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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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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자전거여행-2

우리는 삼나무(스기)가 울창한 슈시로 향한다. 10월 하순이지만 여기는 이제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삼나무는 기타 앞판을 만드는 cedar로 고급 목재로 알려졌다. 쭉쭉 뻗은 나무는 보기도 시원하고, 엄청난 피톤치드를 내뿜어 우리에게 테르펜 향을 선사하고 있었다.

 

슈시만의 하마구스 포구에서 우리는 제대로 된 일본식 도시락을 먹게 되었다. 6가지의 튀김, 생선 등의 해산물이 가득한 정성껏 만든 도시락! 밥도 기름이 흐르는 일본산 쌀로 만든 것이다. 늦은 점심이지만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모두가 기막힌 맛에 탄성을 지른다. 운동 후 먹는 밥은 본래 꿀맛이다.

 

식사 후 우리는 한일 우호를 기원하는 의미로 밴에 플래카드를 붙였다. 양국이 우호적으로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식사 후 우리는 점점 더 깊은 나루타키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나루타키 산속을 달리며 동북아시아의 두 선진국인 한국과 일본의 다른 점을 발견하고 있었다. 일본은 이제 자연 그대로의 친화적 개발을 하며 자연을 보호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개발 위주의 산업화로 자연을 황폐화시킨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자연은 공해와 폐기물이 없는 자연이 될 수밖에 없고, 우리는 공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산속의 나무, 풀, 폭포까지 자연 그대로다.

 

그래서 히타카츠항도 어촌의 포구처럼 보였다. 산속에 인공구조물은 거의 없다. 단지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과학적인 방벽이 있을 뿐이고 하늘에는 수많은 솔개가 빙빙 돌며 바다에는 풍부한 해산물이 생산된다. 산속의 아름다움은 삼나무, 단풍(메이플)으로 유명한 모미지가이도(단풍길)를 달릴 때도 느낄 수 있어, 진정 숲의 능력과 자연의 미와 싱그러움을 오감으로 체험하고 자연이 주는 혜택에 감사하고 일본의 자연 보존주의를 읽을 수 있었다. 너무 울창해 햇볕이 이따금 얼굴을 내미는 삼나무 숲에는 신비로움 그 자체만이 있었다.

 

수많은 산속 고개를 오르고, 터널을 지나고, 내리막의 시원함을 느끼며 무려 10개의 10%의 거센 고개, 터널을 통과해야만 했다. 대마도는 제주도보다 훨씬 작은 섬이다. 항상 작은 섬이 그러하듯 언덕이 수없이 많은 것이다. 산에서 내려와 하천을 끼고 달린다.

 

우리는 킨 마을에 도착하였다. 수령 1,200년이 된 은행나무를 소개하며 안내원 무라세 씨는 일본에서 유명한 나무라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은행나무에는 흐른 수액이 말라붙어 종유석처럼 주렁주렁 매달렸다. 오랜 세월 풍상을 겪은 나무는 벼락도 맞아 한쪽이 타버린 부분도 있었다. 이런 모습이 나무의 오랜 풍상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나무를 신처럼 받드는 일본인은 인근에 신사까지 만들어 이 나무를 숭상하고 있었다.

 

우리는 33번 도로에서 나와 주상절리가 아름다운 모기하마 해수욕장으로 핸들을 돌린다. 대마도에서 유일한 해수욕장이라고 무라세 씨가 자랑한다. 희고 고운 모래가 펼쳐진 해수욕장은 인적도 없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해변에 파도가 흰 거품처럼 부서지며 우리를 맞이한다. 이렇게 작은 섬에 엄청나게 긴 해안선을 가진 해수욕장이 있다니….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다.

 

한참 넋이 빠져 가을 해변을 눈에 담고 있었다. 아시키, 히포에를 지나 오시카항에 이상한 물건이 있어 자세히 보니 무엇인가 돌아가고 있었다. 갑자기 페달을 멈췄다. 자세히 보니 오징어를 원심분리 방식으로 말리는 것이었다. 다시 돌려보라고 하자 마을 아낙네는 흔쾌히 회전시킨다. 우리나라는 덕장에 오징어를 걸어놓고 볕에 말리는데 여기서는 회전시켜 고속으로 말린다. 회전하니까 파리도 달라붙지 못해 깨끗이 건조된다고 한다.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우리는 감탄을 했다.

