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백, 부기완화, 과민성용, 스프레이 거품타입, 무알코올, 향균…. 스킨케어 제품이 아니다. 하루 3번, 칫솔과 함께 구강건강을 책임지는 ‘치약’ 이야기다.
충치 예방이나 구취 제거는 기본이 된 지 오래. 새로운 미의 기준으로 급부상한 희고 고른 치아, 그리고 건강한 치아와 잇몸을 위한 기능성 치약이 봇물 터지듯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치은염, 치주질환, 시린이 완화를 위한 치약들도 점차 세를 넓혀가는 모습이다.
요즈음 광고가 한창인 동화약품의 ‘잇치’는 지난해 매출 50억 원을 달성하며 잇몸약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치약타입 잇몸치료제’를 표방하는 ‘잇치’의 가격은 120g 기준 1만 원선.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치과를 꺼려하는 잇몸질환 환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치약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보다 전문적인 ‘의약품’의 이미지가 부각됐다는 평가다.
값비싼 치약보다 올바른 칫솔질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치과치료에 비하면 저렴한 것 아니냐”, “평소처럼 칫솔질을 하면서 효과를 볼 수 있어 유용하다”는 일반인들의 고집을 꺾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약국이나 대학병원 내 덴탈숍 등에서도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벼운 질환의 경우에는 기능성 치약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 이러한 홍보에 각 대학병원이 자체 개발하거나 연구에 참여한 값비싼 치약들도 덩달아 인기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물론 일반 치약보다는 낫겠지만 잠깐 머금었다 헹궈내는 치약이 얼마나 큰 효과가 있겠느냐”며 “최근 출시된 모 제품의 경우 2만 원대를 호가한다던데 치과의사 입장에서 볼 때는 낭비도 그런 낭비가 없다”고 꼬집었다.
‘기능성’의 근거 자료가 불명확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치주과학회 이영규 차기회장은 “개발사나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임상 자료는 홍보성이 짙어 신뢰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가 이들 치약의 효과나 장단점에 대해 객관적으로 연구한 논문이나 자료가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치약을 사용하는 동안의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기에 ‘치과 치료 후 유지관리용’이라는 점을 부각시켜야한다는 제언이다.
홍혜미 기자/hhm@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