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강동구보건소 주차장 한켠에 버스 한 대가 들어섰다. 치아 이미지와 함께 여러 단체의 이름이 병기된 버스의 문이 열리자 보호 장비를 착용한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보였다. 그리고 환자 한 명이 버스에 올랐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에이즈(AIDS) 환자였다.
샘물호스피스에서 운영하는 샘물이동치과가 에이즈 환자들의 구강건강을 돌보고 있다.
서울, 광주, 대구, 부산, 목포, 원주 등 전국을 돌며 임플란트를 제외한 모든 치과 치료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는 것. 샘물호스피스 계광원 실장은 “말기암 환자를 돌보는 샘물병원에 에이즈 환자 전용 병동을 신설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구강건강상태가 최악이었다”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금에 자비를 더해 이동버스를 마련하고 에이즈 환자들을 치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이즈 환자 대부분이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통증을 느낀다고 해서 일반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마음이 아팠다”는 계 실장은 에이즈 환자에 대한,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의학의 발달은 ‘무조건 죽는 병’이던 에이즈를 간염보다 위험성이 낮은 ‘만성질환’으로 호전시켰다. 타액으로는 감염되지 않으며 혈액의 경우에도 상처 부위에 닿는 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없다. 성적 접촉이 가장 큰 원인이기는 하지만 유전이나 수혈에 의해 보균자가 되는 이도 많기 때문에 ‘성병’이라는 용어나 곱지 않은 시선도 자제해줬으면 하는 것이 관련 단체의 당부다.
계 실장은 “그러나 아직도 의료계에서는 에이즈 환자를 꺼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예방약을 미리 복용하거나 감염 위험이 높은 눈을 보호할 고글, 앞가리개 등 안전장비만 제대로 착용한다면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노인을 치료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음에도 유독 에이즈 환자 대상의 진료 봉사는 미미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재정적 지원과 후원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이들을 받아주고 돌봐주는 병의원들이 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홍혜미 기자/hhm@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