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개월여 만에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통령 선거 당시 많이 언급했던 복지, 경제민주화는 거의 언급이 없었고, 대신 통일 대박과 경제혁신 3년 계획이 주요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소통부족에 대한 응답에서 ‘소통의 의미가 기계적 만남이라든지 또는 국민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냐? 그건 소통이 아니다. 그리고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 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답했다.치협 김세영 회장도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의 불통정치가 새해에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치과병원 설립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전문과목을 치과병원급에서만 표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전문의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법안이 치과병원만 우후죽순처럼 생기게 하여, 결국은 동네치과를 고사시키는 데 일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애초에 치과의사 전문의제를 시행할 때, 전문의 8%라는 대전제는 치과계 내부에서 모두 함께 합의한 사항이었다. 그것이 지켜졌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저런 핑계와 법을 무기로, 약속을 깬 일부 집단
얼마 전 철도 파업 당시 가장 큰 이슈는 ‘철도 민영화’였다. 수서 KTX 법인 면허발급에 대하여 정부는 철도 민영화와는 관계없는 일이며 앞으로도 철도 민영화는 절대 없다고 했다. 철도노조는 철도 민영화라고 주장하면서 역대 최대인 22일간 파업을 하였다.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파업은 철회되었지만, 노조가 백기를 든 것과 다름없다는 보도가 지배적이었다.이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지금 의협은 파업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키워드는 원격의료와 의료 민영화이다. 정부는 “병원 영리 자회사 허용은 민영화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의료인 단체는 “영리 자회사 허용은 공익적 규제 기능을 시장과 투자자에게 넘기는 것으로 의료 민영화다”라고 주장한다.한국의 공공의료기관은 7%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보건지소까지 모두 포함한 숫자다. 기형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의 수가 적다. 그렇다고 2011년에만 655억원의 적자를 낸 지방의료원 같은 공공의료기관을 늘이자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방만한 경영을 하는 공공의료기관 직원들의 배나 불려주자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의료기관은 민영의료기관이므로 단어로만 본다면 의료는
어렵고 힘든 지난 일 년을 뒤로하고 갑오년 청마(靑馬) 울음을 시작으로 우리는 별반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다시 살고 있다. 끊임없는 변화와 개선을 지향하는 삶이지만 해아래 새것이 없는 까닭에 그 지루함을 덜어내고자 단지 하루의 변화인데도 새해를 기념하고 법석을 떠는 것인가 보다. 혹자는 나이 사십이 되어 마음이 무겁다지만 오십을 이미 지나버린 나이로는 그럭저럭 편해져 버린 것이 삶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버리고 갈 것만 남아 홀가분하고도 편한 늙음을 언급했던 소설가 박경리 씨나 다시 젊어지고 싶지도 다시 태어나고 싶지도 않은 자유롭고 헐렁한 노년을 예찬한 박완서 두 분의 경지를 절로 가늠해 보고 싶은 나이인지도 모른다. 두 분 모두 이미 작고하신 분들이지만 말년을 후배들의 귀감으로 보낸 훌륭한 분들이기에 남긴 소설보다 마지막 노년의 삶이 더 인상 깊은 것이다. 소인(小人)의 삶을 사는 우리 역시 여느 다른 생을 제대로 살지 못한 밀린 숙제를 하는 것이 이생의 삶으로 생각하고 마지막 페이지에 가까워질수록 미련보다는 홀가분한 자유를 희열로 느끼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노자 도덕경 제8장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여 가장 훌륭한
수일 전 한 치과 전문지가 보도한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소식은 의료생협에 놀란 치과의사들을 긴장시키고 절망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서울특별시의 로고가 양쪽으로 있는 “치과, 한의원 가기 많이 부담스러우셨죠?”라고 큼지막하게 써놓은 광고는 마치 서울시가 이 조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 기사는 정확한 사실을 모르는 몇몇 치과의사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해 자세히 보면 ‘카더라’ 통신이지만, 광고 카피와 인터뷰한 치과의사들의 표현만으로 충분히 공포스러웠다. 또, 작년에 모 네트워크가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던 사실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정부도 모자라 지자체까지 의료인을 몰아붙이는 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다행히 단순한 ‘우수사회적기업’에 해당 조합이 선정된 것이고, 특별한 계획이나 예산이 전혀 없는 해프닝으로 밝혀졌지만, 서울시가 과대 덤핑광고의 색채가 짙은 광고에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만으로 보통 치과의사와 서울시의 정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1994년 최초로 결성된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있었지만, 당시로는 의료오지에 제대로 된 진료를 하자는 좋은 취지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 조합이 최초로 결성
