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출입금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두 매체(건치신문, 치과의사신문)의 항의성 시위가 결국 해당사의 매체 보도로 이어졌다. ‘치과계 언론은 죽었다’는 자극적인 기사와 사진으로 게재됐지만, 동료 기자들에게는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소식을 접한 일부 치과의사들은 “취재제한 등 사안의 잘잘못을 떠나 이런 식의 행태는 정당성을 부여받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불미스런 사건은 지난달 28일 개최된 치과전문지기자협회 정기총회 석상에서 발생했다. 내빈으로 초청된 치협 최남섭 회장이 축사를 읽어 내려가던 중 두 명의 회원이 단상 앞으로 나섰고, 항의성 피켓을 들어올렸다.
해당사 기자도 기자협 이사로 활동하고 있었음에도 사전에 내빈 초청에 대한 문제제기는 단 한 번도 없었고, 현장에 있던 두 매체 소속 기자들조차 ‘모르는 일’이라고 일관했다. 하지만 사태가 벌어지자 해당사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사진을 찍고 취재를 했으며, 시위 사진은 기자협 총회가 끝나기도 전 치과의사 커뮤니티에 올라갔다. 사전에 협의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며, 기자협 내부 논의도 없이 기자협 전체의 의지인양 비춰지는 것을 우려한 회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총회에서는 1년에 한번 축제의 장이 돼야 할 기자협 총회를 파행으로 이끈 책임을 물어 두 회원에 대해 ‘기자협 및 기자협 전체 회원에 대한 사과’를 의결하고, ‘구체적인 사과방법 및 징계를 포함한 조치에 대해서는 기자협 집행부에 위임’하는 내용의 긴급안건을 통과시켰다.
민영지, 기관지를 나누기에 앞서 이에 대한 회원들의 여론은 압도적이었다. ‘기자협 및 전체 회원에 대한 사과’에 대해 참석회원 28명 중 압도적인 20명의 회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1표(기권 7표)에 불과했다. ‘징계를 포함한 조치’에 대해서도 찬성 18표, 반대 8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무엇보다 두 회원은 기습적으로 시위만 하고, 오히려 총회는 불참해 참여회원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기자협 회원들은 “단상에 올라가 피켓시위를 한 것은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초청내빈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며, 기자협 총회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협회장이 아닌 기자협 및 회원들에 대한 사과부터 우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강력 시위에 나섰던 두 회원은 1부 순서가 끝나자마자 어떠한 신상발언도 없이 총회장을 빠져나갔다.
시위 동시간대, 공청회 장에선 멀쩡히 취재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두 매체가 치협의 출입(취재)제한을 받고 있느냐라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치협은 건치신문이 아닌 건치신문 특정 기자 1인에 대해 출입금지를 한 바 있고, 치과의사신문에는 공식적으로 출입제한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기자협 총회 직후 시위에 나섰던 두 회원은 전문의제도 공청회가 개최되는 치과의사회관 앞에서 “최남섭 집행부 임기 1년만에 치과계 전문지 세 곳에 출입금지를 당하거나 취재제한을 받고 있습니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시간 공청회 장 안에는 건치신문과 치과의사신문 기자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취재를 진행하고 있었다. 또한 기존 협회장 간담회 등에도 건치신문 기자는 참석한 바 있다.
또한 기자협 총회 결정은 취재제한의 정당성 등을 논의한 것이 아니다. 해당사에서는 기자협 총회에 정식으로 안건을 상정한 바 없으며, 이사회에서도 공식 안건으로 다뤄보자는 내용 정도가 오간 상태였다. 또한 그 사이 치협 출입기자단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던 바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식 안건을 상정하고 논의하는 등의 해결법을 찾는 민주적인 방법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시위와 보도로 기자협 내부의 분란을 키우고 있다.
단언컨대 치과계 언론은 죽지 않았다
해당 언론사는 동시에 똑같은 제목과 바이라인으로 기사를 게재했다. ‘치과계언론자유를희망하는기자단’이라는 이름으로 ‘2015년 치과계 언론은 죽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정식 회원사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기자협 총회 내용은 각 매체별로, 기자별로 구분해 적시하더니, 처음 듣는 기자단 이름으로 기사를 올렸다. 기자협을 편가르기 했다면 이 기자단 역시 실체를 명확히 하는 것이 맞다.
또한 ‘치협의 비위를 거스르는 기사를 쓴다고 해서 그때마다 기자의 취재를 막고 출입을 금지하고 소송까지 불사한다면’이라고 표현했지만, 문제가 된 기사의 정당성 역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치협은 건치신문과 전문의 관련 기사를 두고 법적공방을 벌인 바 있다. 치과의사신문과는 룡플란트 인수건 등과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두 건 모두 기사의 정당성은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치의신보와 건치신문 기사에 대해서는 건치신문에 정정보도문과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책임을 물었고, 치과의사신문 기사에 대해서 언중위는 정정보도문 게재를 골자로 하는 직권조정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치과의사신문은 이같은 직권조정안에 불복해 자동으로 법원으로 이첩된 상태다. 이러한 정황에 비춰볼 때 기자협 회원들부터도 무조건적으로 해당 매체를 두둔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기자협 총회는 두 기자의 항의성 시위를 두고 기자들 내부의 문제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마지막까지 기사 게재 시일을 늦춰왔다. 그러나 결국 기자협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기습적인 보도를 함으로써 모두를 허탈하게 했다.
치과계 전문지 기자들도 참으로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치과계 종사자들을 위한 신문에 매체와 기자에 대한 내용이 오르내리고, 취재현장에서도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치과계 언론은 결코 죽지 않았다. 잘한 것은 잘했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지적하고 평가할 수 있는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매체가 대다수다. 치협의 출입제한을 옹호할 생각도 없다. 분명 자유로운 취재활동은 보장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 불거지고 있는 건은 이와 별도로 논의돼야 한다. 무엇보다 과격한 방법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자극적인 기사만이 언론의 정의를 살리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