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의료진-환자간의 관계도 능동-수동의 관계에서 지도적 협력관계를 거쳐 상호참여의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외국에서도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환자를 1900년대에는 ‘태만하다(defaulters)’라고 비난하였지만 1950년부터는 ‘믿음이 안 간다(faithless, untrustworthy)’는 정도의 표현으로 순화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순응도가 ‘떨어진다(non-compliance)’는 표현으로 바뀌었듯이 세계적인 추세인 것이다. 이는 진료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만이 아니라 의료진과 환자간의 신뢰를 형성하여 심리적 지지를 통해 동기부여를 함으로써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생활습관을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련의 과정까지도 포함함을 의미한다. 사실 전문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객관적인 진료를 하는 의료인에 비해 환자의 입장은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즉 스스로 자기의 몸 상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매우 주관적이며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질병을 판단하는 근거는 가족이나 친구 혹은 TV·인터넷·잡지 등에서 얻은 단편적인 지식이 주가 되는 경우가 많
거머리에게 두 딸이 있어 다오 다오 하느니라 족한 줄을 알지 못하여 족하다 하지 아니하는 것 서넛이 있나니 곧 스올(grave)과 아이 배지 못하는 태(womb)와 물로 채울 수 없는 땅(desert)과 족하다 하지 아니하는 불(fire)이니라.”(잠 30:15~16). 이처럼 거머리는 욕망 가득하고 이기적인 사람을 비유할 때 사용되곤 한다. 거머리를 의인화하여 두 명의 딸로 표현하였지만 원문에서는 two suckers 즉 거머리에 있는 두 개의 흡착판을 말한다. 하나는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달라붙는 데, 또 하나는 피를 빨아먹는 데 사용된다. 거머리는 자기 몸의 5~10배에 해당하는 양의 피를 빨아들인다고 하니 욕심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과 필요보다 더 가지려는 탐욕으로 점철된 거머리를 보노라니, 행복이란 성취/욕망이라고 정의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생각난다. 필자는 성공한 치과의사보다는 행복한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성공한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희생해가며 얻는다면 진정한 성공일까? 과연 행복할까? 칼럼을 쓰면서 자문해 본다. 성취하는 게 많을수록, 얻고자 하는 욕망이 적을수록 행복할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
얼마 전 집안 행사로 모두 모인 자리에서 둘째 놈에게 20여 년간 궁금했던 질문을 던져 보았다. 어렸을 때 장난감 가게에 갈 때마다 이상하게도 형이 고른 똑같은 장난감을 고르는 것이었다. 우리로서는 다른 장난감을 고르면 서로 바꿔가며 놀 수 있어 경제적일 것 같은데 둘째 놈은 이상할 정도로 막무가내였다. 그때 우리 부부의 결론은 소심한 성격 탓으로 돌리고 사 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답을 듣기까지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형이 산 장난감은 당연히 형 것이고 자기가 다른 것을 고른다면 그것마저도 몇 시간 뒤면 형의 차지가 되기에 안전하게 같은 것을 골랐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식과 부모 사이에도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면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오랜 세월을 살 수밖에 없다.지난해 친구 부부와 스페인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유럽이 처음이었던 친구는 가는 곳마다 감동의 연속이었다. “유럽 사람들이 이런 왕궁을 지을 때 우리 선조들은 뭘 했을까? 왜 우리는 거대한 석조 건물로 지을 생각을 못 했을까? 그렇게 했다면 지금쯤 관광 수입으로 편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그들에 대한 부러움, 조상에 대한 아쉬움을 계속 토로하고 있는 친구에게 우리의 궁궐 건축은 주위의 경치
너무도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면 사람이 멍해지는 경우가 있다. 다나의원에서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 대부분의 의사나 치과의사 심지어 의료계 종사자들까지도 고개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특별히 그럴만한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어떤 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며, 거의 모든 병원에서 절대로 그런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기사에서 의사는 몸이 불편한 상황이라 일반인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인데 결국 몰라서 그렇게 된 일로 정리가 되었을 때, 감염관리의 기본도 안 지킨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그 후, 관리는 엄격해졌다. 1회용 주사기 재사용에 대해 공익제보를 받고 1회용 의료용품에 대해서는 엄격한 관리를 하겠다고 한다. 또 의사들 보수교육을 강화하고 대리출석 등을 엄단하겠다고 한다. 의사 본인이 진료가 불가능한 건강상태라면 동료검사를 통해서 면허를 제한하겠다고 한다. 원칙적인 이야기로 보았을 때는 당연한 이야기이다. 1회용은 한 번만 쓰는 것이고 진료가 불가능한 의사는 진료현장에서 격리하고 보수교육은 제대로 받아야 한다. 그런데 통제, 규제가 국가의 역할이라고 착각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 시스템의 구축이 국가의 역할이다. 그
