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보궐선거만큼은 세 후보 모두 최선을 다해 선거에 임하고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치과계 난제를 극복해 나가길 3만 회원들은 기대하고 있다.’
치과신문의 최근 ‘편집인 칼럼’ 마지막 부분이다. 이러한 명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목표점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에 대한 의견 개진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다수 회원들의 이번 보궐선거에 대한 시각은 과연 어떨까를 생각해보았다. 역시 ‘무관심’이 1순위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심지어 치협 이상훈 회장의 사퇴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 왜 보궐선거를 치르는지, 선거의 쟁점은 무엇인지 관심이 부족해 보인다. 물론 여러 가지 전후사정에 관해 궁금해하는 회원들도 있지만, 선거과정 속에서 본질적인 부분과 발전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들이 묻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예전 어느 정치인이 말하기를, 자신은 직업이 정치라서 그런지 유권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앞날이 걱정되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외친다고 하였다.
보궐선거를 왜 하는가에 대한 의견들을 보면, 이상훈 회장의 사퇴 원인부터 다소 과대포장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오랜 시간 개혁을 외쳐왔고, 그 개혁을 실현하고자 노력했으나,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해서 힘들어하다가, 개인적인 건강상의 문제로 사퇴하였다.’ 이렇게 보는 관점은 과연 무리가 있을까?
3만 회원을 대표하는 치협 수장의 책임감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치협도 자연인 치과의사들의 모임이고, 그 자연인 치과의사 개개인들의 권익과 행복을 위한 모임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자연인 이상훈의 인간적 고뇌와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과정이 부족한 상태로, 어느 한 편으로만 몰고 가는 것이 과연 치과계의 발전과 화합에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작금의 상황은 모든 치과의사의 삶을 어렵게 하고, 치과 경영을 옥죄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치협의 대내외적 회무도 그만큼 어려울 것이다. 물론 협회장을 비롯한 치협 임원들이 실수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나름의 이유와 변명의 여지는 있을 것이다. 개혁이라는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감, 노조 친화적인 사회적 세태, 국민의 여론을 앞세운 정치적 압력, 결선투표 제도의 그림자인 집행부의 연합구성 등 나름의 이유와 변명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얼마 전에 회원들의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 동료들의 잘못에 대해 과도하게 추궁하는 행위는 결국 반작용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선거를 통한 과도한 공격에 대해서는 제법 경험을 해서인지, 그것을 감내하기 매우 힘들다는 사실과 결코 우리 치과계 공동체의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치과의사 동료들이 아닌가? 프로 정치인도 아니면서, 동료의 실수와 잘못을 발판삼아 치과계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대의명분이 과연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리하여 우리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치과계 난제를 극복해 나가길 3만 회원들은 기대하고 있다.’
위의 칼럼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우리가 정말 원하는 세상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