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2 남학생이 엄마와 함께 내원하였다. 중2 아들은 상담실에 들어오면서부터 의자에 앉을 때까지 심드렁한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영혼 없는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대고 비딱하게 앉고는 시종일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주소를 물으니 엄마가 열심히 설명하였다. 치료는 발치 교정이 필요하고 심한 과개교합으로 치료 기간이 2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하고 나서 끝자락에 엄마에게 한 가지 질문하였다. 아들이 이제 곧 중3이 되고 교정이 2년 이상 걸리면 고1이 넘어서까지 장치를 붙이고 있어야 하는데 혹시 아들과 상의해 보았는지 물었다. 엄마는 누나가 중2 때 교정을 해서 아들도 지금 데리고 왔다고 답했다. 이에 “어머니, 여학생과 남학생은 다릅니다. 여학생은 자신이 원해서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지만, 아들이 원하지 않을 때는 부모님의 강압적인 요구로 고등학교 시절에 교정장치를 붙이고 있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일단 아들과 상의하는 것이 먼저일 듯합니다”라고 말했다. 엄마는 한 번도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어서 장치를 붙이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아들은 시종일관 영혼 없는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댄
2016년 브래드피트가 주연한 영화 ‘빅 쇼트’는 “It ain't what you don't know that gets you into trouble. It's what you know for sure that just ain't so. -Mark Twain-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하게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이란 자막으로 시작된다. 2008년 미국 부동산 버블사태가 발생할 당시가 배경이다. 부동산에 대한 사회 전체 집단적인 믿음이 착각으로 거품이 터질 때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었다. 감독은 마크 트웨인의 명언을 빌려 처음부터 자막으로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였다. 최근 매스컴에서 ‘영끌’이란 신조어가 자주 보인다. ‘영혼까지 끌어와서 빚을 낸다’는 준말이 ‘영끌’이다. 필자는 이 단어를 볼 때마다 두 가지 생각에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우선 ‘영혼까지 끌어온다’는 표현이 마치 ‘영혼을 악마에게 판다’는 말처럼 들린다. 영혼을 파는 것은 중국괴담에서 복수를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경우가 있었고, 우리나라는 전설의 고향에 나오고, 서양에서는 괴테의 파우스트가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영끌’이란 단어를 접
내년 1월 1일부터 비급여 진료가격을 개설자(원장)가 ‘직접’ 환자에게 설명해야 하는 것으로 의료법 시행규칙이 개정되었다. 한마디로 이것은 ‘사악한 악법’이다. 현실 무시를 넘어 적어도 자신은 장사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있는 선량한 의료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악법이다. 환자와 의사는 돈이 매개가 아니다. 질환이 매개이고 그에 따른 결과가 돈이다. 의사는 돈을 벌기 위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아니고 진료를 하니 돈이 들어오는 개념이다. 돈을 벌기 위해 진료를 한다면, 불법이 아니면 무슨 짓을 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의료를 천직으로 알고 자긍심을 지닌 이들에게 이 개정은 악법 중의 악법이다. 환자에게 원장 스스로 비급여 가격을 직접 설명하게 하는 것은 경술국치 때 일본이 한국인에게 강제로 신사 참배를 시킨 것과 다르지 않다. 적어도 환자에게는 의사가 직접 치료비를 말하지 않는 것은 그동안의 자존심이었다. 이것은 옛날부터 훌륭한 서당 훈장님과 의원은 수업료와 치료비를 형편대로 받는 것이 미덕이었기 때문이다. 수업료를 낼 때가 되면 부모님이 형편에 맞춰 쌀이든 보리든 호박이든 문 앞에 놓고 갔었다. 악덕 의원이 아니라면 일단 먼저 약을 주고 나
