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3 (금)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무소유와 풀소유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93)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요즘 세간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집필하신 스님이 좋은 집에서 사는 모습으로 방송에 나가고부터 ‘무소유’를 쓰신 법정스님과 비교되어 ‘풀소유’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여기에 선승이셨던 숭산스님의 외국인 제자인 스님이 비난을 하다가 전화통화 후에 다시 칭찬을 하며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불교적 개념에서 보면 두 사건은 하나도 논란이 되지 않는, 의미 없는 일이다. 우선 ‘풀소유’의 반대가 ‘무소유’가 아니다. 일반 사람들은 ‘무소유(無所有)’를 한자로 해석하여 ‘소유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른 의미가 있다. 불교에서 무소유란 수행 단계 중 하나이다. 수행 단계가 9가지가 있으며, 그중 8번째 단계를 ‘무소유처’라고 부르며 ‘무한의식을 뛰어넘어 아무것도 없는 경지’라고 한다. 법정스님이 책 제목을 여기서 따오며,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행으로 소유하지 않는 기본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인 듯하다. 

 

불교의 기본개념은 ‘중도’로 선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선악이란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중도는 선도 악도 아니지만, 선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선은 당연한 기본이기 때문이다. 선하면 악을 이해하고 비로소 ‘중도’에 들어갈 수 있다. 선도 방편일 뿐 목표가 아니다. 즉 무소유는 방편일 뿐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풀소유를 하든 무소유를 하든 불교 개념에서는 아무 상관이 없다.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소유하고 있다면 영원히 소유라는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소유라는 욕망을 벗어나고 무소유라는 생각에서조차 자유로워져야 한다.

 

청정한 연꽃은 진흙탕에서 핀다. 진흙이 없으면 연꽃도 없다. 모든 불상이 항상 연꽃좌 위에 앉아 있는 것도 욕망의 진흙탕을 넘어 연꽃을 피워 부처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아직 진흙탕 속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고 불쌍한 이들이라 ‘중생’이라 부른다. 풀소유를 하든 무소유를 하든 비난의 대상이 아니며, 단지 아직 욕망을 벗어나지 못한 불쌍한 ‘중생’일 뿐이다. 

 

불교를 자비(慈悲)라 말한다. 자(慈)란 상대방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고, 비(悲)는 상대가 불행과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마음을 한 사람에서 많은 사람으로 넓혀가는 것이 수행이다. 다음으로 희사(喜捨)가 있다. 희(喜)란 남의 기쁨을 같이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마음이고, 사(捨)는 대통령이든 거지든 악인이든 모두 평등하게 대하는 마음이다. 풀소유든 무소유든, 풀소유라 그를 비난하든, 비난하는 그를 책망하는 것이든지 이 모든 것이 불교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아함경에서 어떤 사람이 부처에게 물어보았다. “당신은 왜 수행은 강조하면서 신에게 기도하는 것을 반대합니까?” 이에 부처는 “지금부터 하루 동안 당신의 신에게 기도하여 나를 강 건너에 보내주시면 믿겠습니다. 그보다 나의 발로 걸어가면 간단하고 확실하게 강을 건널 수 있습니다” 신에 대한 기도보다 현실적 수행을 강조한 석가모니에게 선이란 악의 반대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덕목일 뿐이다. 

 

불교 개념에는 비난이란 불가능하다. 비난 자체가 분별하는 상대세계에 집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악을 넘어선, 집착을 넘어선, 옳고 그름이란 분별을 넘어선 개념이기 때문이다.

 

불교 개념에 의하면 ‘너는 나쁘다’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너는 나쁘다’가 아니라 ‘너는 아직도 욕망의 세계에 사는 어리석고 불쌍한 중생이구나’이다. 혹세무민한 진흙탕 세상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부지런히 수행하여 연꽃을 피우는 것이다. 수행을 통해 욕망은 끊는 것이 아니고 끊을 욕망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소유하지 말라가 아니고 소유란 생각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 불교는 중국을 거쳐 들어오면서 도교가 섞이었고 토착사상이 추가되며 여러 개념이 혼재되었다. 무소유도 마찬가지다. 수행의 높은 단계가 그저 단순한 소유하지 않는 개념 정도로 인식되어졌다.

 

승복을 입고 세속 사람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아마도 그들에게 좀 더 높은 경지의 청빈한 삶을 기대했던 실망이 아니었나 싶다. 타인보다 내 마음의 진흙탕에서 연꽃을 피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2025년 6월, 미국 증시 S&P500 자산배분 투자 전략

2025년 이후 미국 증시는 다양한 변수로 인해 급격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효과적인 자산배분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본 칼럼에서는 2025년 6월 현재 미국 증시 상황을 기반으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자산배분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주기적 자산배분 투자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매매 전략을 수립한다.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은 경제 사이클을 연준의 기준금리 변화에 따라 A~F까지 여섯 단계로 구분하며, 각 국면에 맞는 자산 비중조절을 통해 전략적인 리밸런싱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는 B~C 구간의 가장 후반부로,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 랠리를 펼치는 시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는 위험자산을 점진적으로 줄이며 이익을 실현하고,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헤지(hedge) 전략이 필수적이다. 2024년 12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중단하면서 시장의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위축됐고 이에 따라 증시의 조정이 발생했다.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 관세전쟁이 시작되며 시장은 하락 폭을 키웠다. 같은 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조치를 직접 발표하면서 시장의 공포는 절정에 달했지만, 협상을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