지난 1월 30일 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기수련자 및 미수련자, 학생을 포함한 전문의 경과조치 부여안이 통과되었다.표결도 근소한 차이였고 논쟁도 치열해서 토론종결 여부 투표까지 했다고 한다. 과연 반세기 넘게 끌어온 치과계 필리버스터는 끝났는가? 임시총회 직전까지도 전문의 문제에 대한 각양각색의 혼선과 시비를 접할 때마다 치과계가 무난한 합의에 이를 것인지 의구심이 있었는데 결과가 나오기는 나왔다. 그럼에도 개원의들의 반응은 양치기 소년의 늑대 출현설을 대하듯 시큰둥하다. 너무나 긴 세월, 소수정예안과 다수개방안이라는 냉탕과 온탕을 들락거렸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정말인가 라고 의문을 갖는 이유는 2001년 경주 대의원총회의 황금률(소수정예 8%유지, 기수련자 기득권 포기, 치과의원의 전문과목 표방금지)이라든지, 2009년 구강외과 단일안이 포기되고 철회되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헌법재판소 판결과 각 이해단체 소송으로 인한 학습결과 다수개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임계점에 이른 셈이다. 사실 복지부와 치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전문의 문제 타결에 의욕을 보이고 있고 합의점에 근접해 있기도 하다. 복지부안이 기수련자에게만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향후 미
진료업무 외에 회무를 하다보니 자료를 찾아 볼 일이 종종 있어 보건복지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부터 느끼던 것이지만 보건복지부나 공단은 일반 국민들과 직접 접촉하는 업무가 많고, 그에 대한 안내를 잘 하는 것 같다. 물론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심평원도 조금씩 일반 국민들에게 홍보도 하고 광고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도 한다. 그러나 병원에서 진료비를 많이 받으니 신고해 달라고 하는 느낌을 받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심평원이 원주 시대를 열면서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했다. 직관적이고 단순한 디자인을 통한 효율적인 정보 제공에 목적을 두었고, 기존에 혼재되어 있던 요양기관 메뉴와 국민사용 메뉴를 분리해 사용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심평원 관계자는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전면 개편해 누구나 쉽게 원하는 정보로 빠르게 이동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홈페이지를 통한 사용자 중심의 정보 공개를 계속해서 이끌어나가겠다”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기존의 홈페이지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기 쉽지 않았던 것은 일반 치과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정보가 있긴 하지만 그 정보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려면 상당히 복잡한
현 집행부 출범 이후 서서히 불거지기 시작한 전·현직 협회장 간의 갈등이 도를 넘어선 것 같다. 협회장과 협회 임원들을 믿고 협회장의 꿈을 맘껏 펼치게끔 그 비싼 협회비도, 성금도, 막대한 금액의 연봉까지도 아낌없이 내주는 전국의 회원들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건가?전문의제도, 직선제, 1인1개소법 합헌유지, 유디치과, 사무장병원, 열악해진 개원가 문제 등 치과계에 중요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는데 이런 이슈들보다 전·현직 협회장의 볼썽사나운 내분을 지켜보는 전국의 회원들은 답답하다. 아니 화가 난다! 필자도 치과의사 면허를 딴 지 벌써 40년이 거의 다되어가고 나름 구회, 지부, 협회에 관여를 많이 해왔지만 치과계 유사 이래 협회가 이렇게까지 혼돈스러운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전임 회장의 대정부 로비에 관한 검찰수사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한 신구 협회장 간의 갈등은 작년 총회에서 미불금 문제로 다시 갈등이 재연되어 전임 집행부와 현 집행부 사이에 깊은 골이 생기는 듯 했고, 양측이 현명한 해법을 못 찾고 갈등은 점점 깊어지며 대결 구도로 진전되어 가더니 급기야는 네 편, 내 편으로 나뉘어 편 가르기까지 진행되었고 현 집행부 내부의