요즘 덴탈마스크가 귀한 몸이 되었다. 치과의사는 마스크에 익숙하지만 일반인들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그나마 한국인들은 황사 덕분(?)에 마스크에 친화력을 지니고 있다. 반면 서양인들은 마스크에 심한 거부감이 있다는 것을 코로나 사태를 통해 보면서 문화적 차이가 큰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럼 왜 그들은 마스크에 대해 그리도 심하게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것일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양한 분석들이 있다. 서양에서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법으로 금지시킨 나라가 많다는 이유도 있다. 환자들만 사용한다는 인식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람을 볼 때 동양은 눈을 먼저 보지만 서양은 입을 먼저 본다는 주장도 있다. 마스크를 안 쓸 자유가 침해당했다는 주장도 있다. 서양 영화에서 공포나 스릴러물 혹은 범죄물에서 범인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 마스크가 공포의 상징이거나 범죄와 연관된 이미지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필자는 오래된 문화와 철학적 사고 차이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동양은 외향보다 내면을 중시하고 서양은 반대였다. 동양에서는 Yes와 No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부모님의 “괜찮다”라는 말이 반대를 의미하는 경우도 많다. 말하는
태풍 ‘마이삭’이 또 올라오고 있다. 아침에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여니 메일 한 통이 들어와 있다. 유학 시절 같이 공부한 치과교정과 일본 동기로부터 강한 태풍이 한국을 또 지나가는데 별일 없기를 바란다는 안부 메일이었다. 아마도 뉴스에서 이번 태풍이 매우 강하다고 들은 모양이다. 유학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걱정해주는 그의 마음이 고맙다. 지난번 태풍 ‘바비’ 때 일이다. 태풍 영향권에 들어온다는 소식에 야간진료를 좀 일찍 마치고 귀가를 서둘렀다. 늘 비어있던 지하 2층 주차장을 내려가니 이미 태풍을 피하기 위한 차들로 거의 만차였고 대여섯 군데 빈 곳이 보였다. 그런데 빈 주차 공간마다 차선을 침범한 차로 주차는 어려운 상태였다. 겨우 주차하고 뒤돌아 나오는 데 주차는 하기 어려운 여러 빈 곳이 보여 씁쓸했다. 순간 세 가지 이유가 생각났다. 우선 화장실이 매우 급해 대충 주차하고 잊어버린 경우다. 필자가 믿고 싶은 가능성이다. 다른 경우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지 못하고 평소에 하던 대로 했든지 아니면 그대로 그냥 방치한 경우다. 가장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은 옆에 차가 있으면 승하차가 불편하고 자신의 차에 흠집을 낼 것이 싫어서 타인의 주
아침에 출근해 옷을 갈아입는데 벽에 무엇인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말벌이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모양이다. 병원 창문을 열어두면 많은 동물이 날아들어 온다. 여름밤이면 하루살이들이 불빛을 보고 날아들어 문 열기가 어렵다. 이따금 새도 들어온다. 참새, 비둘기, 이름 모를 새도 있었다. 한 번은 몇 시간을 나가지 못해 119를 부른 적도 있었다. 그중에 가장 불청객이 말벌이다. 방충제를 준비하고 파리채로 한방에 잡아야 했다. 놓치고 날아다니면 직원이나 환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꿀벌이라면 죽이지 않고 나갈 때까지 기다려도 되는데…”라는 필자의 말에 한 직원이 “뭐가 다른데요?”라고 반문했다. “많이 다르지요”라고 답하고 꿀벌과 말벌의 차이와 방치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가장 큰 차이는 독침 모양이다. 꿀벌은 갈고리 모양이라서 침을 쏘면 뺄 수가 없고 침과 내장이 연결돼있어서 빼는 순간 죽는다. 반면 말벌은 바늘 모양으로 반복해 찌르는 것이 가능하다. 꿀벌은 목숨을 걸고 찔러야 하기 때문에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반면 말벌은 공격성이 강하다. 물론 먹이도 다르다. 꿀벌은 새끼들에게 꽃가루를 공급하지만 말벌은 벌레를 공급해준다. 종종 보
