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건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던 때였다.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생님들과 식사를 하다가 필자가 대학 시절에 전방입소하여 무척이나 춥고 참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자, 젊은 선생들이 “전방입소가 뭐에요?”하고 되물었다. 대학 시절 교련과목 중 필수 과정이었다고 하자, 답변은 더욱 가관이었다. “대학 때 교련도 받았어요?” 하고 다시 신기한 듯이 무슨 옛날이야기 하듯이 되물어본다. 그때 필자의 마음은 요즘 말로 ‘헐’이었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아!’하는 탄성과 시대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느꼈다. 또한, 필자는 요즘 대학생들이 교련과목이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젊은 선생님들은 우리 시대에 1주일 동안 전방 체험을 위한, 아니 데모방지를 위한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으로 대학생들을 전방으로 보내서 혹독한 군사훈련을 시키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결국, 동시대를 살고 있으며 서로 간에 당연하다고 느끼던 것이 서로 다른 생각과 체험과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이었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time skipping’ 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비록 같은 공간에 살고 있다고 할지라도 서로가 시간상
어느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이 사용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심리학에서 심리검사와 성격 검사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형식이기도 하다. 필자도 심리를 테마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치과의사를 상대로 한 강의였는데 그때 심리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에서 같은 직업이면서도 다양한 답변에 적지 않게 놀란 적이 있었다. 같은 사건을 보는 시야가 너무도 다양하였다. 그중에 기억나는 문구가 ‘치과의사를 선택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환자는□이다’였다. 물론 다양한 답변이 있었다. 치과의사란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긍정적인 편이 많았지만 부정적인 분들도 있었다. 어쩌면 지금 테스트한다면 그 때와 다른 답변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중에 ‘환자는□이다’라는 문구에 대한 답이 필자 자신도 끊임없이 변하는 것을 느낀다. 면허를 따고 처음 보건지소 발령받고 첫 환자를 볼 때는 호기심과 불안감이 교차하였다. 치료를 하면서도 방으로 들어와 책을 들여다보며 하고 있는 치료가 맞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였다. 그때의 환자는 필자에게 스승이었다. 2년차가 되었을 때는 어떠한 두려움도 없고 자신감에 차있어서 못할 것이 없었다. 그때의 환자는 ‘진짜 환자’였다. 그러다 2년차 반
신분열증이나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환자들의 증상 중 한 가지가 논리의 순서가 바뀐 이야기를 하는 경우이다. 이를 일반적으로 횡설수설한다고 한다. 이는 생각의 조각들끼리 정보가 호환되지 않는 분열증 증상 때문이거나 혹은 여러 사건의 중요도에 대한 판단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본인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그러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필자가 외래에서 상담하다 가끔 겪는 일 중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심한 상악 덧니 환자가 내원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환자에게 내원한 이유를 질문하였고 환자는 심한 덧니에 관한 이야기만을 제외한 채, 씹는 게 이상하다, 턱관절에서 소리가 난다, 이가 썩는지 봐 달라 등등 다른 이야기만을 늘어놓았다. 교정치료만을 전문으로 하는 필자인 것을 알고 내원하였으면서도 누가 보아도 가장 명백하고 핵심적인 덧니에 대한 이야기는 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결국 지루하게 오랜 시간을 기다리다가 “덧니에 대하여 말씀이 없는데 그것은 상관 없나요?”하고 필자가 질문하였다. 이에 환자는 “당연한 건데 말해야 하나요?”라고 답변하였다. 이 경우는 여러 가지로 생각이 가능하다. 일단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의사에게
필자가 20여 년 환자를 보면서 들은 말 중에서 가장 무섭고 두려운 말을 고르라고 한다면 그중에 최고는 단연코 “씹히는 것이 이상해요”이다. 씹히는 것을 환자가 이야기할 때는 너무도 다양하고 광범위한 요소를 지니고 있어서 간단하고 단순하게 해결하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전문용어로 교합이란 표현일 것이나 환자들이 이야기하는 ‘씹히는 것’은 의사들이 생각하는 학문적인 교합과는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을 필자는 가지고 있다. 의사의 교합 속에는 환자의 생각과 감정이 없으나 환자의 ‘씹히는 것’에는 생각과 감정이 들어 있다. 결국 환자의 교합에 대한 불만 속에는 원인적인 생각과 감정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어떤 환자 한 분이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문득 얼굴이 비대칭인 것을 발견하였다. 본인은 예전의 사진을 꺼내놓고 과거와 현재의 얼굴을 비교하면서 그 원인을 스스로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 와중에 턱의 위치를 좌우로 움직여도 보고 이런저런 모습을 보다가 보니 턱이 약간 움직이면 얼굴이 맞아 보인다. 그리고 보니 이가 물리는 것이 좌우가 다르다. 계속해보니 하면 할수록 점점 물리는 느낌이 확실하게 좌우가 다르다. 언제부터인가를
