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늘 애용하던 커피잔 손잡이가 깨져서 버리게 되었다. 유학생 시절 바자회에서 10엔에 구입해 25년은 사용한 듯하다. 그동안에도 이가 빠진 곳이 두 곳 있었지만, 그때마다 포셀라인 리페어 키트 레진으로 수복해 사용해왔는데 이번에는 손잡이가 파손되어 결국 버리게 되었다. 물건도 연이 다하면 떠나는 것이 이치이건만 오래 사용한 물건이라서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두께나 모양이 뜨거운 물을 넣었을 때 손에 전달되는 온도와 무게가 딱 떨어지는 잔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크다. 처음 이가 빠졌을 때 비슷한 것을 구해보려고 찾았지만 대부분의 잔들은 입구가 넓어 물이 빨리 식고, 두께가 두꺼워 무겁고 투박했다. 그 커피잔 덕분에 좋은 잔이 어떤 것인 줄 알게 되었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필자에게는 오래 사용하는 물건이 하나 더 있다. 헝겊 필통이다. 중학교 때 구매한 것이니 45년이 넘었다. 지퍼는 두 번 교체했고 헝겊도 많이 닳기는 했지만 아직 사용하는 데 별 무리가 없다. 지금도 항상 가방 속에 넣고 다닌다. 예전에는 필기구를 넣었지만 요즘은 USB나 신분증 등을 넣는 데 사용한다. 구멍 나거나 해진 부분이 생기면 직접 바늘로 꿰매곤 한다. 특별히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필자가 2010년 6월 7일 월요일 치과신문 400호에 ‘진료실에서 본 심리학이야기’를 처음 쓰기 시작하였으니 정확히 10년이 되었다. 매주 수요일 오전이면 습관처럼 쓰던 글이 모여서 어느덧 472회가 되었다. 매주 글을 쓰다 보면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있다. 지방이나 외국 학회에 가서는 모임을 마치고 들어와서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쓴 적도 있었다. 제일 기억나는 것은 컴퓨터가 없어서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고 분량측정이 어려워서 글자 수를 일일이 세어 보았던 일이다. 글을 쓰면서 자연스레 몇 가지 원칙이 정해졌다. 그중 제일 어려운 것은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바둑을 둘 때 처음 바둑알을 놓을 때는 선택이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점된 바둑알로 선택이 줄어드는 것처럼 같은 내용을 피하려다 보면 주제 선택의 여지가 좁아진다. 두 번째는 포커싱이다. 20대에서 70대까지 분포된 치과의사들이 지닌 애환이 같은 부분도 있으나 다른 부분도 많을 것이다. 초년과 고령 차이가 40년 정도의 세대 차이를 지닌다. 필자의 생각이나 감성이 각 세대 선생님들과 다를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늘 조심스럽다. 세 번째는 전달하고자 하는
요즘 평소보다 잠자는 시간이 2시간 당겨져 11시면 취침을 한다. 7시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세수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1시간 참선을 하고 나서 이불 정리와 방 청소를 한다. TV에서 유튜브로 비발디 사계 공연 녹화를 틀고 작은 고구마 한 개와 사과, 바나나, 따뜻한 우유 한 잔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식사 후 미스터트롯 탑7 김호중의 노래를 들으며 믹스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베란다 화초에 물을 주고 하루를 시작한다. 책상 오른편에 이광래 교수의 ‘미술철학사’ 3권과 ‘150장의 명화로 읽는 그림의 역사’, ‘현대미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다’, ‘명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1·2’ 등 10권의 책이 쌓여 있다. 왼편에는 얼마 전 작고한 움베르토 에코의 ‘History of beauty’, ‘On Ugliness’, ‘The book of legendary lands’, ‘The infinity of lists’가 있다. 앞에는 피터 왓슨의 ‘생각의 역사1·2’가 놓여있다. 책상 앞에 앉으면 마음이 뿌듯하다. ‘미술철학사’를 주로 하고 다른 책들을 참고로 본다. 그림을 더 자세히 보고 싶을 때는 구글에서 검색한다. 2~3시간은 금방 지나
며칠 전 양악수술 환자와 상담 중에 어머니로부터 “여름보다 겨울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던데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필자는 “물론 당연합니다. 에어컨이 없는 병원에서 수술하신다면 여름보다는 겨울에 수술하는 것이 좋습니다. 땀이 수술 부위를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산하고 두 달간 머리를 감지 못하고 목욕도 하지 못하던 시절에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출산하고 바로 머리 감고 목욕도 합니다”라고 답변했다. 30대 딸은 어머니가 부모의 감시를 피하며 몰래 머리를 감던 세대임을 몰랐고, 그런 때도 있었냐며 놀라워했다. 예전 어머니들은 출산하고 2개월 이상 목욕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런 상식이 40년 세월을 넘어서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것이 겨울 수술이다. 예전에는 옳았지만 지금은 부적합한 정보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거짓정보와는 다르다. 거짓정보는 처음부터 옳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많은 거짓정보에 노출되어 살고 있다. 2016년 옥스퍼드사전은 그해 세계의 단어로 Post-truth(탈 진실)로 선정하고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시대적 특성이라 말했다. 그만큼 정보의 바다 속에서 거짓 정보가 여과 없이 넘쳐나는 현실이다. 거짓뉴스, 가짜뉴스(fa
