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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어떤 젊은 부부와 어린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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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616)

얼마 전 지인의 결혼식이 있었다. 축하 인사를 마치고 피로연에 참석했다. 호텔 뷔페식당에서 직원 안내에 따라 라운드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식사를 하는데 건너편에 앉아있는 한 가족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젊은 부부 사이에 초등학교 2학년 정도 되는 아들이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빠는 20대 후반, 엄마는 30대 중반으로 보였다. 평소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다른 사람에 관심이 없는데 그 가족의 몇 가지 장면은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우선 아이 앞에 음식이 수북이 쌓인 접시 두 개가 놓여있었다. 두 번째는 부부 사이에 아이가 앉아있는 모습이다. 요즘 젊은 부부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엄마가 아이와 남편 사이에 앉는다. 엄마가 남편과는 대화를 하고 아이는 돌보기 위해서다. 세 번째는 아이를 가운데 두고 부부는 아이 머리 위에서 식사하는 내내 싸움도 아닌 토론도 아닌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나갔다.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있는데도 그들의 대화 내용이 너무도 잘 들렸다.

 

두 사람 대화 요지는 간단했다. 아빠는 아들 교육차원에서 먹을 것을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가져오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모두 접시에 담아주어서 아이 앞에 음식 쌓인 접시가 두 개가 되었다. 아빠는 식사 내내 엄마와 아들에게 음식을 다 먹지 못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투덜거렸고, 엄마는 반은 무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대화였다.

 

잠깐 본 그 가족 모습이 하루 종일 필자 생각을 붙잡고 있었다. 아이를 사이에 두고 투정어린 대화를 이어가던 부부에게 과연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할까에 대한 고려가 있을까. 비난받는 아이에게 아빠 말이 귀에 들어올까. 아빠는 아이의 성장과 성숙에 무지한 것은 아닐까. 아이에게 식사예절을 가르치고 싶었다면 지속적인 투덜거림과 비난보다는 다른 교육적인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필자라면 여러 번 오가더라도 먹을 만큼만 가져오는 것을 교육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초등 2학년이라면 ‘누가 더 여러 번 다녀왔냐’ 혹은 ‘접시 깨끗이 비우기’ 내기를 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아이에게 맡기고 마지막에 음식이 남으면, 아무 말 없이 집에 돌아와 버려지는 음식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영화를 보며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비난을 받으면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교육적 효과는 없다. 비난을 통해 교육적 효과를 얻는 것은 어렵다. 부모는 칭찬으로 교육을 해야 하고, 아이가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

 

그 부부는 둘 사이에 아이를 앉힌 것부터 오류다. 부부간의 사적인 대화를 아이가 모두 듣기 때문이다. 어른들 이야기를 여과 없이 모두 아이가 듣는 문제를 부부가 모른다. 아직도 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확장시키고 판단하지 못하는 갓난아기로 생각하며 무시하여 생긴 행동이다. 두 번째는 아빠가 아이에 대한 참견(지배력)을 사랑이나 교육이라고 착각하고, 엄마로부터 뺏어오려는 행동이 아이를 엄마 옆이 아닌 자신 옆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세 번째는 지속적으로 아이 행동과 엄마 교육형태를 투덜거리며 비난하는 아빠를 그냥 놔두는 엄마다. 이미 엄마는 일상에서 그런 아빠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도 오늘처럼 아이 의견을 존중해주는 듯한 행동으로 아이를 대화 중심으로 끌어들여 비난을 반으로 아이와 나눠 갖는 데 익숙해져 있는 모습이다. 물론 엄마 본인도 자신의 행동이 아빠 잔소리를 반으로 줄이기 위한 방어기제에서 출발한 것이라고는 인식하지 못할 것이고, 자신의 교육 철학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엄마라면 잔소리 많은 아빠 사이에 아이를 앉히고 자신은 한 칸 떨어져 앉아 직접적인 공격을 피하는 방어용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일로 자신의 머리 위에서 오가는 부모의 공격적 대화를 듣고 있는 아이 표정이 식사 내내 어두웠다. 과연 아이가 아빠 말의 교육적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저 그 상황이 싫기만 하지 않을까. 아니면 또 시작된 일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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