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서는 안 될 참담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며칠 전 남양주 소재 치과에서 환자였던 6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원장에게 달려들었다. 다행히 직원들이 제압하여 크게 부상당한 사람은 없었고 범인은 살인미수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환자는 3년 전에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는 치아 높이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왔다고 한다. 최근 치과에서 그동안 무료로 받던 치료를 앞으로는 비용을 받겠다고 하자 환자가 흉기를 들고 내원했다.
치과 피습사건은 그동안 적지 않게 있었다. 2016년 광주치과 피습사건, 2018년 청주치과의사 피습사건, 2020년 동대문구 치과 흉기피습사건 이후에 3년 만에 다시 발생했다. 연관성이 없는 지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미 전국적이면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문제가 크다. 2018년 사건 이후로도 2019년 대전 골프채피습사건, 2020년 동대문구 흉기피습사건, 2021년 양평 폭행사건, 2022년 송파구 폭행사건이 있었다. 꾸준히 발생하는 양상으로 이미 모든 치과에서 언제든지 유사한 사건이 벌어질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일련의 사건에서 범인들의 심리상태나 사건 유사성을 파악하면 향후 사건 발생을 막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 4건의 흉기 사건을 보면, 범인은 흉기를 사용했고 광주 사건은 40대 남자였지만 나머지 3건은 모두 60대 성인 남자였다. 지속적인 불만을 토로해온 것과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간 것이 유사하다. 이 4가지 요소를 분석해보면, 광주사건만 40대이고 나머지는 모두 60대 남성이었다. 60대 남성이 많은 이유는 퇴직을 하거나 사회적인 퇴출과 가정에서 무시 받는 존재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좌절을 지니던 중에 치과에서조차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면서 분노와 억울함에 흉기를 들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60대라면 사회경험이 풍부한 나이다. 흉기를 들고 치과에 가면 자신의 인생을 망친다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실행한 것은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분노가 심하게 폭발하여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스스로가 자신을 평가할 때에 이미 망가진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응징을 해야 할 만큼 억울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여 자포자기식 화풀이나 하자는 생각이다. 혹은 이 두 가지가 복합되어 억울함을 복수하겠다는 심정일 가능성이 크다. 네 사건 모두 흉기를 지니고 간 것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다. 범인들은 자신들의 요구나 주장이 더이상 개선될 객관적 가능성이 없음을 인지하였기 때문에 미리 흉기를 준비하였다. 따라서 순간적인 분노조절장애보다는 보복이나 복수 심리에 가깝다.
이런 사건들에서 치과의사들이 간과하기 쉬운 것이 있다. 범인들은 치과의사를 강자로 인식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사람이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으면 극단적인 행동을 표출할 가능성이 높다. 범인들은 억울하고 무시당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치과의사 입장에서 잠깐 만나는 환자의 개인적인 성향을 파악하기 어렵다. 환자가 불만이나 불평을 나타내면 객관적 판단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유사사건을 막는 길은 타당성보다 우선적으로 환자의 불만을 인간적 차원에서 수용해 주어야 한다. 분쟁이 생겼다는 것은 이미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즉 환자 불만이 객관적 타당성이 없다면 긴장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여야 한다. 이성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감성적으로 접근하여 상대방이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불만 환자를 대할 때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우선 환자가 감정적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거나 최소한 무시한다는 느낌은 절대 피해야 한다. 그 후에 이성적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 상대가 감정적으로 행동하는데 이성적 주장이나 설득은 수용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한다. 물론 막무가내도 많고 대책 없이 무리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환자보다 치과의사가 억울한 것이 그래도 사태가 최악으로 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원장님이 빨리 회복되시기를 기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