최근 코로나19는 중세 유행한 흑사병에 종종 비유되고 있다. 중세시대 유행했던 흑사병이 유명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높은 사망률이었다. 피렌체의 10만명 인구가 흑사병 유행 후 80년 뒤에도 4만명 정도였으니 인구의 3/4이 사망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이런 높은 사망률은 중세를 무너트리고 르네상스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된 것이다. 신앙만능사회에서 아무리 기도해도 사망했고, 도시생활과 집단생활을 하던 성직자 사망이 민간인보다 더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차 절대적 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는 봉건사회의 근간인 농노들이 사망해 경작이 어려워지며 봉건영주들이 몰락했다. 반면 영지를 떠난 농노들이 도시로 들어오면서 도시 중심 사회로 바뀌었다. 천년을 유지하던 중세 체계를 한 번에 변화시킨 것이 흑사병이었다. 당시 유명한 시인 페트라리카가 중세를 암흑기라고 정의하면서 중세와 르네상스시대로 나누었다. 그는 데카메론을 쓴 보카치오의 친구이기도 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단테의 신곡이나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 작품들이다. 이는 마치 피카소가 처음으로 2차원 화폭에 3차원 그림을 그린 것만큼이나 대단한 일이
실시간 뉴스 검색에 ‘마이너스 유가’가 보인다. 증권시장에서 유가가 마이너스인 것을 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해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5월 서부 텍사스산 원유가격이 -37.63달러에 거래됐다. 원유를 사가면 돈을 준다는 이야기다. 보관료 등 유지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마이너스 유가’는 코로나 사태가 유발할 예측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이제부터 하나둘씩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알림으로써 의미가 크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가격 마이너스가 한국 치과의사에게 무슨 영향이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앞으로 기름값이 싸지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유는 모든 제조업의 근원이기 때문에 실질적 가치와 상징적 가치가 커서 영향력이 강하다. 단순히 원자재 값이 떨어지니 치과재료 값도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치과수입재료 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에서 미국에 문제가 생겨 달러값이 떨어질 때, 상식적으로는 한화가치가 올라서 환율이 떨어져야 하지만 실제 환율은 상승한다. 미국 경제에 대한 한국 종속 정도가 크고,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원화가치 부실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원화가치가 더욱
AC와 BC의 의미는 모두가 알다시피 예수님 탄생을 기준으로 서기 1년으로 정하고(기원) 그 이전을 영어로 Before Christ의 약자 BC(기원전)로 표기하고, 그 이후를 라틴어 Anno Domini(주님의 해)의 약자인 AD, 혹은 Ante Christum(A.C.)를 기원후로 표시했다. 그런데 요즘 AC(After Corona), BC(Before Corona)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가 인류를 타격하기 전과 후 삶의 패턴이 크게 바뀔 것을 예상해 미국 칼럼니스트가 사용한 말이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는 늘 정치와 경제 두 축으로 변해 왔다. 정치적으로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케네디가 대표 이미지인 냉전시대, 고르바초프에 의한 냉전 종식, 등소평의 중국 개방, 미국 911사태가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경제적으로는 1차 세계 대전 이후에 주도권을 잡은 미국이 세계 기준이 됐다. 미국은 1920년대 대공황을 겪고 나서 금본위제도를 탈피하고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면서 번영을 이룩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경제적 주도권을 유지하며 1980년대 세계화를 주도하고 2008년 리먼사태까지 지속됐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가 또 하나의 획을 긋는 역사적
아침 뉴스에서‘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가 들린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변하면서 생겨난 우울한 마음을 지칭하는 용어다. 중국심리학회에서 최근 중국인의 42.6%가 코로나19로 정신적인 문제에 시달린다고 보고했다는 기사가 보인다. 중국의 폐쇄 대응방식과 우리나라가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자제가 심리적으로 우울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최근 계속해서‘작은 행복 만들기’를 시리즈로 글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질환이 그러하듯 심리적인 우울 또한 반드시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최고의 치료법이다. 코로나 블루는 이름 그대로 코로나19로 인한 환경 변화가 원인이다. 어항 속 물고기도 물갈이를 하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듯이 우리도 지금 변해버린 일상에 적응하는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변해버린 일상과 거기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우울을 만들기 쉽다. 더욱이 환자와 근접 접촉해야 하는 치과의사는 더욱 가중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필자도 마스크에 페이스 쉴드까지 하고 감염에 주의하고 있지만, 늘‘하늘의 뜻’이라는 생각으로 진료에 임한다. ‘일의 가능성은 사람이 열고 성사는 하늘에 있다’라는 말처럼 필자는 노력은 하지
