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in the tooth’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그 어원은 ‘말(馬)이 나이가 들면 잇몸이 내려가면서 이가 길어진다’에서 나온 말이다. 말의 이빨을 보면 나이를 추정할 수 있기에 long in the tooth는 늙은, 나이 든이란 뜻이다. 이 관용어구를 이용하여 “The people long in the tooth may need a denture or an implant.” 예문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최근 치과계에서 노인 틀니와 임플란트가 화두인 것 같다. 2012년 7월부터 시행된 완전틀니 보험화를 시작으로 2013년 7월에는 부분틀니, 오는 7월부터는 1인당 평생 2개까지 임플란트에도 급여화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비급여 치료의 급여화가 치과계에 위기일지, 기회일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 7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저작기능을 회복해 주겠다는 취지의 보철 급여화는 그 근원을 찾아가면 조선시대 궁중에서 노인을 위하여 행한 세시풍속인 상치세전(常齒歲典)에 도달한다. 상치(常齒)에서 치(齒)는 노인을 뜻하고 상치는 노인을 존경한다는 의미이다. 상치세전은 새해 첫 날에 조정의 신하와 그 부인의 나이가 70세가 되는 이들에게 나라에서 쌀, 고기와 소금을 선물하여 장수를 축하하는 경로행사이다.
조선시대에도 치의학이 발달되어 있었다면 어르신들에게 쌀과 고기 대신에 틀니(임플란트)를 선물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특히 옛 문헌들을 보면 그 당시 선조들께서 치아로 인한 불편함과 고통이 어떠하였을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역사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이규보, 이색과 정약용의 치아에 관한 푸념을 들어보자.
고려말 이색의 목은집에 있는 ‘대사구두부내향’이라는 제목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채소국에 입맛을 잃은 지도 오래 되었다. 두부를 썰어보니 기름진 비개같이 새롭구나. 문득 보아하니 치아가 성글지 않아도 좋은 듯하니 정말로 늙은 몸을 보양할 만하다.” 두부를 예찬하는 시 구절의 이면에는 저작장애의 심각함이 엿보인다. 우리 속담에 ‘두부먹다 이빠진다’는 말이 있다. 방심하는 순간 위험이 닥칠 수 있으니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인 임플란트처럼 비급여 치료의 급여화를 협상할 때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의 ‘우치통(又齒痛)’이란 시에서 치통의 원인이 늙음에 있다고 슬퍼하였다. “사람이란 먹어야 살고, 먹자면 반드시 이가 필요한 법. 이제 이가 아파 먹지를 못하니 하늘이 내게 죽어라 하시는 구나. (중략) 이 모두가 늙어서 그런 것이니, 내 몸이 없어져야 비로소 끝이 나겠지.” 한편 정약용은 ‘노인일쾌사’에서 낙치(落齒)를 즐거운 일이라고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 “이의 절반이 빠지면 정말 괴롭지만, 몽땅 다 빠지면 마음이 편안하지. (중략) 시원하도다. 의서(醫書)에서 치통 두 글자를 버려야겠네.”
스페인의 문호 세르반테스는 소설 돈키호테에서 치아의 소중함을 이렇게 강조하였다. “A diamond is not as precious as a tooth.” 지천명의 나이에 세르반테스는 치아가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더 귀중하다고 생각하였는데 이것은 아마도 본인의 경험에 의한 생각이라 판단된다. 이색은 68세, 이규보는 73세, 정약용은 74세에 작고하셨는데 만약 이분들께서 치과의료 혜택을 받으셨다면 노년의 삶이 보다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후회와 추억과 질환만이 남는다고 하는데 거기에 치아도 부실하다면 얼마나 상실감이 클까? 대한민국 치과의사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으면서 어떤 회사의 광고 카피처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기쁨을 모든 어르신들께 선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