‘치과촉탁의’란 무엇일까? 갑자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치과의사들은 이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무엇을 하는 것인지 모를 것이다. 필자도 대한여자치과의사회(이하 대여치)의 정책연구팀으로 참가하면서 ‘치과촉탁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올해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시설에서 의사, 한의사뿐 아니라 치과의사도 촉탁의로 활동할 수 있다. 시행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대한노년치의학회의 연구를 바탕으로,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여치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제도가 잘 정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대여치의 정책연구팀은 2박3일의 여정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2014년에 이미 65세 이상의 인구가 총 인구의 26%가 되어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 2025년에는 65세 이상이 30%가 된다. 즉 약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되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심각성에 대해 많이 들었으나, 직접 보고 느끼면서 앞으로 우리가 시행해야 할 치과촉탁의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첫째, 치과촉탁의란 요양기관에 가서 단순히 예방차원의 지도만으로는 요양기관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효
좋은 의사를 양의(良醫)라 하고, 유명한 의사를 명의(名醫)라 한다.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명의는 ‘이름이 드러난 의사’라는 뜻이고, 양의는 말 그대로 ‘좋은 의사’라는 뜻이다. 양의나 명의 모두 사회가 바라고 아끼는 존재이다. 옥편을 보면, ‘名’은 저녁이 되어 날이 어두워지면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고, 그래서 헛기침을 하면서 말소리로 “나는 김 아무개요”, “나는 이 아무개요”라고 자기를 밝히는 데서 유래했다. 그러고 보니 ‘명’은 남이 나를 알아보라고 내가 나를 초들어 일컫는 말인 셈이다. 그렇듯, 유명한 사람은 남이 알아내기도 하고 스스로가 밝히기도 해서 생겨난다. 세상이 개명되어서 인지, 요즘 신문이나 잡지를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노라면, ‘명’자 붙은 게 많은데 놀란다. 명의, 명약, 유명처방, 유명병원에서 시작하여 명사, 명문학교 등 명자 붙은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뿐만 아니다. 세상은 지금 온통 최첨단, 최상, 최신, 최초, 최고, 제일, 극대화 등 최상급 형용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이나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남에게 뒤질세라 선두 다툼질을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참으로 ‘높은 것 (至高)’에 사
치과 개원의로 살다보면 때론 아오이처럼 냉정한 모습이, 때로는 준세이와 같은 열정적 액션이 필요하다. 치과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시기 적절히 오가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냉정해야 할 상황에 뜨거운 열정을 보이면 피곤의 연속에 빠져들고, 열정을 다해야 할 때 냉정하게 바라만 본다면 빈곤의 나날을 보낸다. 지난 15년 동안 개원 생활에서 터득한 필자의 깨달음이다. 열정으로 가득했던 개원 초기 흥행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처럼” 냉정한 마음으로 영화도 보고 원작도 읽었다. 아오이와 준세이의 사랑에 많은 아픔과 시련이 있었지만 결국 극복하며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었던 것처럼 치과개원 생활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영화 속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애절하고 감미로운 첼로 선율과 피렌체 이곳저곳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당장이라도 이탈리아행 항공기에 탑승하고 싶은 열정을 솟구치게 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이 열정을 주로 이기는 편이라 바로 실행은 못한다. 하지만 버킷 리스트에 ‘피렌체 여행하기’를 추가함으로써 다소나마 위안을 삼는다. 영화에서 준세이는 오래된 회화를 복원하는 ‘고화복원사’다. 굉장히 생소하게 들리지만 고화복원사는 죽
이 글을 쓰고 있을 때에, 만났던 협회 이사의 전화에 불법 네트워크 치과에서 뿌린 로비성 자료에 대한 주요 일간지 기자의 확인 전화가 빗발 쳤고, 그 소리가 귀에 포성처럼 들리는 것을 보면 치과계가 전시상태임이 분명한 것 같다.연초에 선배 전화를 받았다. 모 치과전문지 기사의 진위를 알 수 있느냐는 것이었는데, 평소 보지 않던 인터넷 신문인지라 일부러 들어가 보았다. 창간 특집으로 서울 등 수도권 치과 56곳에 대한 최근 3년간의 매출액 분석 기사였다. 평균 월 매출액이 2013년 연간 4,747만원에서 2015년 4,084만원으로 줄었는데, 비급여부분이 감소가 주원인이고, 개원한지 얼마 되지 않는 의원일수록 감소폭이 크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서울 등 수도권이라는 곳이 어디인지, 56곳이 전국 혹은 서울이라도 대표할 수 있는 집단인지를 정당화 할 수 있는 근거를 밝히지 않았고, 자료가 국세청 자료인지, 보험공단 통계인지, 그냥 원장에게 물어본 것인지조차 밝히지 않았으며, 당당하게 기사화 할 수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근거 없는 기사로 선배처럼 상처받은 치과의사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매출이 줄어든 것도 맞고, 신규
