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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비움과 배고픔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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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논설위원

최근 건강과 다이어트 분야에서의 이슈는 단연 ‘간헐적 단식’이 아닌가 싶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간헐적 단식’은 한동안 포털 사이트 검색어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기존의 통념에서 과감히 탈피해서 하루 16시간, 그리고 일주일에 1~2번은 최소 16시간에서 24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게 오히려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라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한 끼라도 굶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꼬박꼬박 세끼 따뜻한 밥 챙겨주시던 우리 어머니께서 들으시면 개탄할 일이기는 하나, 때로는 게으름 때문에 때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종종 끼니를 거르는 현대인들에게는 핑곗거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더군다나 하루 8시간은 먹고 싶은 것을 먹어도 된다니 정말 달콤한 얘기일 수밖에 없다.

물론, 간헐적 단식에 관한 관심이 큰 만큼 논란도 많다. 몸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거나 폭식으로 이어져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등 학계의 반박도 있고, 여전히 세끼 건강한 음식들을 먹되 소식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도 하다.

굳이 나까지 보태 간헐적 단식 논란에 끼어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간헐적 단식에 주목했던 것은 바로 간헐적 단식이 보여준 비움과 배고픔의 미학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먹는 일에 바쳐온 것이 사실이다. 어느 때든 집 앞에만 나가면 편의점이며 마트 등에서 손쉽게 먹을 것을 구할 수 있게 되고, 또 24시간 언제든 환한 불빛 아래서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되다 보니 배는 늘 채워져 있기 마련이다.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 채워져 있는 상태보다 속이 비워져 있는 공복 상태에서 더 생명연장이 이뤄진다는 것.

공복에서 생명력이 더 증가한다는 것은 늘 채워져 있어 나태해지고 게을러진 우리 몸에 비움을 통해 경각심을 주고 삶에 대한 의지가 다시 솟아나게 한다는 것은 아닐까.

또 하나, 간헐적 단식 실험에 참가했던 참가자들이 입을 모아 얘기했던 것이 있다. 단식 후에 음식에 대한 그리움과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먹는 것의 즐거움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반찬 투정할 때마다 어머니께서 늘 하시던 얘기가 있다. 배가 고파봐야 정신을 차리지, 허기가 반찬이다. 먹기 위해 사는 것도 미련한 일이지만, 사실 살기 위해 먹는다는 것도 서글픈 일이거늘 언제부터인가 때가 됐으니 밥을 먹고, 차려주니 밥을 먹고, 먹어야 하니 밥을 먹었던 것 같다.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어느새 먹는 것의 감사함과 즐거움을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 씹는 즐거움,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과 목을 타고 넘어갈 때의 즐거움, 그리고 몸에 흡수되며 내 몸에 생기를 주고 영양을 주어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까지 말이다.

비워져 있어야 쉼도 있다. 그리고 쉬어야 비로소 다시 채우고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는 비움의 미학. 그리고 내려놓고 떠나있어 봐야, 그리고 부족해 봐야 감사함과 소중함, 가졌을 때의 즐거움을 알 수 있다는 배고픔의 미학.

간헐적 단식은 바로 이러한 잊고 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우리 몸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바로 이 비움과 배고픔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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