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처음 내원하여 상담을 시작하면 필자는 늘 첫마디로 “무슨 일로 내원하셨나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환자에게 내원한 이유를 직접 묻는다. 이런 직접적인 질문에 많은 환자들이 “부정교합을 개선하고 싶어요”라는 답변을 한다. 마치 모범답안을 이야기 하듯이 대답한다. 이 때 필자는 다시 한 번 더 “정교합이 아닌 상태를 부정교합이라고 합니다. 이는 마치 시험에서 100점인 정교합과 100점이 아닌 모든 점수를 부정교합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답변 말고 무엇을 개선하고 또 고치고 싶으신 것인지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이 두 번째 질문에 다수가 “교정치료 받으러 왔습니다”라고 답한다. 필자는 다시 “필자는 교정의사여서 교정치료 밖에는 행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당신이 저를 만난 것은 교정치료를 위한 것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이는 택시를 타고 어디로 ‘모실까요?’라는 질문에 ‘운전해!’라고 답변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택시의 목적지를 질문합니다. 교정치료는 수단입니다. 수단을 통하여 당신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3번째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질문을 3번 받은 환자들은 보통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말문을 닫
‘격동의 시대’는 일반적으로 4.19 이후 군사정권부터 문민정부가 수립되기 이전까지 경제적 고도 성장기를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도 한국은 격동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예전에는 경제적인 면이었다면 지금은 정신·정서·문화적인 면에서 격동의 시대이다. 요즘 들불처럼 번지는 ‘미투운동’은 정신문화적 격동의 시대를 보여준다. 미투 사건은 개인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개인적 측면에서 보면 어느 사회든지 비열한 인간들이 있다. 많고 적음이 문제이다. 비열한 인간은 대상에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 자신의 지위와 힘을 이용해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들이 여성에게 행하는 비열함의 하나가 미투이다. 두 번째 사회적 면에서 보면 한국 여성들이 그동안 변질된 가부장적 폐습 아래에서 고통받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가부장 사회의 기본은 가부장의 철저한 도덕성에 기초한다. 그런 사회에서 도덕성 변질은 심한 사회적인 혼란을 초래한다. 우리사회는 조선시대 사회 전반에 걸쳐 오랫동안 자리 잡은 유교의 도덕성을 기본으로 한 가부장적 사회였다. 유학 중에서도 가장 도덕성을 강조한 주자학이 주류를 이루었다. 한국학을 전공한 일본인 교수 오구라 기조는 ‘한국은 하나의
청주 치과의사 피습사건에 대해 생각하면서 참담한 심정에 한동안 이 글을 시작하지 못했다. 우선 피해 선생님이 빨리 회복하시기를 기원한다. 2016년 광주에서 발생한 피습사건 이후 2년 만에 재발한 흉기 피습이므로 걱정이 앞선다. 광주와 청주라는 연관성이 없는 지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우연적 일과성이 아닌 향후 전반적이면서 반복될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기 때문에 그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 글이 치과의사들에게 범인들의 심리상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다시는 유사한 형태의 사건이 발생되지 못하게 예방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두 사건을 비교해보면, 크게 범인이 흉기를 사용한 점, 40대와 60대의 성인남자, 지속적인 불만을 토로해온 것, 치료 중인 의사를 뒤에서 공격한 것 등이 유사하다. 이 4가지 요소를 분석해보면, 40대 이후의 성인 남자가 등 뒤에서 흉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상대가 강자이고 자신이 약자라는 동물적 본능을 암시하고 있다. 이 두 사건의 두 번째 유사성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범인들은 자신들의 요구나 주장이 더 이상 개선될 객관적 가능성이 없음을 인지했기 때문에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피해자들이 모르게 접근해 가
시대가 변했다. 무술년 첫 번째 이슈가 ‘me too’로 시작되었다. 시대의 변화는 생각과 사고의 변화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세대는 과거 자신들의 사고를 바꾸지 못하여 습관적으로 상투적인 말과 행동을 행하지만 이미 시대는 인정하지도 용서하지도 않는다. 예전이었다면 올림픽 남북단일팀이라는 정치적 이슈가 나오면 막연한 기대와 희망의 이슈가 되었지만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이라는 구세대의 정치적인 판단은 2030세대의 강한 저항을 직면하고 놀랐을 것이다. 그들은 남북단일팀의 정치적인 목적보다 그동안 선수 각자가 노력해온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me too’도 이런 생각 변화의 선상에 있다. 조직이나 사회 권력을 등에 업고 개인의 가치를 침해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기에 가능하다. 예전이었다면 평창올림픽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뒤쳐진 한 명의 선수를 버리고 오는 것도 불가능하였지만 해명 기자회견에 그 한 명이 참석하지 않는 것도 불가능하였다. 평창올림픽 여자 팀추월 사건은 확실하게 시대가 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변화에 대한 각 세대 간의 인식 능력 차이도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다. 감독은 과거의 행태를
