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대병원이 지난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때 구조 활동을 하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의 미납된 치료비 1억6,700만원을 6년 만에 받았다고 한다. 당시 이국종 교수가 치료한 비용에 대해서 아주대는 이사회를 열고서 미수금 2억4,016만원을 대각손상 처리하기로 하였는데, 이 비용이 뒤늦게 지급된 것이다. 진료비 지급은 늦어진 것이 아니라 이 비용에 대해서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아서 비용 지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결손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지급도 갑자기 6년 전의 사건을 기억해서 지급한 것이 아니라 북한귀순병사가 다시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에서 치료를 하게 됨에 따라 여러 가지 논란이 일어 치료비를 누가 지급하는지에 대해 이야기가 되었고, 6년 전 치료비가 이슈로 부각되면서 결국 국민여론에 등 떠밀리다시피하여 정부가 지급을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귀순병에 대한 치료비도 같이 이야기가 되었는데 언론보도를 참고해 보면 치료비 규모는 1억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결국 통일부에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가 나면서 국민들은 “그래, 그 비용은 내가 낸 세금으로 기꺼이 지불하는 데 동의하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으며, 심지어 석 선장 진료비를 정부가 부담했다는 이야기에도 지지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대다수 국민들은 지난번 석 선장 진료비는 지급이 안 되어서 아주대병원이 손해를 보았다가 그것도 바로 잡아주었고, 이번 귀순병사의 진료비는 제대로 지급이 되어서 아주대병원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고 마무리가 잘 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계산법이 보였다. 치료비 규모가 1억원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번 발표에서는 총 6,500만원의 치료비 중에서 본인부담금 2,500만원은 통일부에서 지급하고 나머지 4,000만원은 의료급여에 청구한다는 대목이다. 방식은 귀순병을 북한이탈주민지원법에 따라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인 북한이탈주민으로 분류하였고, 이를 근거로 치료비를 소급 적용해서 산출된 치료비용은 총 6,500여만원이 됐다. 아주대병원에서 산정한 1억원과 비교해 1/3 정도가 줄어든 금액이다. 먼저 의료급여수가로 산정을 하면 종별가산율이 22%로 건강보험환자의 종별가산율 30%에 비해 75% 수준으로 떨어진다. 또한 건강보험의 여러 심사기준에 의해서 실제로 진료를 해도 인정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할 수 있다.
처음의 진료비 산정은 관행수가에 의해서 실제로 진행된 치료행위를 근거로 산출되었을 것이다. 결국 적정한 진료비에 비해서 의료급여로 적용을 하니 4,000만원 정도가 줄어들게 되는 마술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평소에도 병원에서는 진료하면 원가 이하로 진료비를 받게 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이번에도 적용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총상 환자가 이렇게 오면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를 적용해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 귀순병사가 질병으로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경우는 그럴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총상과 같은 경우 관련규정은 보험급여 적용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여제한여부조회서’를 건강보험공단에 보낼 것으로 예상하는데 원칙적으로 보험급여 대상이 아니라서 부담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오면 문제는 다시 복잡해질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적절한 치료비가 지급되었다고 할 수 있는지 생각이 복잡해진다. 정부에서 원칙과 규정대로 제대로 책임을 진 것인지 어떤 마술을 부린 것인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번 일로 인해서 다시 아주대병원과 이국종 교수가 직접적인 손해까지 감당해야 한다면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