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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치과의사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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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 혁 논설위원

요즘은 어딜 기웃거려도 별 재미가 없다. 그냥 나이 탓이거나 아니면 더 핫(HOT)해지는 화끈한 세대의 흐름에 뒤처져 정신 줄을 놓아버린 탓일 수 있다. 소위 전문직이라는 타이틀은 이미 과잉이라는 단어에 치여 서비스와 눈칫밥에 길들여진지 오래고 게다가 자부심을 갖지도 못하게 하는 우리의 현실은 내심 사회적으로 씹어줘야 할 대상이 되기 십상인 처지가 되었다. 존재가 소유보다 앞서야 한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고백을 하는 이는 루저의 길을 걸어야 하는 시대다. 무엇보다 자본의 힘이 절대 권력을 지니는 우리의 역사는 점점 그 푸르름을 더해만 간다. 단지 지금이 최선이고 미래는 생각할 필요 없다는 시대의 결정 역시 불확실한 미래 탓인지 아니면 절박한 현실에 감염된 증상인지 점점 사람들을 사파리 같은 세상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래서 기다렸던 봄처럼 무엇이 오기는 오는 것 같은데 그리 달갑지 않은 미래가 손을 벌리고 이 사회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자 내편 16편에는 사당에 있는 엄청난 크기의 상수리나무를 보고 제자가 칭찬하는 말이 나온다. 그러자 장자는 일부러 그 나무를 일컬어 아직까지 아무짝에도 쓸모없었기 때문에 베어지지 않았다고 그 무용(無用)함의 조건을 나열한다. 그러자 그 나무는 장자의 꿈에 나타나 짜증을 내며 자신이 쓸모없다는 것이 단지 과실 맺는 나무와 비교해서 그런 것이냐고 반문하며 변명을 늘어놓는다. 도리어 과실 맺는 나무와 식용 작물들은 꺾이고 뽑히는 괴로움을 당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此以其能 苦其生者也-이는 과실 맺는 재주로 인한 괴로움이다’는 표현을 하는데 간혹 이 말의 일부를 인용해서 능력 많은 사람이 고생이 심하다고 빗대기도 한다. 나아가 장자에게 ‘너도 똑같이 하찮은데 뭐 나를 구박하느냐? 게다가 너는 나보다 빨리 죽을 텐데 나의 무용(無用)함을 네가 어찌 알겠는가?’ 라고 자신을 옹호하며 장자를 공격한다. 그런데 꿈을 깬 뒤 이를 말하자 제자는 ‘아니 그러면 그렇게 쓸모없는 상수리나무가 왜 사당나무죠?’ 라고 묻는다. 장자는 ‘실은 내가 무용(無用)하다고 한 상수리나무는 사당에 있어서 그 힘으로 장수하면서도 스스로 겸손한 척 버티는 것이다. 이런 이중성을 가진 나무를 사람들이 사당나무로 또한 신성시하는 것도 어리석은 것이다.' 라고 말한다. 권세를 의지하고 살면서도 겸손하고 낮은 척 하며 가늘고 길게 사는 무리의 정곡을 찌르고 또한 그런 간교함을 모르고 존경을 보내는 백성들의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글이다. 그리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하는 이능고생(以能苦生)은 실은 간사한 상수리나무의 궤변일 뿐이다.

 

죽음보다 무서운 공포가 있다면 버려짐 일 것이다. 우리는 정직한 진료를 진리로 배웠고 그 구현의 현실을 위해 밤낮없이 공부하고 달려온 세월이 그대로 흔적이 되었다. 그럼에도 대부분 개원의 현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했고 또 추락 중이다. 이 사회의 냉대와 숙덕거림은 우리 치과계를 소외되어도 무방할 소수 지식인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지어놓은 집은 이미 그 어느 양동이로도 새는 빗물을 받아낼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고 이젠 새로 지붕을 올리든지 아니면 집을 새로 지어야 할 판이다. 그 어느 영험한 지도자도 이 찌들고 꼬이고 뒤틀린 매듭을 과연 풀 수 있을지 묻고 싶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각으로 선택하고 밀어야 할 우리 치과계의 수장이 과연 어떤 철학으로 우리 치과계를 바라보고 있는가가 중요한 선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다수 회원은 무관심 그 이상의 절망으로 치과계의 리더들을 보고 있다. 선택하기 위해서는 집중해야 하는데 우리 회원이 아예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되짚어야 한다. 이제 우리 치과호(齒科號)의 선장을 뽑지 않으면 안 되는 날이 필연적으로 코앞에 다가왔다. 부디 많은 회원이 절망스러운 미래 때문에 길을 잃지 않고 바른 선택을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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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외국에서 근무하는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 모처럼 대화가 이어졌다. 딸과는 따로 지낸지 오래다 보니 늘 공통의 화제가 적었고 생각의 차이도 컸다.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최근 유행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좋은 대화 소재가 되었다. 드라마의 인상적인 장면이 가족 모두 달랐다. 덕분에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딸은 서울서 상처받고 제주 집에 돌아온 금명을 가족이 돌봐주는 장면을 말하였고, 필자는 관식이가 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나며 자신이 돌을 쌓으러 가지 않았어야 한다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딸은 외국생활을 하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모습을 금명을 통해서 본 듯했다. 필자는 아버지 관식이의 삶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관식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막내아들 동명을 잃는 최악의 불행을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바다에 돌을 쌓으러 나가지 않았으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족에게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하게 되면, 삶에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순간이 오면 불안지수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행복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아이러니한 마음상태가 된다. 관식이 마음의 반은 평생 자신의 잘못으로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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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전쟁과 자산시장 전망 | 미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 중심 분석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는 글로벌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약 10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관세 정책으로, 자산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증시는 기록적인 변동 폭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채(TLT) 금리와 달러 인덱스(DXY)를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기적 자산 배분 전략의 관점에서 향후 대응 전략을 제시해보겠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단순히 무역적자 해소를 넘어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이는 관세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 증가를 반영해 4월 2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시장참여자들은 지금이 긴 하락장의 초입인지, 이벤트로 인한 단기적 주가 조정에 그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채 금리의 급격한 변화와 달러 인덱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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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