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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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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천 따라 바람 따라

선자령 구름 속에서 대관령 목장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고원의 초원길이었다. 하늘목장에 도달하니 작은 실개천이 우리를 맞는다. 이 시내가 오늘 우리가 가야할 송천의 상류였다. 송천은 황병산과 매봉사이에 발원해 81.4㎞를 흘러 수하리, 바람불이 계곡을 지나며 강폭이 점점 넓어진다. 한강의 발원지에서 흘러 내려오는 골지천과 만나는 아우라지에서 강의 면모를 나타내며 조양강이 된다. 우리는 평화로운 목장을 노니는 젖소, 양떼를 추억으로 간직하고 송천과 친구 돼 달려 나간다. 송천을 따라 10여 ㎞를 가니, 횡계에 도달했다. 이미 2시가 넘어 횡계의 대표요리인 오삼불고기 집을 찾아 나섰다.


노다지 오삼불고기집을 찾는 데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선자령 등정에서 심한 체력 소모를 한 탓인지 허기를 느끼며 맛보는 오삼불고기는 입에서 살살 녹았다. 오징어와 삼겹살을 고추장에 버무려 조리한 오삼불고기는 명불허전이었다. 일몰시간이 3시간 밖에 남지 않아 라이딩에 나선다. 시간을 재촉하며 횡계를 지나 달리자 버치힐 골프장과 용평 골프장이 나타난다.


우리는 이 두 개의 골프장 사이를 달려 나간다. 골프장을 지나자 도암호의 아랫마을이라는 뜻인 수하리 계곡이 나타난다. 깊은 산속에 작은 시내, 송천은 적막 속에 물소리로 자신을 나타내고 만추의 계곡이 보여주는 때늦은 단풍의 향연을 펼치고 있었다.


계곡이 끝날 즈음, 삼거리가 나왔다. 피덕령 안반데기(고랭지배추밭) 가는 길이다. 우리는 10%~18% 경사의 2㎞의 피덕령 고개에 오른다. 구불거리는 언덕길, 엄청난 고통이 다리에 엄습한다. 숨이 턱에 차는 피덕령 길, 눈에서는 열기가 뿜어져 고글에 김이 서린다. 하늘이 보인다. 피덕령에는 바람만 부는데, 배추는 없고 황토언덕만 끝없이 펼쳐진다. 예전에 봤던 찻집은 없어지고 휴게소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을씨년스런 배추밭은 몇 달 전 그 푸르름을 잃고, 옥녀봉의 풍력발전기만 도는데, 북으로 멀리보이는 고루포기산이 우리의 등정을 기쁘게 맞이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동안 사라진 초록 배추밭의 추억에 젖으며 우리는 피덕령을 내려왔다. 급경사 내리막을 눈 깜짝할 사이에 내려와 산허리를 휘돌아 나가니 앞에 바다같이 넓은 도암호수가 태양빛에 물결을 반짝이며 우리 곁에 함께 달린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도암호수!


3년 전 여름 이 계곡을 오르며 목이 말라 곤욕을 치렀을 때, 마침 도암호 사무실의 직원이 건네줬던 시원한 생수 한 모금이 기억났다. 그 때 그 물맛은 꿀맛이었다. 도암호 관리사무실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달리며 창문을 흘깃 들여다봤으나 텅 비어있었다. 관리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것 같다. 그 때 감사인사라도 하려했는데. 도암호수를 지나자마자 거센 광풍이 불기 시작한다.


선자령, 피덕령에서 부는 세찬 바람은 우리를 떠미는 것 같은 무서운 기세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산길에는 낙엽이 뒹굴고, 우리는 낙엽비를 맞으며 뒹구는 낙엽 양탄자 위로 쏜살같이 달린다. 산굽이 돌 때마다 살짝 얼굴을 보이는 송천은 어느새 여울이 되어 세차게 뒹굴고 부딪치며 합창하듯 소리내며 굴러 흐른다.