 

시코에 부근은 일출명소라고 한다. 바다 건너 일본 본토 방면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일본을 생각한다고 한다. 산길 곳곳에 과학적인 견고한 산사태 방벽이 있어 자연을 보존하려는 일본인의 마음을 읽었다.

 

깊은 골짜기의 경우 100m가 넘는 허공에 걸린 에어브리지도 있어 자연과 과학이 어울리고 있음을 알았다. 깨끗한 시타카 하천! 오염물질이 하나도 없다. 또한, 산길 곳곳의 묘지는 여러 봉헌물과 꽃들로 장식돼 정성이 지극하였다. 시카에서 우리는 조선 세종 때 외교관이었던 ‘이예’의 묘소인 엔쓰지(원통사)에 들러 안내원이 가져온 붕어빵을 맛보았다. 우리나라 붕어빵에 비해 두 배나 크고 팥소가 꽉 차 별미였다. 일본사람도 붕어빵을 먹나 보다.

 

48번 도로로 숙소가 있는 미네로 향한다. 삼림속 도로를 따라 싱그러운 테르펜 향을 맡으며 다운힐. 다시 382번 도로를 따라 미네만으로 나가는 미네천을 보니 물속이 다 비칠 정도로 맑다. 물고기떼가 노니는 천변은 오물 하나 없이 깨끗하다. 땅거미가 지는 미네!! 오늘의 숙소 오하시(대교)여관이 보인다. 무라세 씨가 직접 운영하는 여관이다.

전통 일식가옥으로 이층에 방 네개, 아래층에는 화장실, 목욕실, 거실, 주방이 위치한 보통의 조그마한 한옥과 같다. 영업하는 여관으로 볼 수 없을 정도의 마치 ‘우리집’ 같은 분위기가 눈앞에 전개된다. 현관에는 가지런히 벗어놓은 신발과 함께 각종 장식물과 상장이 가득하다. 무라세 씨는 마라톤 선수였던 것이다. 마라톤 우승 메달과 그때 입은 재킷이 걸려있다. 이 사람이 그래서 말라있었구나. 그러나 근육은 건강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무리세 씨 누이는 서예가인 모양이다. 각종 서예작품이 벽을 수놓고 있다. 94세의 부친이 사용한 일본 옷과 연미복, 동경양복학교 재학 시절 사용했던 재봉틀, 무라세 씨 가족이 예전에 사용했던 소중한 물품이 진열장 속에 가지런하다. 이층에는 조그만 화장실이 있는데, 벽에 구멍을 뚫어 밖에서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해놓았다. 손 씻은 물로 변기 세척이 되도록 해 절약과 알뜰함이 집안 곳곳에 배어 있었다. 무라세 씨는 가문의 전통과 자긍심이 대단한 일본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네천 상공을 맴도는 수백 마리의 솔개! 미네천의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는 뜻이다. 수많은 고기떼가 맑은 물에 노닐고 근처 온천에는 더운물이 솟구치니 참 신기한 도시다. 무라세 씨가 극진한 정성으로 내놓은 저녁상은 각종 생선회, 소라, 전복, 생선구이, 발효된 청국장과 비슷한 낫또까지 푸짐하다. 낫또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먹어보니 맛이 기막히다. 내 혀가 놀랐나보다. 여러 번 혀까지 씹는 호미를 맛보았다.

 

어둠이 내린 강변을 산책하려니 마을이 너무 조용해 우리의 말소리까지 조심스럽고, 가로등 밑 미네천에는 게와 물고기가 그들만의 페스티벌을 벌이고 있었다. 자전거 보관창고를 보니 행여나 비에 젖을까 천막으로 단정히 자전거를 덮어놓아 자전거까지 호강하는 듯하였다.

 

모든 것이 조용한 2층 다다미방에서 오늘을 회상하며 단꿈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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