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1 (목)

  •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대전 25.8℃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보은 25.4℃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사기(詐欺) 권하는 사회

URL복사

이시혁 논설위원

눈 뜨는 아침에 만나는 지면의 스토리는 대부분 극악한 사건으로 시작하는데 그나마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게 사기(詐欺)사건 정도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나쁜 놈” 하고 내뱉지만 묘한 자괴감 뒤에 다가오는 현실은 정말 대단한 사기꾼을 본다는 감탄을 넘어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었는지 어설픈 경이감마저 든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의 시작을 사기로 출발하고 작은 사기행각들을 받아들이며 보낸다. 속고 속이는 무던한 눈속임부터 변명으로 마무리될 수 없는 다양한 다툼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에게는 인생의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셈이다.

 

요즘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중 ‘남자의 물건’이라는 책이 있다. 돈 밖에 모르고 밝힘증에 익숙한 동이부화(同而不和)의 세태를 적나라하게 헤쳐 놓은 글이라 통쾌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자기 것으로 내놓을 것조차 생경한 이들의 처지라면 막상 불안증을 느낄 법도 하다. 내가 좋아하고 내세울 것마저도 주위 사람들 눈치를 보는 오늘날 이 집단주의 폭탄주 문화는 좋아하는 술마저 잊고 두 술의 황금비율과 잔 놀림의 재주에 기나긴 밤을 묻도록 만든다. 그나마 소중한 나의 물건이 먼지 속으로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영어에서도 ‘den’이라는 단어가 있다. 원래는 동물의 굴(窟)이라는 의미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작업실이나 서재의 의미로도 쓰인다. 중요한 것은 사물이건 공간이건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그 존재가 대부분 우리들에게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사기(詐欺)는 사기꾼의 엄청난 재주다. 실제로 며칠간의 밤샘 잠복 끝에 붙잡은 사기꾼을 이송하던 형사는 사기꾼의 말에 속아 단 30분 만에 풀어줄 뻔 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대동강을 팔았던 봉이 김선달의 해학도 그 바탕에는 배금주의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비수의 칼끝이 숨어있다. 다시 말해 사기의 성립에는 한탕주의가 도화선이 되는 단순한 인과 관계가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 사회는 출세와 성공을 권해왔고 멋진 자동차와 모델 같은 연인의 무의식을 이미 사람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각인시켰다. 그래서 사람들을 동화시킬 여력도 없이 종교마저도 이 거창한 사기극에 놀아나 기독교는 개독교로 비아냥 받고 석가탄신일을 바로 앞둔 승려들마저 도박판에 걸려들고 말았다. 정치는 이미 포기한 지 오래지만 이제 대다수 사람들의 심중에는 적어도 걸리지 않는다면 아예 사기를 쳐도 되는 세상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 전개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교묘한 사기의 덫과 그물에 걸린 세상에서 힘겨운 씨름을 하고 때로는 그 사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기도 한다.

 

불광불급(不狂不及)처럼 혼신을 다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는 것, 소위 취미벽(癖)에서도 그렇다. 이 사회에는 소박한 취미마저 악용해 사기를 쳐대는 인간들로 득실거린다. 그래서 그 잘난 물건이라도 제대로 즐기려면 전심을 다해 미친 듯이 파고들지 않으면 한참을 돌아야 한다. 순수와 동정의 사기는 그래서 매일 우리의 문을 두드리고 언제든 밀고 들어와 정복의 깃대를 꽂을 태세다. 사기의 미학이 오늘날처럼 정치와 경영의 손자병법으로 우뚝 선 때가 있었는지 한편 한류의 위세가 멋진 문화의 마침표를 찍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싶다.

 

요즘은 우리 치과의사들마저 사기의 행렬에 끼여 휘둘리기도 하고 아예 그 반열에 오른 이도 적지 않은 것 같다. 하긴 배울 것도 없고 버릇없는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거나 좀 나아보이기 위해서 스스로 선택한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사기에 익숙해진 이 세상은 끝없는 진보를 계속하는 탓에 반드시 꼬리가 긴 하수들을 걸러내고 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환자, 심지어는 같은 동료들에게도 뻗어대는 마수의 손길을 이 촘촘한 세상은 언제까지 미꾸라지 노릇을 하도록 마냥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아가 성실과 정직의 블루오션에서는 결국 그들 또한 먹잇감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조언하고 싶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같은 시간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외국에서 근무하는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 모처럼 대화가 이어졌다. 딸과는 따로 지낸지 오래다 보니 늘 공통의 화제가 적었고 생각의 차이도 컸다.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최근 유행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좋은 대화 소재가 되었다. 드라마의 인상적인 장면이 가족 모두 달랐다. 덕분에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딸은 서울서 상처받고 제주 집에 돌아온 금명을 가족이 돌봐주는 장면을 말하였고, 필자는 관식이가 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나며 자신이 돌을 쌓으러 가지 않았어야 한다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딸은 외국생활을 하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모습을 금명을 통해서 본 듯했다. 필자는 아버지 관식이의 삶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관식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막내아들 동명을 잃는 최악의 불행을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바다에 돌을 쌓으러 나가지 않았으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족에게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하게 되면, 삶에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순간이 오면 불안지수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행복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아이러니한 마음상태가 된다. 관식이 마음의 반은 평생 자신의 잘못으로 막

재테크

더보기

트럼프 관세전쟁과 자산시장 전망 | 미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 중심 분석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는 글로벌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약 10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관세 정책으로, 자산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증시는 기록적인 변동 폭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채(TLT) 금리와 달러 인덱스(DXY)를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기적 자산 배분 전략의 관점에서 향후 대응 전략을 제시해보겠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단순히 무역적자 해소를 넘어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이는 관세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 증가를 반영해 4월 2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시장참여자들은 지금이 긴 하락장의 초입인지, 이벤트로 인한 단기적 주가 조정에 그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채 금리의 급격한 변화와 달러 인덱스의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