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8월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일명 ‘문재인케어’를 발표했다.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 취약 계층 지원, 재난적 의료비 제도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케어가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모든 계층의 국민들이 의료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정책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여러 부분에서 마찰음이 들려온다.
며칠 전 2018년도 건보 재정이 7년 만에 적자가 예상된다는 기사가 나왔다. 물론 적자 전환의 원인은 문재인케어의 도입이다.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개선하기 위한 지출은 늘 수밖에 없어, 보건복지부는 2022년까지 11조원 가량의 적자를 예상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2023년에 건강보험 적립금이 바닥나고 2025년에는 20조1,000억원 적자로 돌아선다고 예측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 건강보험 보장 강화 대책의 문제점 및 과제’ 보고서를 통해 파격적인 보험 급여 확대가 초래할 의료 이용량 증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고, 경제적 장벽으로 인해 억제돼 있던 잠재적 의료수요가 가시화될 경우 정부가 추계한 비용을 초과할 우려가 있다고 예측했다. 뿐만 아니라 초고령화에 따른 의료 이용자의 증가추세 또한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문재인케어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조달에 있다. 작년 12월 국회에서 문재인케어의 추진을 위해서는 국고지원 법 최고 한도인 20%(7조4649억 원) 수준의 국고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금액(7조3,049억 원)은커녕 정치권에서 낸 5조4,201억 원보다 2,200억 원이 감액된 5조2,001억 원으로 추가 삭감했다. 재정 확보의 실패는 비급여의 급여화 추진에 따른 의료계 재정적 손실 보전을 위한 급여 부문의 수가 현실화에 대한 추진을 어렵게 한다. 실제로 2017년 12월 결성한 문재인케어 실무협의체도 진전이 없어 보인다.
지난 1월 2일 신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김용익 이사장이 취임했다. 그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데 관여한 인물로 꼽힌다. 취임사에서 비현실적으로 낮은 급여 수가는 올리고 비급여는 낮춰서 모든 급여항목에 대해 합리적인 급여 수가를 설계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미용 성형을 제외한 모든 부문을 급여화 한다는 것은 의료행위에 대한 가격을 국가가 결정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의사의 의학적 판단마저 국가가 통제하게 된다. 지금도 횡행하고 있는 공단의 무차별 삭감과 조정을 보면 재정확보에 실패할 경우 앞으로 있을 의료계에 대한 횡포와 부작용은 명약관화하다.
지금 의협은 새로운 수장을 뽑는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단연 이슈는 문재인케어다. 후보자들은 감옥에 갈 생각으로 “의료를 멈춰서라도 의료를 바로 잡겠다”고 한다. 치과계는 문재인케어에 살짝 비켜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임플란트, 의치 등 불가능해 보이던 부분이 제한적 급여화가 됐다. 올해부터는 12세 이하 환자의 광중합레진 치료와 구순구개열 환자의 교정치료도 급여화 될 예정이다. 의과의 전면 급여화의 흐름을 보면 치과의 전면 급여화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한 대책과 고민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