미국의 시인, 작가, 배우, 가수, 인권운동가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여성 중 한 명이며 오프라 윈프리의 멘토였던 마야 안젤루는 자신을 만든 사람이 엄마였다고 했다. 그녀는 부모가 선택해 하는 말이 자녀에게 강한 영향을 준다고 하면서 “말은 몸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우리를 건강하게 하고, 희망적으로 만들고, 행복하게 하고, 높은 에너지를 갖게 하고, 놀랍게 하고, 재미있게 하고, 명랑하게 만들어준다. 반면 우리를 의기소침하게 만들 수도 있다. 말은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와서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못마땅하게 하고, 화나게 하고, 마침내는 아프게 한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마지막 저서인 ‘Mom & Me & Mom(엄마, 나 그리고 엄마)’는 엄마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우쳐준다. 일상에서 부모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나이는 10대이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부모들이 이해하고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10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일단 10대의 대부분은 성숙하지 않은 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뇌의 감정중추는 12세가 되어야 발달하고 감정중추가 발달해야 EQ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10대의
버스 정거장으로 가는 중, 스마트폰 진동이 온다. 집에 도착할 시간과 필자가 탈 버스가 몇 분 후에 도착할지 가르쳐준다. 필자의 이동 방향과 위치를 파악하여 구글신이 가르쳐준다. 필자는 구글신(神)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신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에서 인류에 등장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예언으로 신의 영역이었다. 그런 신의 영역이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영역으로 내려왔다. 역으로 보면 신의 영역이 줄어들었다. 모든 종교의 신들은 인간의 한정된 수명에 따른 죽음이라는 미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구글신은 반대로 철저하게 지금과 현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신앙을 강요하지도 않고 헌금도 없다. 하지만 개개인 각자의 삶 속에 점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특히 청소년에서는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다. 구글신은 일반 종교의 신들과 달리 응답이 빠르고 생리학적으로 바로 전두엽에 도파민을 생성해준다. 이것이 구글신 즉, 인터넷교로부터 탈출하기 힘든 이유이다. 마약중독이나 도박중독과 같은 중독에 빠진 사람들의 뇌는 대체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마약이나 도박은 뇌에 행복과 만족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을 과다분비하게 하여 뇌의 전두엽을
모 방송국 개그 코너를 보고 요즘 젊은이들 생각이 기성세대와 너무도 다른 것을 실감했다. 최근에 개그 코너를 보면서 젊은 층의 유머감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간간히 젊은 세대의 생각을 엿보기 위해 일부러 보기도 한다. 얼마 전 한 개그맨의 멘트 한마디가 세대 간에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주제는 “왜 졸업식 날이 짜장면을 먹는 날이라고 했을까?”였다. 답변은 “돈이 많이 안 들어서”라고 했다. 그들은 진짜 짜장면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 필자가 초등학교 2학년인 1970년에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278불이었다. 고3이던 1980년에는 1,559불이었다. 70년대에 국민소득 1,000불에 100억불 수출이 국가의 목표였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수제비를 먹었고 심지어 국가에서는 분식장려운동과 혼식장려운동까지 했었다. 그 시절 짜장면은 외식의 대명사였고 외식은 1년 중 큰일이 있을 때만 가능했다. 그런 이유로 가장 큰 행사인 졸업식에 짜장면을 먹었다. 짜장면을 가장 싼 음식의 대명사로 인식하고 있는 지금 세대가 이런 사정을 모르니 그리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개그를 보던 필자의 마음은 씁쓸했다. 요즘 세
