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한 여론조사가 발표되고 있다. 너무 자주 발표되는 여론조사 홍수에 피로감이 생길 정도다. 최근 정부는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여러 정책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의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달성하기 위해 2019년 최저임금도 10.9% 인상된 8,350원으로 확정 고시하였다. 중소기업의 반발과 자영업자들의 저항이 거세다. 최저 임금의 인상은 치과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그런데 정부의 지지율은 60~70%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지지율이 어떻게 나오지’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론조사 불신론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한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글에 따르면,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견했다고 한다. 4월 8~9일 서울 시민 812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 조사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 투표 후보’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1.9%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서울지역 득표율은 42.3%였다. 실제보다 문 대통령 투표자가 약 1.5배 과대 표집된 것이다. 이는 진보와 보수 유권자의 조사 참여율에 심각한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것을 시사한다. 그럼 같은 응답자가 현직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한 것을 믿을 수 있을까? 또한 여론조사의 응답률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일각에서는 10% 이하의 조사는 발표를 금지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응답률이 10% 이상인 조사도 왜곡현상이 심하다고 한다.
반면에 2017년 8월 28일부터 9월 9일까지 실시된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는 응답률이 50%를 넘었다. 총 24억원이 투입된 이 조사에서는 모든 참여자에게 참여료로 5,000원씩을 지급했고, 전화를 받지 않거나 응답을 거부한 경우에도 최대 24번까지 재접촉을 시도했다. 이 조사에서는 응답자 2만여 명 중 39.6%가 여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는 같은 시기에 발표된 갤럽조사(9월 1주차-50.0%)보다 10%p 이상 낮은 수치이다. 응답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면 ‘표본 참여 편파성’이 일정 부분 해소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참고로 갤럽 조사의 응답률은 18.3%였다. 보도 가능한 응답률 기준을 50%로 정한다면 ‘표본참여 편파성’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용이 문제지만 지금 같은 여론조사 신뢰도가 바닥인 상황에서는 사흘이 멀다 하고 발표되는 수많은 여론조사는 무의미해 보인다. 대통령 지지율 조사도 분기별로 한 번 정도 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청계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개천이었던 청계천을 1406년 태종때 골격을 만들었고, 1760년 영조가 본격적으로 청계천 준천 사업을 했다. 영조는 약 11㎞에 달하는 청계천을 정비 준설하는 국가적 사업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백성이 부역에 동원되어 고생할 것을 걱정했다. 영조는 준설 사업에 들어가기 전에 10년간 여론 조사를 하였다고 한다. 왕조시대임에도 백성의 뜻을 묻고 신료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반영하였다. 10여년간의 여론 조사를 하면서 반대하는 이에게도 필요성을 설득하고 백성들 스스로가 준설에 적극 가담할 수 있도록 여론을 공론화해 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민주주의 시대에 여론, 공론은 정책결정에 있어 중요한 지표다. 여론 조사의 수치나 정확성도 중요하지만 모든 이가 공감하고 함께하는 공론화가 더욱 중요하다. 높은 지지율만 믿고 여론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실패한 정책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