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치과의사 10명 중 9명(91.5%)이 치과계 미래를 ‘부정적’으로 판단해 충격을 주고 있다. 치과계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는 새내기 치과의사는 7.4%에 불과했다.
치과의료정책연구소(소장 홍순호·이하 정책연구소)가 지난 24일 WeDEX 행사기간 중 개최한 정책포럼에서 연자로 나선 함태훈 원장(잎사귀치과병원)은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27대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의회 회장이자 치협 청년특별위윈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함태훈 원장은 ‘새내기 치과의사가 바라본 치과계의 미래’ 주제강연에서 새내기 치과의사들의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토로해 청중들의 공감대를 이끌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정책연구소 진행으로 총 11개 항목으로 구성됐으며,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치과의사 중 치협 회원 명부에 휴대폰 번호가 등록된 치과의사 6,06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5일부터 12일까지 진행했다.
총 353명이 응답한 설문조사는 남성 265명-여성 86명이며, 개원의가 165명(46.7%)으로 가장 많았고, 페이닥터가 109명(30.9%)으로 그 뒤를 이었다.
치과계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판단한 새내기 치과의사들은 그 이유로 치과의사 공급과잉을 꼽았다. 공급과잉이 과다경쟁을 불러일으키고,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의료서비스 질이 저하되고, 과잉진료가 남발한다는 입장이다.
함태훈 원장은 “치과의사 진로의 단순성이 문제”라며 “치과의사 90% 이상이 치과병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실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크게 관심을 끌었던 새내기 치과의사들의 고민으로는 △임금체불 △페이 근무 시 고용계약서 미작성 △고용주와의 갈등 △임상 능력 부족 △취업난 △부채 등이 거론됐다.
또한 새내기 치과의사들이 치과계 미래를 어둡게 판단한 이유로 △경기불황 △의료인을 무시하는 정부 정책 △환자 요구 증가 및 불신 △임대료 및 고가의 의료장비 등 개원 시 높은 진입 장벽 △내부 갈등(전문의제) 등이 지목됐다. 반면 아직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요인으로는 △치주질환 및 치아우식이 아직도 상위 다빈도 질환 차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낮은 치과이용률 △고령화 사회로의 빠른 편입 △새로운 치료 개척 가능성 등이 꼽혔다.
함태훈 원장은 “치과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반면, 직업만족도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경제적 이유와 자립이 가능하다는 점, 적성에 맞고, 근무환경이 자유롭다는 점, 노력한만큼 결과가 따른다는 사실 등이 새내기 치과의사들이 평가하는 직업에 대한 만족감”이라고 분석했다.
현행 보험수가의 적정성에 대해 새내기 치과의사들은 95.2%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했으며, 치과의사 공급 역시 87%의 응답자가 많다고 답변했다. 현재 치과의사 수가 적절하다고 응답한 새내기 치과의사들은 12%, 공급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1%에 불과했다.
치과의사의 해외진출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78.2%의 응답자가 해외진출에 긍정적이라고 답했으며, 21%의 응답자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함태훈 원장은 “대다수 새내기 치과의사들은 기회만 닿는다면 젊음과 패기를 바쳐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언어 소통 등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정부나 치협에서 해외진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확실히 해준다면 우리나라의 수준높은 치과의료서비스가 새로운 한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놨다.
한편 회비 납부에 대해서도 새내기 치과의사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회비 납부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3%였으며, 반면 긍정적이라는 답변도 36%에 달했다.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치과의사의 권익보호 △필수 불가결 △이익단체 대변 △회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 등을 꼽았으며, 부정적이라는 답변에는 △회비 집행의 불투명성 △치협의 정치력·지도력 부재 △납부방식의 복잡함(구회/지부/중앙회 3중 구조) 등을 지적했다.
함태훈 원장은 “회비 납부와 관련해서도 상당수의 새내기들이 당위성이 있다면 회비 납부를 하겠지만 왜 납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회비 납부방식 변경 및 투명한 회비 집행 등 새내기 치과의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홍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정책연구소 홍순호 소장은 “당장의 해법은 없지만 새내기 혹은 청년 치의들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꼈다”며 “정책연구소는 국민구강보건 향상 뿐아니라 치과의사의 삶도 개선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학주 기자 new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