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박태근·이하 치협) 제72차 정기대의원총회가 지난달 29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개최됐다. 이번 총회는 치협과 지부에서 4건의 정관개정안과 76건에 달하는 일반안건을 상정했고,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감사보고와 치열한 감사선거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시기적으로 박태근 회장의 연임을 확정한 치협 회장단 선거 이후, 의료계는 물론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된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면허취소법 총파업 결의, 집행부 아닌 지부 긴급안건으로 통과
치협 대의원총회 이틀 전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한의사협회장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의 단식 소식이 들려왔고, 치협을 포함한 13개 보건의료연대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치협 대의원총회에서는 깊이 있게 다뤄지지 못했다. 치협 박태근 회장은 개회식 인사말을 통해 “온전한 임원 구성으로 마음껏 회무를 펼칠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을 뿐, 의료인 면허취소법 관련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일주일 전인 4월 23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 대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장이 ‘간호법 폐기’, ‘면허박탈법 반대’ 피켓으로 물들었던 것과도 대비됐다.
관련 안건은 충남지부의 긴급의안 상정으로 통과됐다. 충남지부는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취소법 국회 본회의 통과에 따른 총파업 결의 및 대통령 거부권 촉구의 건’으로 성안했고, 189명 가운데 155명의 압도적 찬성(82%)으로 가결됐다.
치협이 앞서 총파업,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청 등을 추진하겠다는 성명서를 낸 바 있어 이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으나, 총파업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다면 총회 석상에서 찬반 토론이나 집행부의 현 상황에 대한 설명, 향후 로드맵조차 전무해 치협의 대회원 메시지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깐깐한’ 감사보고서, 감사단-집행부 ‘공방’
“지금까지 이렇게 독한 감사보고서는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회기 감사보고서는 꼼꼼하고도 깐깐했다. 특히 현직 협회장이 선거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불법선거운동 논란과 회계 운영에 대한 감사단의 입장 또한 분명했다.
감사보고서에는 선거기간 중 진행된 서울지부 감사의 부당성, 선관위가 치협 임원의 윤리위원회 추진을 꺼내 들었을 정도로 혼탁해진 협회장 선거의 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선관위를 중심으로 선거관리규정을 보다 엄격하고 명확하게 현실에 맞게 개정해 선거가 끝난 후 고소·고발의 여지가 없도록 규정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명시됐다.
대의원들은 “선거운동 기간 중 협회장이 업무추진비, 여비규정을 어긴 부분이 있다면 형사사건으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 “윤리위원회 회부 추진이 결정된 임원 2인을 신임 집행부에서도 임용할 것인가”, “서울지부 감사 당일 감사행위가 없었음에도 감사를 했다고 기자회견까지 한 것은 허위감사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선거 이후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특정전문지와의 기사거래, 광고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됐으나, 협회장은 “선거 이후 의료인 면허취소법, 총회 준비, 임원 인선 등으로 바빠 아직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답변으로 피해갔다.
이번 총회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협회장 급여 8,200만원 인상안은 찬반 논쟁 없이 곧바로 표결에 부쳐졌고 무난히 통과됐다. 인상된 급여는 출처를 명확히 밝히기 어려운 업무추진비로 사용하겠다는 협회장의 제안설명이 이어졌고,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대의원들의 판단으로 해석됐다.
다만, 업무추진비, 공동사업비 등으로 치협 박태근 회장과 대척점에 있었던 충북지부 이만규 대의원이 최다득표를 기록하며 감사로 선출돼 눈길을 끌었다.
주요 안건에 팽팽한 이견, 집행부 현명한 판단 요구돼
예년 같으면 박수로 통과됐을 집행부 촉구안이 표결처리로 회원들의 분명한 의지를 전달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치과계 보험확대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왔고, 이견은 크지 않은 상황. 보험 임플란트 확대 계획 중 PFM 외에 지르코니아도 급여화 해야 한다는 큰 틀의 합의는 이뤘으나 적정 수가를 찾는 데에는 합의를 이끌지 못했다. PFM 수준이면 받아들이겠다는 의견과 그 이상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고, 표결 결과도 76대 76, 정확히 반반으로 갈려 탄식을 자아냈다.
치과위생사 업무범위 등에 대한 내용도 구체적인 해결책에서는 지역별, 회원별 이견이 확인되면서 치협의 보다 다각적이고 현명한 대응이 요구됐다.
미입회 회원에 대한 차등, 면허신고제 시행방안 개선, 지부 보수교육 의무화 등은 복지부와의 관계, 현행 규정상 치협의 의지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회 존립을 위해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표결을 통한 강력한 의지 표출이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
한편, 회장단 선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주목할 만했다. 정관개정안에서는 부회장후보 3인을 동반해야 하는 현행 입후보자격을 회장 1인과 부회장 1인으로 바꾸자는 안이 상정됐지만 정관개정안 의결정족수인 2/3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꾸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요지의 일반안건이 충남과 서울에서 상정돼 촉구안으로 통과되는 등 선거제도 변경에 대한 다각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치협의 한해 회무를 평가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인 대의원총회가 마무리됐다. 치협 박태근 집행부의 안정적인 회무운영에 힘을 실어주려는 대의원들의 대의도 눈에 띄었지만, 회원 민의를 제대로 읽고 확실히 해결해달라는 회원들의 요구도 분명히 전달되며 적지않은 과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