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협회장의 갈등이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치과계를 달군 미불금 문제에서부터 이제는 1인 시위 도촬 의혹까지 확전양상을 보이며 연일 치과계를 달구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치과의사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피로감만 누적될 뿐, 누구를 위한 폭로이고 누구를 위한 공방인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40여년 이어온 치과의사전문의제도는 오는 30일 임시총회를 통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직선제를 전제로 한 선거제도 개선안도 준비되고 있지만 세간의 관심은 여기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회원들의 의견을 묻고 반영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임에 분명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기도 전에 자극적인 기사들로 도배가 되고 정책적인 사안보다 정치적인 이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부 부회장과 이사의 업무가 축소 또는 조정되면서 치협 집행부 내부의 갈등은 표면위로 급부상했다. 12월 정기이사회에서 일부 임원들의 업무조정을 단행한 최남섭 회장은 “전현직 회장의 갈등 역시 ‘돈’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지난해 총회에서 전임 집행부의 미불금 문제는 도마 위에 올랐다. 미불금 계정 기간에 상당한 비용이 지출된 것이 문제가 됐다. 김세영 前 회장의 긴급발언으로 상황이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13억 미불금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대의원들의 주장도 득세했다.
총회 이후 최남섭 회장의 대회원 서신으로 양측의 갈등은 심화됐다. 대회원 서신에서 최남섭 회장은 “직전 집행부의 일이지만 협회 재정이 불투명하게 집행돼 불신과 의혹을 초래하게 된 점에 대해 회원 여러분께 사죄한다”며 “총회에서 조사위 구성이 부결됐지만 이와 별도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은 철저히 확인해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고, 회비가 정당히 지출되는 풍토를 만들어 회계 투명성을 구축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9월에 접어들면서 김세영 前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헌법소원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1인1개소 법을 등에 업고 반격을 시작했다.
1인1개소법 사수의지가 없다며 최남섭 집행부에 날선 비판을 이어간 김세영 前 회장은 지난해 10월 2일부터 헌법재판소 앞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반면 최남섭 회장은 유디 기소를 목표로 시위보다는 법률적 자문을 바탕으로 한 차분한 대응을 선택했다.
김세영 前 회장은 최남섭 집행부를 향해 “전쟁 중에는 고개 한 번 내밀지 않고 총구를 엉뚱한 하늘로 향하더니, 훈장을 받을 때는 서로 앞장서겠다는 행태가 안타깝다”라는 원색적인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고, 사태를 바라보는 회원들의 의견은 사분오열됐다. 이러한 상황은 검찰의 유디치과 기소라는 큰 성과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반길 수 없을 만큼 논란으로 얼룩졌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최남섭 회장의 지시로 1인 시위에 나선 회원들을 몰래 촬영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 사이 치협 선출직 부회장 중 1명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졌다. 일부에서는 전현직 회장 파로 나뉜 임원간의 불필요한 마찰이 주요인이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치과의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처음엔 “이게 뭐지?”하는 궁금증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번엔 또 뭐야?”하는 불안감을, 이제는 “정말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라며 피로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다루는 기자 또한 연일 터지는 폭로와 비방 속에 “치과계가 어쩌다…”라는 생각마저 든다.
지금까지 조언보다는 비난하고 힐난하는 데 전면으로 나섰던 김세영 前 회장도, 연속성을 버리고 전임과 단절을 노리는 최남섭 회장도 명분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폭로와 비방, 해명과 설득으로 전현직 회장이 앞 다퉈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론전을 펼치는 일 또한 치과계에서는 드문 일이다. 이제는 제 자리로 돌아와 치과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불법네트워크 척결에 누구보다 앞장서 싸워온 김세영 前 회장의 공로도, 차분하게 대응하고 투명하게 거듭나고자 했던 최남섭 회장의 의지도, 지금 이대로는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최학주 기자 new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