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수원월드컵 컨벤션웨딩홀에서 경기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이사장 도정욱·이하 경기신협)의 제16차 정기총회가 열렸다.
기념식을 겸한 1부에서는 정족수를 훌쩍 뛰어넘는 320여 명의 조합원들이 식사와 담소를 즐기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와 ‘골드바 사건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의 별지 배포와 함께 2부 본회의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이내 심각해졌다. “식순이 무슨 소용이냐. 골드바 사건에 대한 해명부터 듣자”는 조합원들의 계속되는 요구에 때 아닌 청문회가 시작됐다.
‘골드바 사건’은 경기신협이 급변하는 금시장에서 조합원에게 유리한 가격으로 치과용 합금을 제공코자 시작한 골드바 사업으로부터 촉발됐다. 경기신협은 2011년 3월부터 11월까지, 총 32회에 걸쳐 종로에 위치한 명신금속(주)과 거래를 이어갔다. 그러나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골드바 사업은 오전에 매입한 금을 오후에 되파는 등 점차 시세차익을 노린 ‘금 투기’의 형태로 변질되어갔고, 11월 29일 명신금속 허연수 대표가 12억 5천만 원에 달하는 20kg의 골드바를 횡령, 해외로 도주하면서 신협 자산에 구멍이 뚫렸다.
경기신협은 관리책임자인 도정욱 이사장과 실무책임자인 박순제 상무를 사건관련자로 질권하고, 금회기 순이익금 9억 6천에서 12억 5천을 제한 2억 9천의 순손실로 결산, ‘무배당’을 결정한 상태다. 이와 관련한 감사보고서 승인의 건이 안건으로 오르자 김석연 대표감사와 백진기·김성수 감사는 물론 의장인 도정욱 이사장과 신협 임원진들에게 질타가 이어졌다.
조합원들은 “지금껏 6.5%대의 배당률을 유지하며 많은 이윤을 남겨준 임원진들의 노고에 감사하다”면서도 “불안정하고 불법적인 투자로 손실을 입힌 데 대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조치와 질권에 있어 최선의 전례를 남겨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협 중앙회의 처분에 따르는 것은 나중 문제이고 여기 모인 조합원들에게 정확히 설명하고 진실로 사죄하라”는 외침도 이어졌다.
조합원들이 지적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함에도 투자금의 1%에 불과한 이윤을 남기려고 투기에 가까운 불법 투자를 한 점, 3월부터 거래를 시작했음에도 7월이 되어서야 계약서를 작성하고 금고대여가 아닌 위탁거래 방식으로 골드바를 매매하는 등 직무유기라 해도 무방한 업무 행태를 이어온 점, 일련의 사태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공지도 사과도 없었던 점이 그것이다.
와중에 정기총회가 갑자기 일주일이나 당겨져 감사가 졸속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며 대표감사의 감사보고서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두 감사의 주장이 나왔다. 실무책임자로서 사건의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박순제 상무 역시 허 대표가 잠적한 것으로 파악된 아프리카로 출국해 부재한 상황. 끊임없는 이의 제기와 재청에도 “적법하다”, “어서 승인을 해달라”며 의장석을 지키던 도 이사장과 조합원들 간의 힘겨루기는 11시 10분 경, “오늘 총회는 의미가 없다”며 정회 중 자리를 떠난 조합원들로 인해 정족수가 채워지지 못하면서 ‘총회 유회’로 마무리됐다.
경기신협은 빠른 시일내에 임시총회를 열고 못 다한 안건 심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홍혜미 기자/hhm@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