건강검진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좀 높아졌다. 먹는 것에 대한 검토를 하고 즐겨 마시던 믹스커피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식후에 한 잔, 그리고 일하는 도중에 힘들 때마다 쉬면서 한 잔씩 마시다 보니 적어도 하루에 5~6잔은 마신 듯하다. 별일 아니라 생각하고 중단했는데 식후에 늘 마시던 것을 끊으니 금단증상이 나타났다. 처음 나타난 증상은 불안증이다. 뭔지 모르지만 마무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 지속되었다. 아메리카노 혹은 향이 강한 차로 대치해 봤지만 믹스커피의 단맛은 흉내 낼 수 없었다. 단맛에 길들여진 혀끝은 끊임없이 뇌에 자극을 주어 단맛을 찾도록 유혹했다. 다음으로 짜증이 나타났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 같은 단순한 그런 짜증이었다. 다음으로 우울감이 왔다. 매사에 의욕이 사라지고 무력감이 나타났다. 결국 무작정 참는 것보다 변화를 주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혀와 뇌에 믹스커피와 유사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을 찾았다. 믹스커피는 커피의 깔끔함과 단맛을 지니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식후에 일단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단맛은 고구마로 대체했다. 아메리카노와 고구마라는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조합이 효과를 나타냈다. 식후에 나타나던 믹스커피 생각이 줄
실장으로부터 초등학교 환자가 학원시간 때문에 빨리 봐달란다는 전갈을 받았다. 빨리 진료를 마치고 예약을 잡는데 4주 안에 시간이 나지 않아서 5주로 잡아도 되냐고 물어왔다. 코로나로 학교도 안 가는데 무슨 일이냐 물어보니 실기형 학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여서 시간을 낼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필자가 젊었던 시절에는 빨리해달라는 환자를 보면 화가 났었다. 치과 진료 특성상 환자의 상태에 따라 진료시간이 달라지는데 획일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하지만 이제는 분노보다는 안타까움이 먼저 든다. 어려서부터 놀지 못하고 바쁘기만 한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러셀은 ‘행복의 정복’에서 아이들에게 심심함(boredom)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 했다. 아이들은 심심해야 스스로 놀거리를 찾고,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그것이 나중에 창조력으로 발전된다고 하였다. 쉬는 시간이 하나도 없이 바쁜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기보다는 안타깝다. 최근엔 빨리 봐달라는 환자가 많이 줄어들었다. 일반 생활에서도 빨리라는 표현을 예전보다 잘 듣지 못한다. 사회가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순서나 기다림에 익숙해진 이유이지만, 또 다른
개원 초기였다. 이상하게 번 것보다 통장 잔고가 늘 적게 느껴져 입출금을 확인하던 일이 종종 있었다. 모든 개원의가 공감할 것이다. 들어오는 것은 늘 체크가 되는데 나가는 것이 감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뇌에서 부족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듯하다. 이런 현상이 요즘 사회에서도 보인다. 집값 상승으로 집주인들은 좋아하고 미리 판 사람들은 억울해하고 있다. 하지만 지출을 꼼꼼히 계산해보면 별반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즉 Gross와 Net를 구분하지 않은 탓이다. 며칠 전 모임에서 지인 두 사람이 위와 같은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6년 전 집을 팔았는데 집값이 뛰면서 억울해 화병이 났다 하고,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즐거워했다. 필자가 “사실 두 분 다 별 차이가 없는데요”라고 말하니, “6년 동안 6억원이나 올랐는데 왜 억울하지 않냐?”고 물어왔다. 필자는 혹시 710대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냐고 물어보니 모르고 관심도 없다고 한다. 집값이 6억원 올랐다는 분에게 “6억원이 올랐다고 생각하냐?”고 물으니 의아해했다. 이에 치과를 처음 개원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 개원하면 하는 실수가 한 달에 들어오는 돈(Gro
