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29일 ‘보건의료인력 수급 중장기 추계결과’에서 치과의사 공급과잉을 예고한 가운데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최남섭·이하 치협)와 11개 치과대학(치전원)장이 치과의사 적정 인력 수급을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치협과 한국치과대학장·치전원장협의회(협의회장 박영국·이하 치과대학장협의회)는 치과대학 정원외 입학 인원을 5% 이내로 선발키로 극적으로 합의했다. 치협과 치과대학장협의회는 지난 4일 ‘치의학교육 발전을 위한 그랜드워크숍’에서 정원외 입학 적정화 관련 MOU를 체결했다.
11개 치과대학(치전원)의 입학 정원은 750명. 이와 별도인 정원외 입학은 4개 치과대학(강릉원주치대, 단국치대, 연세치대, 원광치대)에서 2012년 기준, 최소 4.2%에서 최대 30%까지 선발해 왔었다.
특히 서울대, 부산대, 전남대를 제외한 8개 대학이 완전한 치과대학 체제로 복귀하는 2017년부터는 정원외 입학 인원이 50명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돼 가뜩이나 인력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치과계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됐었던 것이 사실. 치협이나 시도지부 대의원총회의 단골 상정 안건이기도 했던 치과대학 정원 감축 문제는 각 치과대학(치전원)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관련 논의가 답보상태였다.
치과대학장협의회 박영국 협의회장은 “치협의 요청을 협의회에서 신중히 검토한 결과, 치의학 발전을 위해 정원외 입학 인원을 현행 의과 수준인 5% 이내에서 더 늘어나지 않도록 적극 노력키로 합의했다”며 “입학정원은 단과대 차원이 아닌 대학본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만큼 5%를 맞추기 위한 행정적 노력이 필요한 만큼 치협의 지원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치협 최남섭 회장은 “치과의사 인력 수급 문제는 치과계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치전원이 치대로 대거 전환되는 오는 2017년 정원외 입학 인원의 급격한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원외 입학 적정화’를 위해 치협과 학계가 적극 노력키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또 “치협과 학계는 별개의 조직이 아니라 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소통의 부재로 서로에 대한 이해가부족했다”며 “앞으로 치협은 치의학 발전을 위한 학계와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MOU 체결로 정원외 입학 인원 규정을 담고 있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추진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정원외 특별전형 총학생수를 의과대학은 모집인원의 5%로, 치과대학 및 한의대는 10%로 규정하고 있다.
그간 고등교육법 법령개정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한의협과 업무공조 등을 추진해 온 치협은 이번 MOU가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치협은 치과대학장협의회와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관련 임원이 11개 치대·치전원동창회장과 면담은 물론, 거의 모든 치과대학장(치전원장)과도 협의를 통해 치과의사 적정 수급의 당위성을 설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치협 박영섭 부회장은 “그간 치협은 각 동창회 임원급 등으로 ‘치과의사 적정인력수급 TF’를 구성하고 치과대학장 및 치전원장을 직접 방문, 졸업생들의 어려운 개원환경과 적정인력 공급이 무산됐을 경우 심각한 국면에 부딪힌다는 사실을 강조해 왔다”며 “치과의사 국가시험연구소, 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 등 관련 상설기구와도 긴밀한 협의를 이어온 만큼 이번 협약을 계기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은 물론, 교육부와 복지부 등 정부기관을 통해 개선이 이뤄지도록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하루에 치과의원 2곳이 문을 닫고 있으며, 2012년 기준 신규개업 대비 폐업률은 73.5%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6~7년 사이 네트워크형·기업형 치과가 증가하고 있고, 1차 치과의료기관의 과포화는 과당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치과의사 적정 수급을 위해 치협과 학계가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다. 오랜 난제였던 치과의사 공급 과잉 문제가 치과계 내부 합의를 통해 의미있는 한 발을 내딛은 셈이다. 정원외 입학 인원 감축이 치과의사 적정 인력 수급의 시발점이 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학주 기자 new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