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듣게 된 동료 치과의사들의 대화에는 불법·과장 의료광고, 불법 유인물 등 일부 치과의사들의 도를 넘는 행위에 대한 분노, 그들로 인해 피해당하는 주변 치과들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있었다. 그렇게 상업주의에 물든 치과의사들의 과잉진료로 고통받았던 환자들 이야기를 하면서 한탄하다가 결국, 치과계 현실에 대한 체념으로 그 대화는 끝났다. 실상 법적으로 크게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지역 보건소에 신고해도, 이렇다 할 처분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대화를 잊으려는 듯 아이 크는 이야기, 여행 이야기 등이 시작됐고, 그제야 즐거운 대화가 이어졌다.
대화에 나타난 상황은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일상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치과의사는 신뢰를 잃을 것이고, 의료전문직에게 강조되는 ‘환자의 이해 우선’, ‘환자 중심’, ‘환자 안전’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다행히 지난 2월 28일 의료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어, 2015년 헌법재판소의 일부위헌판결로 사실상 폐지됐던 의료광고 사전심의가 부활하게 되었다. 위헌결정 이후 사전심의 건수는 1/10로 줄었고, 인터넷 의료광고모니터링 결과 2016년 2~5월 75개, 2016년 8~10월 174개, 2017년 8~10일 318개로 불법광고가 지속해서 증가했다. 이에 의료계와 시민사회는 환자안전의 우려를 제기하면서, 의료광고 사전심의 부활을 주장해왔다.
개정법은 위헌소지를 없애기 위해 심의기구의 다양성과 독립성, 자율성을 명문화하였다. 또한 사전심의 대상을 교통수단 내부광고물, 스마트폰 어플로까지 확대하였고, 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과 명칭을 표방하는 광고도 금지사항으로 추가하였다.
우리는 지난 불법 네트워크 척결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인 1개소법’을 쟁취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의료의 질을 높이고 환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의료광고 사전심의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잘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새로 개정된 법률에서는 의료인단체뿐 아니라, 소비자단체 등도 참여할 수 있는 바,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가이드라인 제작 등 관련 연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의료광고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과 단속 권한이 부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개정안은 모니터링 대상을 한정지었으며,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만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안전의 측면에서 법에서 규정하는 의료광고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행정조치를 요청할 권한도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상업주의의 폐해로 인해 국민과 의료인 모두가 고통받고 있다. 의료광고 사전심의 부활이 환자의 안전을 향상시키고, 의료인의 자율규제에 대한 신뢰를 쌓게 하는 발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