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겨울, 국회 앞에서 ‘담뱃갑 경고문에 사진을 도입하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펼치는 치과계 인사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대한금연학회장을 맡고 있는 권호근 교수(연세치대)와 차혜영 원장(차혜영치과), 나성식 원장(나전치과) 등은 “담배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연은 사랑의 실천”이라는 슬로건과 함께였다.
치과계에 ‘금연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본인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치명적인 것은 물론 손과 몸에 밴 냄새로 환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며 치과의사 본인의 금연을 강조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환자의 금연 유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
대한치과의사협회 금연특별위원회(위원장 심현구·이하 금연특위)는 지난달 22일 ‘금연 안내 문자 발송 프로그램’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병원을 찾은 흡연 환자들을 대상으로 금연 시작 전, 금연 초기, 금연 유지기 등 금연일수와 환자질환에 따른 적절한 금연권고 문자메시지를 정기적·지속적으로 전송하도록 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치과 금연진료의 당위성을 뒷받침할 근거 자료를 취합한다는 계획이다.
금연특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나성식 원장은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폐암보다 구강암, 후두암의 유병률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환자의 구강건강을 책임지는 치과의사로서 이들의 금연을 돕는 것도 또 하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를 통해 금연 구역 확대, ‘담뱃갑에 사진을 포함한 경고문 도입’ 입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나 원장은 “흡연 환자의 경우 임플란트나 치주 치료 등 치과 치료의 효과나 회복 속도, 지속력이 현저히 낮다”며 “환자에게 이 점에 대해 구두나 리플릿 배포 등의 방법으로 꼼꼼히 알리고, 스스로 금연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치과 내에서 사진 및 영상 자료를 활용해 흡연의 폐해를 적극 알릴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니코틴이 착색된 치아의 스케일링 치료 시 일부만 스케일링을 해 거울로 양 쪽의 차이를 볼 수 있게 하는 등 치과 차원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도 고안해야한다”는 설명이다.
대한금연학회를 이끌고 있는 권호근 교수도 “한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와 발전정도는 GDP와 같은 경제적인 척도가 아니라 사회의 건강도에 의해 결정 된다”며 금연 운동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전국 11개 치과대학 신입생의 금연서약을 제안하며 ‘첫 단추 잘 끼우기’에 나선 권 교수가 내놓을 효과적인 금연 치료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혜미 기자/hhm@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