아침 뉴스에 “한국 교육계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표현이 들렸다. 코로나19로 개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 개학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꾸고 있다. 생리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명저 ‘총균쇠’에서 인류의 운명은 무기와 병균과 금속에 의해 바뀌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경문화와 도시 발생은 세균들에게 행운을 안겨주었다고 말했다. 정착하는 농경문화가 세균과 기생충 유충이 머물며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고 순환할 수 있는 조건을 쉽게 만들었다. 도시는 사람 밀도를 증가시켜 확산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농경문화와 도시는 전염병이 유행할 최적의 조건을 만들었다. ‘총균쇠’는 인류근대사에서 등장한 주요 사망 원인이었던 천연두, 인플루엔자, 결핵,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 등 여러 질병이 동물 질병에서 진화된 전염병이라고 말한다. 홍역과 결핵 그리고 천연두는 소에서, 인플루엔자는 돼지와 오리에서, 백일해는 돼지와 개에서, 말라리아는 닭과 오리 같은 조류에서 시작됐다. 전염병은 인류가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기르기 시작하면서 겪어야만 하는 필연적 시련이었다. 인류가 정착하고 공동생활을 시작하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숙명이었다. 물론 지금 코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지만 막상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것인가를 물으면 선뜻 답하기 어려워진다. 행복에 대한 우리들 생각은 늘 극단에 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계는 도수분포표를 따른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우측 극단 5%만을 행복이라 생각한다면 95%는 불행하거나 행복하지 않은 삶이 된다.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객관화시켜 볼 수 있다. 책상 앞에 앉아 한 종이에는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항목들을 적고, 다른 종이에는 불행한 사항들을 적고, 또 다른 종이에 행·불행도 아닌 것을 적어본다. 그중 욕심이라 생각되는 것을 빨간색으로 지워본다. 기준은 일반 치과의사 평균적 삶으로 한다. 자식들이 S·K·Y를 못 들어가서 불행 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욕심이다. 비교될 수 있는 상대적인 항목은 욕심으로 평가한다. 하버드 법대 합격이 또 있기 때문이다. 큰집이 없어서 불행하다면 이 역시 비교되는 항목이니 욕심이다. 다음은 불행 항목을 체크한다. 역시 욕심에서 시작된 항목을 빨간색으로 지운다. 대출을 많이 받고 큰 집을 사서 은행대출금이 부담돼 근심이라면 욕심에서 시작된 불행이다. 다음으로 내가 원인이 아닌 항목을 파란색으로 체크한다. 코로나19가 원인이 되어 나타난 것은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덮었고 일상을 집어삼켰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결국 생활을 간소화시켰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개인적인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다. 개인적인 시간을 누려보지 못한 사람들은 당황할 수 있다. 특히 치과의사들처럼 늘 바쁘게 움직이던 사람일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게다가 지속되는 암울한 뉴스와 현실을 걱정하다 보면 점점 더 우울해지는 모드로 몰입하게 된다. 이때 우울모드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우선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남는 시간을 근심과 걱정에 사용하지 말고 즐거움과 행복으로 전환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는 것들은 그냥 놔두면 되는 것이 자연계 법칙이다. 혹독한 추위도 때가 되면 사라지는 것이 자연법칙이다. 오랜 옛날 혹독한 추위를 피해 동굴에 머물던 사람들 가운데 벽에 그림을 그리며 놀았던 사람들은 동굴벽화라는 작품을 남겼다. 자연계에서 현실이란 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최재천 교수는 코로나19에게 인류는 블루오션이라고 설명했다. 자연법으로 보면 코로나19는 얼떨결에 인류에 들어와 보니 블루오션이다. 그런데 숙주가 너무 약해서 금방 죽어버린다. 결국 자연법은 숙주를 오래 살리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19 치명률은 감