요즘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변화가 일고 있다. 심지어 어떤 분야에서는 너무 빨리 변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가상화폐 열기는 사회가 잠시 걸리는 일종의 감기 같은 현상이다. 동급생을 왕따시켜 투신으로 내몬 초등학생이 법원에 송치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은 교실이 붕괴되었음을 보여준다. 육아·가사하는 ‘집돌이’ 남성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7만명이 된 것도 고령화에 여성고용이 증가하고 사회인식이 변하면서 집안일만 하는 여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이유이다. 체감하는 변화는 빠르지만 이는 사회학에서 말하는 고도 성장사회(개발도상국)에서 저성장 성숙한 사회(선진국)로 변해가는 한 과정일 뿐이다. 선진국은 저성장 복지형 사회로 북유럽형 사회이다. 특히 10% 정도의 고도성장을 경험한 사회가 2~3%의 저성장 사회가 되었을 때 체감하는 상실감은 증가한다. 지금 우리사회가 여기에 해당된다. 2~3% 성장이라는 것은 풍요의 후퇴로 다가온다. 체감경기는 점점 나빠지고 자신의 경제적 지출능력이 감소됨을 경험한다. 이는 복지비용 증가에 따른 실질 소득의 감소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대박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힘든 현실이고, 차분히 자신의 일만을 하는 사람에게는 안전한 구
한 엄마가 중학교 1학년 딸과 내원하였다. 학생은 무표정에 짜증난 얼굴이었고 대답 속에 매사 짜증이 묻어 있었다. 학생을 대기실로 내보내고 엄마와의 상담에서 엄마가 딸의 심한 사춘기로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필자는 심리 상담과 호르몬 조절을 위한 치료를 받아볼 것을 권유하였다. 일반적으로 사춘기에는 신체적 변화가 심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전두엽을 비롯한 뇌 전체가 짧은 기간 동안에 엄청난 변화를 하는 것을 간과하기 쉽다. 사춘기 뇌는 더 쉽게 상처받을 수 있고 외부 변화에도 취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잘못된 입시 시스템으로 인해 누구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또래 친구가 없어 고립되는 등의 심리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부모나 사회는 이것을 알면서도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애써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중2병’이라는 말로 그냥 무시하고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적 분위기가 상담과 약물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진다면, 사춘기 청소년들은 좀 더 좋은 정신적·정서적인 환경에 놓일 수 있다. 급속
새해는 새롭게 시작할 때이다. 새로운 시작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 우선 처음 시작하는 경우에는 시작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면 그동안 해오던 일이 있던 사람은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기존의 하던 일을 모두 접고 새롭게 시작하는 방법과 기존의 틀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새롭게 변하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 방법 중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방향 전환을 위해서는 익숙해진 습성을 고치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애착이 강하거나 완고할수록 어려워진다. 따라서 선택을 위한 판단은 스스로 보다 객관적인 협조를 얻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면 철저하게 본인 색을 지운 객관적인 판단을 따른 것이 좋을 수 있다. 개인을 떠나 현대 사회에서 이미 구성원들은 나이에 따르는 역할이 구분돼 있다. 10대는 사고력을 넓히기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을 일을 찾아야 한다. 20대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되는 일 중에서 해야 되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30대는 자신을 잊어버리고 사회에 적응하며 활동하고 적극적으로 경쟁해야 한다. 40대는 유효성을 생각한다. 실용성과 비실용성에 따라 행동한다. 50대는 안전과 보장을 생각하는 시기이다. 60대는 보장을 추구하는 시기이다.
무술년을 맞이하여 독자님들에게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하며 글을 시작한다. 동양학에서 무술(戊戌)이란 천간인 戊와 지지의 戌이 만난 것으로 戊는 오행으로 토에 해당하고 戌 또한 토에 해당한다. 천간과 지지가 순일한 토의 기운의 해이다. 戊는 정신적으로 지성을 의미하여 각자가 스스로를 각성하고 돌아보는 기회가 되는 해이다. 戌은 시간적으로 수확이 모두 끝난 겨울을 앞둔 가을을 의미한다. 이때는 지나온 봄에 노력한 결과가 모두 나타난 후이다. 봄에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면 수확할 것이 많았을 것이며 그렇지 않았다면 없음을 실감하는 때이다. 또 이때가 모든 것이 결론이 지어지기 때문에 지난 것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구상을 시작할 수 있는 때이다. 한마디로 戊戌년은 지난 것을 모두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해이다. 동양학은 일의 실패를 패배로 인식하지 않고 진정한 성공을 위한 귀중한 경험으로 인식한다. 그런 소중한 경험을 얻고 새롭게 변하는 때가 戊戌년이다. 변화는 스스로 변하는 것이 있고 어쩔 수 없이 변해지는 경우가 있다. 어차피 변해야 한다면 스스로 변하는 것이 진취적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것이 있다면 어떻게 변할 것인가이다. 세상은 빠르게