‘안녕들 하십니까’로 시작되는 고려대 대자보가 붙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자보는 하나의 열풍이 되어 전국을 뜨거운 토론의 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 정부기관 및 회사 등 대자보가 붙은 장소도 다양하다.물론, 대자보의 내용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고, 단순히 신드롬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그러나 고려대 대자보는 그 존재만으로도 관심받아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 생활에 치여 보여도 보이지 않는 척, 알아도 모른 척 해왔던 나와 내 이웃의 현실에 누군가는 다시 눈을 돌리고, 함께 고민해보자며 독려하고자 했기 때문이며, 그간 애써 현실을 외면해온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내 일 아니라는 듯 입 꾹 다물고 지나쳐가는 사람들에 대한 울분으로 나도 모르게 가슴 속에 응어리져왔을 그 무언가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안녕할 수 없는 시기에 묻는 안녕하냐는 인사는 그래서 뼈아프다.우리 치과계는 그럼 안녕한가? 과연 정말 ‘안녕들 하십니까?’얼마 전, 치아미백과 라미네이트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겠다는 기획재정부의 통보가 있었다(나는 감히, 이를 통보라 부르고 싶다.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달리
요즘 모 케이블방송에서 종영된 ‘응답하라 1994’가 장안의 화제다. 1994년에 대학을 입학한 지방 출신 학생들이 한 하숙집에 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복고풍으로 잘 그려낸 드라마이다. 지금 보면 촌스럽기도 하고 어찌 보면 그때는 왜들 그랬을까 하는 면도 있지만, 1994년에서 시작하여 2002년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그 무렵 학교에 다녔던 사람들이라면 자신과 드라마 속의 인물들을 오버랩해가며 몰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쩌면 즐겁고 아련한 기억들뿐 아니라 현재의 인물들을 형제보다도 더 끈끈하게 연결하는 과정을 같이 하면서 자신의 현재를 다시 한 번 짚어보는 동기가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지혜의 해였던 2013년 계사년은 가고 2014년 갑오년이 밝았다. 갑오는 60간지 중 31번째로 말 중에서도 청말띠해라고 한다. 말은 사회성이 강하고 역동을 상징하는 동물이고, 청색은 진취적인 기상을 의미한다.우리는 또다시 청색말과 같은 기대와 희망, 그리고 새로운 다짐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2013년은 우리 치과의사들에게 참으로 시련이 많은 해였다. 대부분 개원의가 경제적인 문제를 겪어야 했고, 정부의 새로운 제도와 정책에 불안했던 해이기도 하다. 공정하지 못한 공정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오고 하늘에선 눈이 내리는 걸 보니 연말이 맞나 봅니다. 날은 추워지고 경기는 얼어붙고 그리 녹녹하지 않은 연말입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스라엘과 블레셋의 전쟁이 벌어진 엘라 계곡에는 일촉즉발의 대치상황이 벌어져 있습니다. 영화에서 많이 본 것처럼 대표 장수들의 일대일 힘겨루기가 시작됩니다. 언덕 위에는 수많은 병사들이 포진해 있고 계곡아래로 장수 한 명이 걸어 내려옵니다. 블레셋에서는 키가 3미터 가까이 되고 7kg의 큰 칼을 든 골리앗이란 장수가 내려와 온갖 모욕적인 언사를 하고 있음에도 이스라엘에서는 아무도 나서지 못했습니다. 그 때 이스라엘의 양치기 소년인 다윗이 나와 이렇게 말했습니다.“나는 사자와 늑대로 부터 내 양들을 지켜왔습니다. 제가 싸우게 해주십시오” 이스라엘의 사울왕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다윗을 내보내기로 하고 대신 갑옷을 입으라고 했습니다. 다윗은 무거운 갑옷을 입고 싸울 수는 없다고 하며 갑옷을 벗고 돌멩이 다섯 개를 주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골리앗에게 다가갔으며 물맷돌을 휘둘러 던져 골리앗의 눈과 눈 사이를 정확히 맞춥니다. 골리앗은 그대로 쓰러졌으
뒤돌아보면 2013년 치과계는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다.어찌 보면 2013년은 치과의사에게 어느 해보다 힘든 한 해였는지도 모른다. 주변 이야기를 듣다 보면 대부분의 치과가 대략 10% 이상의 매출감소를 보였다고 한다. 치과의 특성상 고정경비의 부분이 크므로 이 10%의 매출감소는 고스란히 순수익 감소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 2012년 879개의 치과가 폐업 신고한 것을 보면 올해도 비슷하거나 더 많은 치과가 폐업했을 것인데, 은퇴하신 분들이 폐업한 것을 빼도 대략 800개 정도가 여러 이유로 폐업하였고 그중 대부분은 매출감소와 연관돼있지 않을까 한다. 치과 20곳 중 1곳이 매출부진으로 폐업하는 현실에서 그 대열에 안 끼어든 것만으로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연초부터 소리가 요란하던 치과의사 전문의제도는 결국 1년의 세월을 보내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해하기 힘든 사실은 지난 1월 부랴부랴 임시총회까지 열던 치협 집행부가 이번에는 전문의제도와 관련한 임시총회가 없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그때는 그렇게 시급하고 위중하던 문제가 1년의 세월 동안 무엇이 달리진 것일까? 다양한 집단이 이런저런 법적 행동들을 하는 가운데 언젠가는 터질 폭탄을 안고 가