요즘 봄날 햇살이 따스하다. 겨우내 길어진 머리칼이 거추장스러워 자르고 싶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미루다가 지난 일요일에 드디어 손질했다.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늘 다니던, 젊은 남자사장의 헤어숍을 들러 머리칼을 자르고 나니 시원하고 개운하다. 8,000원이라는 사장에게 1만원을 드리니 고마워한다. 현금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택시탈 때 같이 종종 잔돈을 거슬러 받지 않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요즘 모든 것을 카드나 스마트페이로 결제하다 보니 조그만 고마움과 성의 표시가 사라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나서고 바로 옆에 위치한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일요일 오전에 느끼는 여유와 넉넉함이 감미로운 커피향과 아우러져 잠시나마 일상의 행복을 느꼈다. 돌아오는 길에 2년간 손질을 미뤄왔던 고무나무 분갈이를 위해 화원에 들러 화분과 흙을 사고 눈에 띄는 화사한 꽃 화분도 하나 샀다. 고무나무 뿌리가 화분 밖으로 탈출까지 한 것을 보니 그동안 무슨 일로 분갈이도 못해 주었나 하는 반성을 하며 정성껏 끝내고 물을 흠뻑 주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다. 고무나무가 고맙다고 말을 하는 듯하다. 미뤄왔던 일을 해결하니 자신이 대견해졌다. 요리가 취미이다 보니 저
저녁을 먹으려고 테크노마트 엘리베이터를 탔다. 벽에 영화 ‘기생충’ 포스터가 보인다. 아카데미상 트로피 4개가 그려진 수상 기념 포스터였다. ‘2020년 아카데미상 4개 부분 수상’이란 말을 10년 전에 했다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는 이야기보다도 10배는 더 안 믿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소감에서 언급한 ‘인셉션’ 영화처럼 꿈속 이야기 같다. 기생충이 국가 간 계급을 넘어선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정확히 표현하면 주류에 합류한 것에 대해서이다. 한국이 영화도 만들 줄 아는 나라라고 이제 알게 될 사람들과 그들을 만날 한국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감독이 주도하고 자본이 투입되고 관객이 호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늘 감독이 원하는 대로 작품이 해석되는 것만은 아니다. 영화‘82년 김지영’이 그렇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30대 여성이 느끼는 아픔을 나타냈다. 하지만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는 필자 시각에서는 작가 의도는 좋았지만 과한 설정이 영화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트렸다. 감독은 육아와 경력단절, 한국적 가족문화 속에서 겪는 여성갈등을 표현했다. 올해 39세인 주인공은 이따금 엄마 인격이나 할머니
일상을 살면서 매일이 같고 따분하고 무료하다고 말한다. 시험에 합격하거나 진급을 하면 기뻐하지만, 그 또한 시간이 조금 지나면 곧 일상이 된다. 요즘 코로나19로 하루하루가 긴장인 상황이 되고 보니 그런 일상에서 누렸던 평범함이 얼마나 행복하였는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별일 없는 무료한 하루가 진정으로 행복하고 기쁜 날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일상에서 기쁨이란 것은 맥주를 마실 때 첫 번째 한 모금 같은 짜릿함뿐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통상 기쁨은 익숙함으로 바뀌고 다시 일상이 되고 무료함으로 변한다. 지금 코로나19는 우리를 힘들게 한다. 사람이 있는 곳은 어디를 가도 조심하고 긴장을 늦추질 못한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급감하고 고객들은 매우 예민해져 있다. 매스컴을 보면 볼수록 우울모드로 들어간다. 연관된 모든 것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반면 그 속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고전분투하는 의료진들과 관계자들 모습은 삶을 기쁘게 만든다. 하지만 자신들 동선을 숨기며 타인에게 배려하진 않는 사람들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처럼 한 가지 사건에서 기쁨, 슬픔, 어려움을 모두 경험한다. 물론 경중이 있다. 경중 또한 자신 기준으로 생각하니 타인 입장에서 보면 또 다
대구, 울산, 포항, 부산시치과의사회와 경남·경북치과의사회의 임원 및 회원 치과의사 선생님들께 위로의 말과 힘내시라는 응원을 보냅니다. 생각치도 못했던 코로나19 유행으로 당황스럽고 참담하시기까지 하리라 생각합니다. 글을 쓰면서도 여러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르고 스쳐 지나갑니다. 모두 힘든 여건에서 조금 더 힘을 내시고 견딜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호흡기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 현장에서 환자 구강보건을 담당해야 하는 치과의사는 절대적으로 감염에 취약합니다만, 전신 스크럽을 하고 진료할 수 없는 것도 개원 치과의사들의 현실입니다.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감염 우려에 대한 두려움은 증가됩니다. 지난주 제가 근무하는 대학병원에서 치과 직원 1명이 발열증상을 보여 모두 긴장하였습니다. 그 순간 수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2주 동안 자가격리는 어떻게 하나, 치료 중인 환자는 어떻게 하나, 당장 오늘 저녁은 어디로 가나, 그동안 진료한 환자에게 어떻게 알리나, 가족들은 감염되지 않았을까 등등 수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이 지역 선생님들은 저보다도 더 심하게 매일매일이 그와 같은 나날이라 생각됩니다. 진료한 환자가 확진자로 판명되면 어떻게 하나, 내가 걸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