한해의 시작의 문을 야누스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흔히들 일상에서 표리가 다르거나 양면성을 지닌 경우 ‘야누스 같다’고 부정적 의미로 ‘야누스’란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야누스의 동상은 항상 두 개의 얼굴로 표현돼 있으며 일명 ‘야누스의 얼굴’이라고 한다. 야누스는 로마의 신화에 나오는 문의 신(god of gates)이며, 시작의 신(god of beginnings)인 동시에 끝의 신(god of endings)이다. 그래서 한해가 끝나며, 새해가 시작하는 첫 달인 1월을 그의 이름을 따라 January라고 하였다. 과거의 문을 닫고 새로운 해의 문을 연다는 의미이며, 과거의 힘들었던 모든 것을 닫아버려서 잊어버린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야누스는 전쟁과 평화의 신이다. 신화에서 문이 열리면 전쟁이 시작됨을 의미하고, 문이 닫히면 평화가 온다. 즉 과거의 문이 닫히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온다는 의미일 것이고, 새해의 문이 열리는 것은 새로운 전쟁이 시작됨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것이 서양의 새해 의미이다. 우리 선조들은 태양력이 아닌 달의 변화에 따른 음력을 사용하였다. 따라서 음력 정월 초 하루를 한해의 시작으로 ‘설’이라 하고, 근신·조심하는 날
서애 류성용 선생은 돌아가셨을 때 장사지낼 비용이 없어서 이웃이 도와줄 정도로 청렴하기로 유명한 학자이셨다. 또한 이순신을 천거하는 등 역사 속에서 많은 일을 하신 위대한 선조이시다. 요즘 치과계 신문에서 서애 선생의 유사 호칭이 좋지 않은 의미로 자주 등장할 때마다 필자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부디 신문과 관련 있는 분들이나 치과선생님들은 순서를 바꾸어 호칭에 변화를 주면 좋겠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1969년에 동일한 기종의 A자동차를 중산층이 사는 동네에 한 대를 세워놓고 B자동차는 번호판 없이 뉴욕에 세워놓는 실험을 하였다. A자동차는 1주일 동안 무사하였지만 B자동차는 하루만에 도난당하였다. 그 후 A자동차의 뒤쪽 유리를 조금 부수어 놓았더니 불과 몇 시간 만에 차량을 도난당하였다. 이 실험을 토대로 미국의 정치학자 윌슨과 범죄학자 켈링이 “깨진 유리창 효과”를 발표했다. 이는 누군가가 건물의 유리창을 깨뜨렸을 때, 이를 즉시 수리하지 않고 방치해두면 다른 사람들에게 암묵적인 방임을 암시하게 돼 더 많은 사람들이 유리창을 파손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무질서를 조장하게 되고 무질서에 무감각해
초진 환자 상담을 위해 상담실에 들어설 때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환자와 뭔가에 쫓기는 듯 한 엄마가 보이면 이젠 필자도 긴장이 된다. 입시 지옥인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서 쿨하게 고등학생에게 1~2년의 시간을 빼앗겨야 하는 교정치료를 해주겠다고 할 수 있는 부모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에 내원했다면 나름대로 많은 사연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고를 다닌다거나 연예인 지망생 같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예전에 비해서 요즘은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만 아직도 고등학생들의 교정치료는 그리 쉽지 않다. 상담실에서 엄마의 입에서 “고3인데요…”란 말이 떨어지면 필자는 머릿속으로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한다.자칫 말 한마디 삐끗 잘못 나가서 고3학생은 물론 고3엄마의 심기를 건드리는 순간에는 뜨거운 기름에 물 튀는 듯 한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는 외래가 떠들썩하게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에서 고3학생과 고3엄마는 특별한 대접을 받는 위치가 되었다. 아마도 입시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이기에 이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을 것이다. 특히 고3들이 심리적인 압박감
2011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지난해는 庚寅년이었고 올해는 辛卯년이다. 신묘년은 토끼해이다. 그런데 토끼는 다양하다. 산토끼, 집토끼, 검은색 토끼, 흰토끼 등등… 그 중에서도 辛이란 금속을 의미한다. 따라서 신묘년은 금니를 해 넣은 토끼다. 물론 금니가 될 수도 있고 포셀라인이 될 수도 있고 요즘이라면 임플란트가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만화에 나오는 앞니 두 개가 두드러진 토끼해인 것이다. 따라서 치과의사들에게는 희망적인 한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빨이 나온 토끼는 예뻐 보이기도 하지만 미워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놀림을 받기 쉬운 면도 있다. 올해는 남들이 놀리기도 하지만 내가 남을 놀릴 수도 있으니 자중하면 좋은 해가 될 것이다. 동양철학으로 보면 지나간 해인 경인년은 陽년이라면 신묘년은 陰년이다. 즉 작년이 양의 기운으로 굵직굵직한 큰일들이 많이 벌어진다는 의미라면 올해는 작은 일들이 구체적으로 벌어진다고 볼 수 있다. 辛의 의미는 음의 金의 성질로 차가움, 날카로움, 예리함 등이고 卯는 음의 木의 성질로 여린 새싹을 의미한다. 즉 차가운 겨울 金의 성질이 따스한 봄의 木기운을 누르고 있다. 따라서 올해를 그림으로 그리면 얼어붙은 차가운 땅에
주로 엄마가 아이를 병원에 데려오는 경우가 많지만 아빠와 같이 오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특히 토요일에 자주 보는 일이다. 물론 아주 가끔은 평일에도 아빠가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설명을 다 듣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간 뒤에 병원으로 부인에게서 전화가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 남편이 그 치과를 다녀온 것 같은데요…”로 시작한 말은 거의 대부분이 순진한 아이에게 사기꾼이 사기친 듯한 뉘앙스로 다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가 아니면 며칠 뒤에 부인이 병원으로 직접 찾아와서는 처음부터 다시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필자는 아빠가 데려온 경우에는 다시 설명할 것을 염두에 두어 아주 간결하게 설명하고 집에 가서 가족회의를 해보라고 권한다. 병원에 아빠가 아이를 데려오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우선 엄마가 무슨 일로 부재중일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적다. 남자가 부인 허락 없이, 아니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오는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혼한 경우일 가능성은 가끔은 있다. 아니면 엄마가 휴가 중인 남편에게 오더를 내리고 간 경우가 일반적이며 이 경우엔 반드시 엄마가 다시 나타나서 처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