이곳이 바람불이 계곡이다. 바람불이 계곡에서 갑자기 나타난 광풍에 자전거가 흔들린다. 구르는 낙엽소리와 물소리의 협주곡 속에 혼미해진 나는 가까스로 중심을 잡으며 굽이굽이 돌아 좁다란 다리를 건넜다. 물을 만나고 헤어지며 내려가는데 만추의 발왕산은 가을의 끝자락에서 단풍으로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발왕사가 송천강변 산자락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시냇물을 건너는 우리에게 그나마 사람이 있다는 정겨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계곡을 여름에 왔다면 피서지로서 최적의 계곡이 될 것이다. 또, 겨울에 왔다면 눈 내린 계곡은 한 폭의 산수화 일 것이다.


송천의 폭이 넓어지고 시냇가 넓은 터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놀거리라고 한다. 옛날 뗏목군이 소나무가 많은 송천계곡에서 소나무를 베어 뗏목을 만들어, 돛을 달고 바람불기만 기다리다 윗계곡에서 광풍과 같은 세찬바람이 불면 뗏목에 돛을 올리고 한양으로 갈 차비를 하면서 한판놀이가 벌어진곳, 그래서 놀거리라고 부르는가보다.


이곳 왕산면 대기리는 이와 같이 옛날의 전설을 담고, 자연의 도움으로 뗏목으로 사는 사람의 마을인 것 같았다. 평탄한 내리막 다리를 건너 나타난 새터고개. 경사 15도의 깎아지는 50m의 언덕이다. 힘이 빠진 우리 앞에 무섭게 버티고 있었다. 우리는 젖 먹던 힘을 다해 단숨에 올라갔다. 정상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세찬바람이 부는 새터고개에서 먹는 초콜렛 맛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하는 데는 탄수화물 섭취가 중요하다.


정신을 차린 우리는 고개를 달려 내려가 415번 지방도를 타니 송천의 지류인 대기천과 함께 달린다. 얼마 안 가 배나드리교에서 대기천은 송천과 합친다. 놀거리에서 뗏목을 완성하고 한판 놀다, 바람부리계곡에서 부는 세찬바람에 돛을 올리고 뗏목은 한양 마포나루로 향한다 해서 배나드리라고 한다. 세찬바람은 멈추질 않는데 이제부터 송천은 강의 면모를 나타내며 노추산 계곡의 품에 안겨 용트림하듯 구불거리며 내려간다. 강가엔 온통 소나무가 빽빽하다. 소나무가 많은 강이라 송천이라 했나 보다.


강가의 기암절벽은 갖가지 색의 단풍으로 운치를 자랑하고 호젓한 강가에는 우리들만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었다. 날이 저물기 시작한다. 해는 서산에 걸려 마지막 빛으로 송천 강가를 밝히는데 가끔 나타나는 펜션들이 강가의 그림 같다. 몇 번을 휘돌았던가, 송천교를 지나자 송천과 골지천이 합쳐진다는 아우라지가 있었다. 박명이 내리는 아우라지에서 우리는 라이딩을 끝내야했다.


우리를 실은 밴은 42번 국도와 조양강을 따라 정선을 향한다. 아우라지교 멀리 예전에 우리가 자전거로 올랐던 꽃벼루재가 어렴풋이 보이고 있었다. 나전역을 지나 정선에서 영월, 태백으로 가는 59번 도로 골지천의 지천인 어천을 따라 우리의 숙소와 음식점이 예약된 옥순봉 민박집과 할머니횟집으로 향했다. 벌써 6시가 넘어 사방이 깜깜하다. 까치재 터널을 지나 칠연로 고개를 넘어 덕우삼거리에서 조금 달려 비암사 가는 샛길을 가니, 조명이 아름다운 할머니 송어횟집이 있었다. TV 예능프로에도 나왔던 조그만 송어횟집, 마당엔 은행나무 낙엽이 수북하고, 등이 밝혀진 정원은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우리는 선자령에서 피덕령, 송천을 따라 아우라지까지 80㎞의 여정을 끝낸 기분으로 소주잔을 들어 파이팅을 외쳤다. 콩가루에 묻힌 송어회 한 점은 입에 녹아드는데, 밖의 정원에는 노란낙엽비가 내리고 있었다. 2016년 10월 29일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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