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 물질이 단맛 물질을 지배한다? 커피에 설탕을 넣어도 단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우리 신체가 쓴맛 물질에 의한 단맛 물질의 인지를 억제하는 기전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문석준 교수를 비롯해 심재원 박사와 정용택 대학원생 등 연구팀이 연구해 발표한 논문 ‘An Odorant-binding Protein Required for Suppression of Sweet Taste by Bitter Chemicals’가 지난달 22일 신경과학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Neuron’지 게재됐다.
문석준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일반적으로 단맛 물질을 인지하는 세포와 쓴맛 물질을 인지하는 세포가 독립돼 있어 각각의 맛을 구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맛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나 이러한 상호작용이 어떤 기전으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문석준 교수팀은 초파리에서 단맛 물질과 쓴맛 물질이 혼합된 경우, 쓴맛 물질이 미각신경세포 주위에 있는 OBP49a라는 단백질과 결합해 단맛 물질의 수용체인 GR64a의 작동을 억제하여 상대적으로 단맛을 덜 느끼게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고했다.
문석준 교수는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음식의 대부분은 순수한 화합물이 아닌 다양한 맛 물질의 혼합물이며 본 연구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맛 물질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길 기대 한다”고 말했다.
신종학 기자/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