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1 (목)

  •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대전 25.8℃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보은 25.4℃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갑을(甲乙) 관계에 대한 생각

URL복사

김남윤 논설위원

최근 모 대기업의 상무이사가 기내서비스와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적기의 승무원을 폭행했다가 인터넷에 회자돼 여론재판을 받고 회사 측이 해직 처리한 일이 있었다. 대기업의 임원에게 있어 해직은 퇴사를 의미하므로 30년 넘게 다닌 직장을 본인의 품행으로 인해 잃게 됐다.
 
비슷한 사례는 회사와 대리점간의 사이에서도 발생했다. 유제품의 대명사였던 모 기업의 사원이 삼촌뻘 되는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를 들은 국민들은 분노했고, 기업이 물량 밀어내기로 대리점의 희생을 강요하고 그동안 수면 밑에 숨겨진 사실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며 급기야 검찰이 불공정거래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후문이다. 하루만에 그 기업의 주가가 10% 가까이 급락하며 편의점에서는 불매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비슷한 사례의 일본기업은 결국 폐업하고 말았다.
 
이러한 뉴스들을 보도하며 각 매체는 ‘을의 역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갑을 관계’에 있어 우위에 있는 ‘갑’에게 ‘을’들이 뭉쳐 더 이상의 희생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대리점은 그동안 불공정한 계약을 해왔으며, 정부나 공정거래위는 거래하면 반드시 을이 사망한다는 ‘을사(乙死)조약’을 사실상 방조해 왔다. 이러한 ‘을의 역습’이 가능했던 이유로 전문가들은 ‘을’들의 네트워크화로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을’들이 정보공유와 공동대처에 적극 나서면서 ‘갑’에 대한 역습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변화됐다.
 
예전에도 기내 난동은 있었고, 그로 인해 벌금형을 받은 대기업 사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일이 주목받은 이유는 시시각각 세세한 부분까지 마치 자신이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느낄 수 있던 보고서 때문이었다. 그 승무원이 받았을 모멸감과 수치심이 그대로 본인의 것으로 전달됐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감정노동자들이 분노했을 것이다.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 또한 공공연한 일로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다. 해당 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도 방송에 나오고 인터넷에도 떠도는 것이었다. 심지어 음성파일도 3년 전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분노했던 것은 정도를 넘어선 욕설과 폭언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그동안 방송과 매체에서 보도하고 다뤄왔어도 꿈쩍하지 않던 여론이 음성파일 하나로 움직였다. 을의 대부분은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대하는 감정노동자다.
 
일반인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있어 의사가 갑이라고 생각한다.
 
환자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바라보는 치과는 요즘들어 환자가 갑이라고 생각한다. 옛날에 어땠는지는 기억나지도 않는다. 치과의사가 감정노동자로 전락한 지는 오래됐다. 환자는 통상적인 진료에 따르는 사소한 불편도 돌팔이 치과의사 탓이며, 본인의 실수 탓에 재치료가 필요할 경우도 치과의사 책임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진료비는 저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치과의사는 또한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항상 을이다. 이건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추진돼온 비급여 진료항목의 급여화 진행을 바라보면 갑은 을의 철저한 희생을 담보로 시간도 주지 않고 일방적이며, 견해 차이는 생략하고 오로지 슈퍼 갑인 국민들을 위해 위대한 결정을 내렸고 절대 선이라고 하는 것 같다. 의료가 정치의 그늘에서 왜곡되고 비정상적으로 성장하여 마치 암 덩어리가 된 느낌이다.
 
원래 갑을 관계는 계약서상에서 순서를 정하기 위해 썼던 용어였다. 어느 한쪽에만 이익이 되거나 손해가 되게 쓰는 용어가 아니었던 것이다. 예전의 갑을 관계로 돌아가려면 서로 양보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신뢰가 필요하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같은 시간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외국에서 근무하는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 모처럼 대화가 이어졌다. 딸과는 따로 지낸지 오래다 보니 늘 공통의 화제가 적었고 생각의 차이도 컸다. 모처럼 가족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최근 유행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좋은 대화 소재가 되었다. 드라마의 인상적인 장면이 가족 모두 달랐다. 덕분에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딸은 서울서 상처받고 제주 집에 돌아온 금명을 가족이 돌봐주는 장면을 말하였고, 필자는 관식이가 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나며 자신이 돌을 쌓으러 가지 않았어야 한다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딸은 외국생활을 하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모습을 금명을 통해서 본 듯했다. 필자는 아버지 관식이의 삶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관식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막내아들 동명을 잃는 최악의 불행을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바다에 돌을 쌓으러 나가지 않았으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족에게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하게 되면, 삶에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순간이 오면 불안지수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행복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아이러니한 마음상태가 된다. 관식이 마음의 반은 평생 자신의 잘못으로 막

재테크

더보기

트럼프 관세전쟁과 자산시장 전망 | 미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 중심 분석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는 글로벌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약 10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관세 정책으로, 자산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증시는 기록적인 변동 폭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채(TLT) 금리와 달러 인덱스(DXY)를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기적 자산 배분 전략의 관점에서 향후 대응 전략을 제시해보겠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관세 조치는 단순히 무역적자 해소를 넘어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이는 관세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 증가를 반영해 4월 2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시장참여자들은 지금이 긴 하락장의 초입인지, 이벤트로 인한 단기적 주가 조정에 그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채 금리의 급격한 변화와 달러 인덱스의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