2013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해가 갈수록 한 해에 대한 느낌과 속도가 남다르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뜻 깊은 한 해를 보내리라 다짐했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음 해로 넘어가고 있다. 마치 찰나의 한 순간처럼 한 해가 지나는듯하고, 곧 있을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무덤덤하게 지내는 것 같다. 해가 바뀐다고 마음이 설레어본 적도 아주 오래전 일 같이 느껴진다. 하루는 정말 긴 시간처럼 느껴지는데, 한 해는 정말 빨리도 지나간다.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밖이 캄캄할 정도로 비가 오고 있었다. 오후 들어 눈으로 바뀔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들으며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출근하는 내내 저녁에 있을 모임이 걱정되었다. 진료를 일찍 마치고 치과를 나서 꽤나 먼 거리를 가야하는데 비가 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눈이라도 내리면 귀가길이 힘들어져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뭐가 되었던 결론을 내려야 했고, 마음속은 이미 비가 오면 가고, 눈이 오면 가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나는 참 이기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를 위해 며칠씩 준비한 사람들의 성의도 있고 다들 날씨에 상관없이 참석할 텐데,
단일안 도출에 실패한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 의장단 산하의 전문의특위는 결국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3개 안을 내고 이에 대해 내년 4월 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결정하기로 하였다. 결국, 지난 1월 임시총회 이후 1년에 가까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 없이 폭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전문의 표방이 가능한데 차라리 지난 임시총회에서 어떤 방향이든 결정을 하였다면 준비할 시간도 많고 다양한 문제들을 노출시켜 해결할 시간을 가졌을 가능성도 생각해 본다.지난 11월에는 치과전문의 30인이 헌법재판소에 ‘의료법 제 77조 3항 위헌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또, 전국교정과동문연합은 경과조치를 촉구하기 위하여 단체로 전문의시험 응시원서를 제출하였고, 이것이 반려될 경우 12월 중에 헌법소원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보면 특위의 3가지 안 중 세 번째 의견인 소수정예와 의료법 77조3항의 강화는 현실성이 없는 것 같다.2001년 50차 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결되고 2004년부터 시행된 치과의사전문의제도는 2013년까지 여섯 차례의 시험을 통하여 1,600명 가까운 전문의가 배출되었다. 2001년 총회 결의 당시 대전제였던 소수정예
전임 집행부에서 치과보조인력개발특별위원장을 맡아 치과위생사들의 수급 문제를 다뤘던 사람으로서 아직도 진전이 없는 점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몇 자 적어 보려합니다.그간 치협은 유휴인력을 찾아내려고 노력도 해 보았고 특성화 고등학교를 통하여 치과 전문 간호조무사를 양성하도록 돕고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묘한 사실은 매년 5,000명 가까이 배출되는 치과위생사가 다 어디로 갔느냐는 것입니다. 치위협의 주장은 낮은 급여 때문이라 합니다. 짐짓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한번만 더 깊게 생각해 보면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솔직히 높은 급여는 안 주는 것이 아니라 3~4학년제의 고학력 치과위생사를 여러 명 쓸 만큼 개원가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는 것입니다. 어렵게 공부해서 된 치과위생사의 50%만이 취업한다는 것은 그들 대부분이 근무하는 개인치과의원이 고학력자에게는 발전 가능성 없고 성취욕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적은 급여 보다 그만두는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 합니다.답을 찾기 위해 간호사랑 비교해 봅시다. 교육기간은 같습니다. 국가고시를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같습니다. 의사와 치과의사를 도와주는 역할