대부분의 치과원장들은 고용주 입장에서 2016년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알고 있을까? 2016년 최저임금은 2015년보다 8.1%가 인상돼 시급 6,030원, 월급 126만27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월급으로 하는 경우 유휴수당 등이 포함되므로 실제 근무한 시간보다 급여를 더 계산해 지급해야 한다. 최근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률은 6.1%(2013년), 7.2%(2014년), 7.1%(2015년)였다. 치과건강보험 수가 인상률은 2.7%(2013년), 2.7%(2014년), 2.2%(2015년)였고, 2016년에는 1.9% 인상됐다. 최저임금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최소한의 시급이 이 정도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법적 강제제도다. 최소한의 시급을 법률로 강제해, 근로자를 고용하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아무 일을 시키지 않아도 고용상태에 있으면 지급해야 하는 금액인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이 재산이 많아 다른 소득이 있다 해도 그 금액은 지급해야 되는 것이다. 즉 최저임금은 생활안정을 위한 의미도 있지만 노동에 대해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수준의 금액을 정하는 것도 있다.병원입장에서 매년 정해지는 환산지수가 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과 같은 것이다. 최저임금에 대해
“나, 쌍둥이 아줌마야. 알아보겠어?” 음색은 예전 그대로였다. 다만 세월의 무게가 점점이 뽀얗던 피부에 내려앉았다. 45여년 만인가, 치과에서 특별한 환자분을 맞이했다. 독일 간호사로 나간 후 사촌형과 이혼하고 그대로 독일에 눌러앉은 형수였다. 사촌형은 10년 전 돌아가셨다. 초등학생 때 나의 엉덩이 종기를 보아주던 형수. 입안은 깨끗했다. 게르만인들 속에서 버텨낸 체력의 저력인 듯 했다. 부담 없이 차라리 잘된 생각이 들었다. 전문용어와 진료비가 개입될 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치아 나이는 40대시네요” 민망함을 감추고 구강검사를 핑계로 불쑥 온 형수에게 자존심을 지켜주느라 무심결에 그랬나? 인간 정리(情理)상 그대로 보내면 후회가 남을까봐 점심을 마주했다. 긴 세월이 흐르면 각자 기억되는 것도 다르나 보다. 형수는 필자가 초등학교 졸업식 때 대표로 상 받는데 참석한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단다. 찾아 갈 때마다 김치찌개를 푹 끓여주고 용돈을 챙겨주셨으니 점심을 많이 드시라 했다. 형수는 독일에서 내과병동에 장기근무 하다 비뇨기과 외래로 옮겨 근무했다고 했다. 은퇴 후 병원주택에서 연금을 받으며 지내는데 일 년에 한번 한국에 올 여유는 된단다. 조카를 데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는 과거에는 회원의 관리 정도가 주 업무였지만 지금은 회원관리를 넘어 회원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다양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회원고충처리위원회 활동이나 우리동네 좋은치과 사업, KDA 덴탈잡, 치과의료정책연구소의 활동들, 그리고 새내기 치과의사를 돕는 ‘덴탈 시니어 오블리제’ 같은 사업은 물론이고 각 위원회의 활동과 협회장을 포함한 임원 30명의 활동도 그 맥락에 있다고 본다. 또 최근에 개설한 콜센터도 회원을 보호하고 도와주기 위한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치과의사 수가 적고, 경기가 좋았을 때는 개원하고 치과를 운영하고 은퇴하는 것까지 모두 개인이 진행하는 것이 당연했다. 개원도 본인이 혼자 혹은 소개받은 치재상의 도움으로 대충 개원지를 정하고, 장비를 리스하고 인테리어 공사 후 오픈하면 대부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자리를 잡았다. 간호조무사 인력을 고용해도 문제가 없었기에 직원 구직도 어려울 게 없었다. 환자와의 관계도 지금보다는 좀 더 친밀했는지, 진료와 관련된 오해나 소송도 별로 없어 치협의 도움을 요청할 필요성을 크게 못 느꼈을 것이다. 은퇴의 경우도 그렇다. 보통은 개원한 자리에서 본인이 힘들 때까지 진
10여 년 전부터 치과대학 입학 정원 감축에 관해 글을 여러 번 써왔으며 올해 2월에도 입학 정원 감축을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10여 년 전부터 추진했어야 함에 만시지탄의 느낌도 있지만 그나마 다행히도 지난달 말에 협회, 한국치과대학장협의회, 치의학전문대학원장 협의회 간의 워크숍에서 치과의사 인력 수급에 관한 국내외 동향에 관해 심도 있게 토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걸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 상임위 여야 측과 복지부와 함께 치과대학 정원 감축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국회 측과 정부 측 모두 공감한 바 있다.당장 시급한 치과의사 인력 수급에 관한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첫째는 치과대학 입학 정원 감축과 10%의 정원 외 입학 감축이고, 둘째는 외국 치대 졸업생들의 국내 유입 문제와 셋째는 국내 치과의사들의 외국 진출 문제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엄청난 인구 감소가 예상되기에 우리들에게 의료 인력 수급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지난 20여년 세월 동안 필리핀을 비롯한 유럽, 남미 등지에서 유학한 많은 치과의사들이 한국으로 유입되어 이래저래 국시를 통과하고 치과의사 면허증을 받은 사례가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