얼마 전 상담실로 들어오는 초진 환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필자의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선입견이 떠올랐다. 환자의 외모가 압구정형 얼굴에 상당히 예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선입견을 지니면 안 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동안의 경험을 통하여 알게 모르게 필자만의 선입견이 만들어진 모양이다. 필자의 경험은 “예쁜 사람이 조금 더 예뻐지기 위해 올 경우는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전형적인 압구정형의 얼굴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우선 갸름한 얼굴을 위하여 사각턱수술은 기본이다. 눈은 앞트임과 뒷트임을 하여 크게 만들고 코는 바비인형처럼 뾰족하게 만든다. 이마에는 필러를 넣어 서양 아기인형처럼 볼록하게 만든다. 여기에 필요하다면 광대축소수술을 받으면 얼굴은 거의 손본 것이다. 일단 얼굴이 끝나면 가슴으로 내려가서 가슴확대수술을 하고 배로 내려간다. 수영복을 입기 위하여 여자는 예쁜 배꼽수술을 하고 남자는 초콜릿복근수술을 한다. 허리와 배의 지방흡입술은 기본이다. 다리로 내려가서 종아리축소술을 마치면 거의 완성이다. 이런 일련의 성형투어가 끝나면 압구정형 얼굴이 탄생한다. 그런 투어의 마지막에 필자를 찾아왔으니 경각심이 생기는 것이
얼마 전 어린이 장난감 천국의 대명사인 토이저러스 회사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였다. 전 세계 37개국에 990여 매장을 지닌 대규모의 세계적인 기업이었으나 설립되고 70년 만에 망하게 되었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불과 20년 만에 급속히 몰락하였다. 몰락의 원인은 두 가지로 추측된다. 첫째는 아이들의 장난감 소비 기호의 변화이다. 아이들이 생각하며 조립해야 하는 레고나 손으로 조작해야 하는 장난감보다는 스스로 생각할 필요 없이 말하고 움직이고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스마트폰과 모바일 게임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오프라인 매장의 몰락이다. 토이저러스는 장난감 매장 자체가 놀이공원이었다. 필자의 첫 느낌은 어린 시절 꿈꾸던 장소에 온 느낌이었다. 아마도 백화점 쇼핑을 좋아하는 분들의 심정이 그러했을 것이다. 요즘 소비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다보니 오프라인이 경쟁력을 상실하여 결국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젊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과 장난감 매장에 같이 가서 놀아줄 시간이 없거나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토이저러스의 몰락은 소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회사의 잘못도 있지만, 핵심은 이런 회사가 망할 수밖에 없는 시대환경이다.
조선시대 고종이 즉위하고 2년 지나 대원군이 경복궁 재건을 발표하던 1865년에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수학교수였던 수학자 루이스 캐럴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책을 발간했다. 한 소녀가 꿈속에서 토끼굴에 떨어지고 이상한 트럼프의 나라로 여행하면서 겪는 신기한 일들을 그린 동화이다. 어린이를 좋아하고 어린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겨했던 작가는 학장 집에서 하숙하던 옥스퍼드대학 교수 시절에 학장의 어린 딸 앨리스와 놀면서 만든 이야기를 그녀의 이름을 주인공으로 하여 동화책으로 만들었다. 그 책은 당시 어린이들을 어른의 부속물로 생각하던 풍토를 해학적으로 비평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오늘 문득 아침에 눈을 뜨니 필자가 마치 토끼굴에 떨어져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필자가 37세 시절의 눈으로 20년이 지난 지금을 바라보니 너무도 이상한 나라에 와있는 느낌이다. 미국대통령의 이름이 트럼프란다. 연봉 13만불 이하의 외국인은 모두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연봉 13만불이 넘으려면 국내에서는 대기업 임원이나 중소기업 사장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트럼프는 동화 속 트럼프 나라 하트여왕의 느낌을 준다. 중국이 경제대국이 되어 한국기업
외래에서 치료를 잘 받고 있던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뜬금없는 질문을 받는다. “지금 나에 대한(우리 아이에 대한) 치료가 잘되고 있나요?” 이에 필자는 순진하게 초진 모형을 보여주면서 그동안 진행돼온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그런데 그 뒤에 다시 환자의 질문이 따라온다. “그럼 진료가 언제쯤 끝날 수 있나요?” 여기에 대해 다시 초진 시에 설명한 차트를 리뷰하면서 처음에 계획한 것과 특별하게 달라지는 것이 없을 거라는 대답을 한다. 그 뒤에 다시 질문이 들어온다. “내가(아이가) 여름방학에 여행을 계획하려는데 그전에 끝날 수는 없는 것인가요?” 이 마지막 질문을 들으면 그제야 비로소 환자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만 이때 필자의 마음은 속았다는 느낌, 당했다는 느낌에 화가 올라온다. 처음부터 “여름방학에 일이 있으니 그때까지 치료가 끝날 수 있나요?”라고 질문하면 될 것을 빙빙 돌려가면서 질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상대에게 굴욕감을 주거나 허탈하게 하고 화를 나게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이 문제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우선 그 내면의 심리에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 심리가 깔려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