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치과의사회 기관지인 치과신문에 한번 묻고 싶다. 서울 사람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지를. 내 자신이 정의를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방에 살다보면 지방에서 태어났지만 서울로 올라가 사회생활을 몇 십 년 하면서 서울에 세금 내며 살았던 사람도 선거에 나오면 금방 그 지방 사람이 된다.
그러면 나처럼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학교 졸업한 후에 모든 사회생활을 지방에서만 30년째 살아온 사람은 서울 사람일까, 지방 사람일까? 지방 사람으로 대접 받기도, 그렇다고 서울 사람이라고 주장하기도 어정쩡한 상태인,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서울 사람들을 한번 얘기해 보고자 한다.
흔히들 “서울 사람은 깍쟁이”라 말한다. 깍쟁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남에게는 인색하고 자기 이익에는 밝은 사람이나, 얄밉도록 약삭빠른 사람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할까. 솔직히 나 자신도 서울에 살 때엔 그런 말조차도 서울 사는 것에 대한 자긍심으로 느껴졌었다.
그러나 지방에 살면서 본 서울은, 답답해서 화도 나게 되고 ‘저렇게 밖에 할 수 없나’, ‘지방 사람이라고 무시하나’하는 감정을 수없이 느끼면서, 나도 모르게 “서울 놈들이란…” 소리가 무심결에 튀어 나오는 것을 자주 접하게 된다. 물론 여기서 서울이란 중앙 정부일 수도 중앙 협회일 수도 있다. 또 모든 권력과 재력과 정보와 문화적 지식을 소유한 가진 자의 대명사일 수도 있다.
내 생각엔 후자가 더 맞을 수도 있다. 인프라, 아이템, 정보 등 모든 것을 풍부하게 갖춘 그런 사람들이 자기 이익만 차지하려 든다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의 눈에는 깍쟁이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서울은 수도 이상의 의미가 있다. 모든 인재와 부와 권력이 모여 있는 곳이다. 감히 견줘 볼 용기조차 품지 못하는 지방에 사는 사람에게는 꿈의 도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진 자로서 더 가지려 안하무인격인 행동을 한다면 그저 “쯧쯧, 서울 놈들이란…” 과 같은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보다 못한 이들에게 베풀고 나눠줘야 할 것이다. 가르치고 이끌어 줘야 할 것이다. 이것이 갖추고 소유한 자의 미덕인 것이다
따라서 협회뿐만 아니라 서울시치과의사회도 지방의 어려운 환경에서 진료하고 있는 동료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같이 갈 수 있는 형님, 선배 같은 동반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선생을 하고 있는 친구 녀석이 술 한 잔 들어가면 하는 말 중에 “촌지를 받고 싶어서는 아니지만 줄 것 같은 학부형이 찾아오지 않을 때 이상하게 더 섭섭하다”라고 한다.
우리는 보태주지는 않았지만 재벌들에게 우리 사회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요구하다 미흡하면 욕을 하거나 손가락질을 해 댄다. 마찬가지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막연히 서울 사람(가진 사람)에 대한 기대를 갖고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라다가 안되면 서울 사람들이란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적인 깍쟁이란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는 것이다
협회는 물론 서울시치과의사회는 적어도 지방 사람들 눈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진 자다. 그들이 가진 것에 대한 자부심만큼 모두를 이끌고, 같이 나누며 살아가야할 책임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것을 깨달았을 때야 비로소 ‘서울 놈들’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난 진정한 ‘서울 사람’으로의 자부심이 빛나지 않을까.
이상은 국제적 명성에 걸맞은 수익을 낸다는 SIDEX를 개최하는 서울치과의사회가 발행하는 치과신문에서 지방의 시각을 전해 달라는 부탁 받은 필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