각했다면 이것이 易地思之(역지사지)이다. 자신만의 생각을 바꾸어 상대의 처지를 생각했을 때 일이 훨씬 잘 풀린다는 얘기이다. 잘못된 일이 발생했을 때 서로의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고, 그 잘못을 우선 나의 책임으로 돌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우리에게도 이런 사소한 일들이 매일 일상생활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의 처지를 이해하고, 조금 양보하는 배려, 이것이 우리 생활이나 우리의 신체에 주는 영향은 얼마나 큰가? 항상 즐겁게 살수는 없지만, 가끔 입가에 미소 짓는 기쁜 생활이 우리건강에 주는 영향은 매우 크다.


지난달 10일 병원 일을 마치고 졸업한지 55년이 된 부산 봉래초등학교 동창회에 가게 되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로 잘 참석하지 않았던 소꿉친구들의 모임에 꼭 참석하려고 퇴근을 서둘렀다. 병원일이 늦게 끝나 택시를 타게 되었다. 택시를 세우고 문을 열었다. 날씨가 섭씨30도인데 유리창이 열려있었다. 에어컨을 틀지 않는 택시인가하며 무의식중에 한발을 택시 안으로 넣으며 유리창틀을 잡는 순간! 갑자기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엄청난 통증이 나를 까무러치게 만들었다. 뒷좌석에 쓰러지고 말았다. 택시기사가 문을 닫는 순간 에어컨을 틀기 위해 버튼을 눌러 유리창을 닫아 버렸던 것이다.


손가락 첫마디가 유리창에 끼어 피가 흐르고 있었다. 택시기사는 놀라 버튼을 눌러 다시 창문을 열었지만 한순간 혼절했던 나는 희미한 눈으로 오른손의 전율이 일어나고 있는 엄지손가락을 보았다. 엄지손가락 첫마디는 유리창에 찍혀 쑥 들어가 있었고 손가락 첫마디는 검푸르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처음에 기사는 내가 엄살을 부리는 자해범죄자처럼 여기는 모양이었다. 나는 화가 치밀어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부상을 입었는데 남의 일처럼 쳐다보는 그가 몹시도 야속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야구모자를 쓴 기사는 50대의 젊은 사람이 아닌 70대 초반의 우리와 비슷한 노인이었다. 나의 오른손가락을 뚫어지게 본 그는 그제야 상황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것 같았다. 그의 의심스런 태도가 이제는 사태 수습 쪽으로 급변했다. “일단 병원으로 가시지요”라고 급히 차를 몰았다. 병원 찾는데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그렇게 많이 보이던 병원간판이 찾으려 하니까 잘 보이지 않는다. 내려서 손바닥에 택시 넘버를 적고, 정형외과로 뛰어 들어갔다. 퇴근시간이라 많은 환자들이 대기 하고 있었다. 시간을 절약하려 X-ray촬영부터 해달라고 간호사에게 애원하였다. 그러자 수긍을 하는지 정형외과원장에게 허락을 받고 X-ray실로 들어갔다. 오른손 x-ray사진을  찍었다. 방사선실에서 나오니 택시기사가 내 가방을 들고 대기실에 서있었다. 그 얼굴은 몹시 긴장되어 있었다.


그의 마음속엔 부상정도와 부상으로 인한 기능상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몰라 불안해했다. 20분을 기다린 끝에 원장이 들어오라 했다. 의사의 책상위엔 X-ray사진 3장에 손가락뼈의 모습이 뚜렷이 나타나 있었다. 피부열창과 인대스프레인 부종으로 확인됐다. 다친 것은 생각지 않고 앞으로 치과의사로서의 환자치료 시 손의 기능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2주간 깁스하고 손가락 운동은 제한하라는 말에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실망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기사는 골절과 인대파열이 없다는 소리에 안도하듯이 보였으나, 앞으로 보상문제에 더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다시 택시를 타고 친구들과 약속한 장소인 회현동으로 달렸다.


기사는 머뭇거리더니 작심한 듯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자신은 조그만 회사를 경영하다 파산하고, 아내는 루게릭병이란 불치병으로 누워있고, 집도 사글세를 산다고 자신의 처지를 진솔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이 사람이 보상문제가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앞으로 나의 생활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엄지손가락 첫번째 마디가 다치면 젓가락질, 숟가락질은 못한다. 또 치과치료시 핸드피스도 잡을수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순식간에 나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무용지물의 인간이 되어버렸다.


택시를 내리면서 택시요금을 내려하자 기사는 받지 않았다. 그의 순수한 모습에 내가 치과의사란 말을 하였다. 그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처지를 생각해 보상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려고 한말이었다.


그는 나를 붙잡고 어떻게 보상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나는 사정을 들어보니 그렇게 형편이 넉넉하지도 않는 것 같아 최소한의 성의만 요구한다고 했다. 즉 2주 만의 의료보험 치료비만 얘기한 것이다. 그러자 그는 얼굴이 펴지며,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열어 있는 돈을 모두 나에게 건넸다. 몇 안되는 돈이었다. 받지 않고 도로 돌려주었다. 계속 내 은행계좌번호를 물어서 마지못해 알려 주었다. 그리고 택시는 돌아갔다. 다음날 그 기사한테서 연락이 왔다. 어제 저녁에 돈을 부쳤다는 것이다. 계좌를 살펴보니 20만원이 들어와 있었다. 부종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고, 환자도 다음주로 미루었고, 간단한 환자만 치료한다고 했고, 증상으로 봐서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그를 안심시켰다. 조금이나마 그의 입장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오늘 나는 작지만 기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실행했다고나 할까. 그 택시기사의 편안한 얼굴 모습이 자꾸만 눈 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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