변경된 선거제도인 선거인단제에 의한 29대 협회장 선거가 5개월 남았다. 지금 치과전문지는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예비후보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예비후보는 4~5명이다. 과거와 달리 협회의 업무도 복잡해지고 또 협회에 대한 요구나 불평도 많아져서 협회장을 명예로 생각하고 맡았다가는 몰매 맞기 십상인데 이렇게 회원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후보가 많다는 사실에 치과계의 미래가 밝다는 안도감도 들고, 그래서 예비후보들께 감사한 마음도 든다. 그러나 정작 회원들이 보기에는 모 동문회의 공식 단일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눈치작전이라도 하는 양 서로들 말을 극도로 아끼면서 신경전만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먼저 매 맞아서 좋을 것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29대 협회장 선거가 대의원제가 아니라 선거인단제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선거준비위의 말처럼 랜덤으로 샘플링된다면 선거인단제는 오히려 전회원 직선제에 가깝다. 지금 회원들이 바라는 차기 협회장의 모습이 눈치작전이나 벌이면서 남들한테 받을 역풍이나 계산하는 인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처럼 복지의 개념이 보건의료에 약하게 적용되고 그나마 보건의료에
2006년 한국 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매년 내놓는 대학평가 항목에 영어수업 비중을 포함하고 대학에서 전공영어 강의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들이 교수나 학생들의 영어 강의에 대한 준비와 역량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도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나 글로벌이라는 단어는 이제 사방팔방에 포진해있다. 영어강의로 개설해서 한국어로 강의하거나 40분은 영어로 강의하고 10분은 우리말로 요점정리해 주는 편법은 귀여운 편에 속한다. 교수의 영어강의도 사투리억양이나 부정확한 발음으로 알아듣기 힘들다는 불평도 나온다. 이제 한국에 있는 거의 모든 학회에서 학회지를 영문으로 발간하고 있다. 글로벌한 시대에 한국어로 쓴 논문으로 구성된 학회지는 외국에서 읽기도 어렵고 인용도 안 하니 영문으로 발간해서 세계화하겠다는 의도이다. 교수들은 SCI급의 논문을 가지고 있어야 실적평가에서 유리하고, 학회지의 질적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엄격한 심사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물론 자체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배경이 있다. 교수는 임상과 연구를 동시에 하는 사람이니 연구의 결과를 논문으로 나타내야 하는 것도 의무이다. 개원의는 주로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12월 3일부터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대정부 투쟁의 하나로 전국 순회 도보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원격진료에 대한 정부와의 갈등에서 그동안의 소통방식과 투쟁방법에 대한 내부 잡음이 일자 회장이 몸으로 실천해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 엄동설한에 전국을 걸어서 가겠다니 무엇이 이 추위에 저 사람을 거리로 내몰았나 하면서도 회원들을 위한 그 결단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최근 정부와 의협이 각을 세우는 원격진료는 자세히 생각해 보면 치과의사의 입장에서도 아주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원격진료는 환자와 의사가 참여하는 형태도 있지만, 환자와 의사 그리고 전문의가 참여하는 형태도 있고, 환자 없이 의사와 의사가 참여하는 형태도 있다.어느 경우에 중요한 것은 돈과 책임이다. 예를 들어 치과에서 발치 후 드레싱 같은 것은 스마트폰의 화상 통신기능이나 고해상도 사진을 통하여 의사에게 영상정보를 전송하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스스로 혹은 가족의 도움을 받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병원에 가서 하는 드레싱과 같은 진료비를 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경제적인 원칙으로 본다면 환자는 시간과 교통비를 절약했으므로 같은 진료비를 내어도 오
큰맘 먹고 지난 추석 연휴 앞뒤로 이삼일을 휴진하고 벼르던 영국 일주 여행을 떠났다. 마침 손해를 보던 펀드가 원금을 회복하여 환매한 뒤였고, 자식들도 출가하고 모친도 요양병원에 계셔 운신이 좀 자유로운 터였다. 영국은 근세 앵글로 스피어(영어권 국가)의 원조이고 패권을 누리던 국가여서 학생 때의 동경과 환상이 있기에 지금은 좀 쇠잔해졌다지만 마거릿 대처 총리 이후 여전한 그 기품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전에는 그룹 패키지여행을 해보면 장시간 버스 이동 시에 가이드가 자기소개도 하는 시간을 주며 분위기를 이끌었지만, 요즘은 생략한다. 아마도 복잡한 인간관계에 부대끼다가 모처럼 여행을 떠나 ‘짱박혀’ 은둔을 즐기려는 프라이버시 세태를 배려하는 듯하다. 사실 이국적 풍물의 외국까지 와서 느닷없이 입을 벌리고 봐달라는 몰상식한 경우를 당하면 난감하기도 하다. 그런데 부인들의 수다로 일행 중에 치과의사 두 명, 약사, 안과의사가 있음이 알려져 자연히 이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작달막한 키에 하악전돌의 가이드는 허스키한 영어로 두 팔로 만세 하듯 서양인과 포옹하면 폭 싸여 안보이지만 억척스러운 대한의 딸이었다. 노처녀 가이드가 재담도 잘하는데 “이 차 안에 치과의사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