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해석하는 새로운 방법이 장안의 화제다. “Take, care”는 “카레 먹어”로, 2NE1의 노래제목 “I don’t care”가 “난 카레가 아니야”라는 의미다. 이 우스꽝스러운 시발점은 최근 건강 의약 분야 서적 베스트셀러인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와 ‘의사를 믿지 말아야 할 72가지 이유’의 저자 허현회 씨가 남긴 SNS에서 출발했다. 허 씨는 “미국 의사 클라우디아 월리스는 오랫동안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으로 고생하던 그의 환자 페니 리코프를 화학약물이 아닌 자연의 음식인 카레를 통해 치료한 사연을 2005년 2월 타임지에 공개했다. 합성약으로 점점 악화되던 증상을 천연으로 쉽게 치료한 것”라고 글을 올렸고 군의관으로 전역한 한 의사가 “근데, 저 타임지 기사에는 카레의 ‘카’자도 안 나오는데요. 오히려 만성 통증에 대한 적절한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COX-2 inhibitor나 마약성 진통제도 설명하고 있고. 혹시…아니,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카레’라면…”이라는 답글을 남기며 health care의 ‘care’를 ‘카레’라고 해석하지 않았는지 반박하면서 부터다.
자칭 의학 비평 작가라고 소개한 저자는 치과분야에도 획기적인 내용을 남겼다. “스케일링은 치아를 보호해주는 에나멜층을 벗겨내는 것이어서 잇몸질환을 유발하는 가장 위험한 행위이다”, “최근 잇몸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코엔자임Q10 보충제가 많이 처방되고 있으나 이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의 코브렌쯔 등이 19세에서 30세까지의 자원자들을 조사한 연구에서 재미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니코틴이 잇몸질환을 일으킨다’는 주류의사들의 가설과는 달리 오히려 잇몸질환을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던 것이다.” 스케일링 얘기와 치주과를 수련한 필자에게도 생소한 코엔자임Q10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얘기이므로 자세하게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설마하며 하이델베르크대학/코브렌쯔/19~30세를 연관 검색해봤다.
결과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JCP 2002년 논문의 제2저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코브렌쯔라는 지역명이 필자로 둔갑한 것이다. 내용의 왜곡은 더 심했다. 젊은 실험 자원자 61명중 30명은 흡연자, 31명은 비흡연자인데 치주질환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6개월간 치은퇴축에 관한 추적조사를 실시한 것이었다.주1) 결론은 흡연이 치은퇴축의 발달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는 가설을 본 실험에서는 뒷받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고, 치주질환이 거의 없다는 한계가 있어 긴 기간의 후속연구가 필요하고 하였다. 니코틴이 잇몸질환을 예방한다는 주장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의학 비평 작가가 기본적인 논문읽기도 내용을 인용하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능력으로 글을 쓰고, 책을 낸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아닐까? 논문 내용을 왜곡하고 상상력과 유추로 아니 차라리 사기에 가까운 내용으로 건강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의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케빈 마크 트루도(Kevin Mark Trudeau)라는 미국의 논쟁적 저술가도 ‘그들이 당신에게 가르쳐 주지 않는 자연치료(Natural Cures They Don't Want You To Know About)’라는 책으로 비슷한 주장을 하여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었다. 하지만,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는 입증되지 않은 건강법으로 대중을 현혹하고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하여 형사 및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결국, 케빈은 사기꾼으로 파산신청을 하는 등 몰락했다. 허씨의 책 내용 중에는 식약청과 제약회사가 결탁했다느니 의사와 치과의사가 탐욕에 사로잡혀 환자에게 말도 안되는 치료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8월 19일자 데일리메디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의사나 의료계로부터 암살될 각오하고 썼다고 했다. 의협과 치협은 반박자료를 모아 책으로 내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다 더 우선 되어야 할 것은 허위사실 유포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그에게 물어야 한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그가 더 이상 국민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주1) Muller HP, Stadermann S, Heinecke A: Gingival recession in smokers and nonsmokers with minimal periodontal disease. J Clin Periodontol 2002; 29: 129-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