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시작된 각 구회 선거 때부터 이상한 조짐이 보이더니 각 지부 선거에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모든 게 협회장 선거권을 겨냥한 일들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그동안 각 구회장 선거는 협회장 선거와는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추대 형식을 빌어 순차적으로 비교적 안정되게 인수인계를 해 왔으나 올해는 그 양상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치과의사회의 특성상 회원들의 회무 참여도가 많이 떨어지고 특히 회장이 바뀌는 총회에서 조차도 규정상 재적 과반수를 못 채워 총회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하여 관례적으로 위임장이라는 편법으로 성원을 채워 왔다.
이런 상황에서 가까운 동문이나 지인들 수 십 명만 동원하면 구회장쯤은 쉽게 된다는 것은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다. 실제로 오래전에 필자가 속한 구회도 그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당사자도 자제하여 없던 일로 하였고 지난 수 십 년 동안 그런 일들은 서로가 자제해 왔으며 당치 않은 일로 여겨왔다.
하지만 올해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물론 관련 인사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하고 있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나의 논리대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다. 나의 논리에는 상대성이 있어 나의 논리에 반한 또 다른 논리도 있게 마련이다. 나의 논리만이 맞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 사태를 보고 당사자들의 두 가지 잘못을 꾸짖고자 한다.
첫째, 대다수 회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과 둘째, 그 이후 후유증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논리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같은 직종에 한동네에서 개원하고 자주 얼굴을 마주하는 치과의사끼리 얼굴 붉히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게 우리의 기본적인 논리요, 꼭 지켜야만 될 천륜이다.
3월, 서울시치과의사회 대의원총회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보았다.
협회장 선거권이 있는 회장과 부회장 선거는 단독 입후보로 순조롭게 많은 대의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당선이 확정되고 축하를 받았지만 의장단, 감사단 선거는 서로 경합이 붙어 기어이 선거를 치르고 그 중 한명씩은 고배의 잔을 마시게 되었다.
서치 정관의 불합리한 의장단, 감사단 선거 규정 때문에 지난 회기 때 부의장으로 열심히 일했고 그 능력을 인정받은 당시 부의장은 결국 약간의 표차로 당선은 되었지만 의장 당선은 고사하고 아예 떨어지는 고민도 해야만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었다.
필자는 밖에서 일도 많이 해봤고 수많은 정관을 만들거나 여러 번 개정해 보기도 했지만 일제 시대와 전후에나 사용했던 ‘복수공천’이라는 용어가 아직도 쓰이고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선거 때마다 괜한 사람 공천해서 앞에 나가 “저는 사퇴하겠습니다”라고 말하게 만드는 들러리는 왜 세우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앞으로 3년 사이에 정관 개정을 통해 의장단과 감사단 선거 규정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협회 선거권이 있는 차기 의장, 수석 감사를 노린 발판이라는 건 누구라도 안다, 아니 몰랐었는데 이번에 많은 대의원들이 알았을 것이다.
필자 생각엔 총회 의장이라는 자리는 연륜과 경륜이 함께 갖추어지고 회의 진행 경험이 풍부한 존경받는 인사가 많은 대의원들의 추대로 총회를 잘 이끌어 주십사하고 부탁드리는 자리로 알고 있다. 협회장 선거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회원들이 원하고 감히 경합을 꿈꾸지 못할 그런 능력있는 치과계 인사가 아쉽다. 선거판에 이상한 일들이 자꾸 벌어지면 의협의 경우처럼 젊은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직선제의 요구가 드세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