미국에서 온라인 강의만 듣는 유학생은 유학 비자를 취소하겠다는 발표가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철회하는 일이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그 원인이 코로나 사태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대학들이 임시로 조치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모두 배제하고 원칙적인 것을 내세워 발표한 것이다. 이 일을 보면서 한 책이 생각났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다. 작가는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 악의 화신이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 미칠 영향이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행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발표는 법적으로는 옳을 수는 있지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발표였다. 아마도 발표 이전에 상식적 차원에서 검토되지 않았거나 피드백되지 않았거나 잘못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든다. 자신들이 행하는 행동이 몇 년을 준비해온 유학생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표였다. 물론 유학생 자금으로 학교 재정을 충당하는 학교에 대한 고려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하버드 등 명문
최근 심리적 트라우마를 지닌 그림 동화작가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다. 일반 동화와 달리 강한 메시지를 던진 그림동화책이 몇 권 있다. 대표적인 것이 ‘꽃들에게 희망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어린왕자’다. 지금도 혼자서 편안한 때면 가끔 꺼내서 읽어보곤 한다. 이 책들 가운데 ‘꽃들에게 희망을’에는 꽃이 등장하지 않는다. 알에서 애벌레가 나오고, 그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마지막에 나비가 되는 여정을 그렸다. 나비가 해야 할 일이 꽃에 있고, 책을 읽는 독자가 꽃이기 때문이다. 작가 트리나 폴러스가 의도한 제목을 이해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알에서 나온 기쁨을 잠깐 만끽한 줄무늬 애벌레는 모든 애벌레가 가는 길(기둥)을 따라서 그냥 이유 없이 올라간다. 도중에 노란 애벌레를 만나서 올라가던 것을 포기하고 행복하게 지내지만, 결국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는 노란 애벌레와 헤어지고 다시 본격적으로 경쟁에 참여해 기둥에 오른다. 두 번째 오름에는 강한 목표를 갖고 무차별하게 짓밟으며 올라선다. 정상에 다가왔을 때 비로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삶에서 돈과 명예를 향한 맹목적인 경쟁이 얼마나 허무할 수 있는가를 작가는 보
어머니가 계신 요양원에서 연락이 왔다. 비대면 면회가 가능하니 예약하고 오라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요양원 출입금지 명령으로 6개월간 뵙지 못했다.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밖에서 누님과 기다리는데 요양사가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누님을 먼저 보시고는 왈칵 눈물을 쏟으며 오랫동안 못 봐서 외로웠다고 말씀하셨다. 필자를 보시고는 잘 오지 않는 애가 어떻게 왔냐고 말씀하셨다. 늘 듣는 말이고 조금은 섭섭한 말이지만 이해가 된다. 오전에 가서 인사하고 오후에 다시 가도 늘 같은 이야기시다. 일주일에 3번을 찾아뵈어도 같은 이야기시다. 어머니의 장기기억 속에 필자는 잘 오지 않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6년을 외지에 있었고, 공중보건의로 또 3년을 외지에 있었다. 수련한다고 4년을 잘 뵙지 못하였고, 바로 유학을 떠나면서 또 3년을 뵙지 못하였다. 근 20여년을 명절이나 제사 등 가족 행사에 자주 빠지다 보니 어머니 기억 속에는 늘 오지 못하는 자식으로 남아있는 탓에 언제 보아도 듣는 말이 “잘 오지 않는 애가 왔네!”이다. 치매 특성으로 단기기억은 없고 장기기억만 남은 원인도 있지만 어떤 이유였던지 20여년을 찾아뵈지 못한 것은 사실이고
30대 panic buying이란 뉴스가 보인다. 부동산 규제로 집값이 상승할 것을 염려한 30대가 무리하게 집을 사며 집값을 올리는 주체 세력이라는 기사다. 모든 경제 지표가 나쁜데 집값만 오르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니 세상 이치가 그렇듯이 원래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그때 광풍에 휩쓸려 무리한 사람들이 어려워질 것이 걱정이다. 엔화가치 급등으로 유발된 일본 부동산 버블이 우리는 양적 팽창과 심리적 광풍으로 오는 듯해 걱정이다. 논어(論語) 술이편(述而篇)에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라는 글이 있다. 이 뜻은 3명이 가는 길이 옳으니 따라가라는 것이 아니다. 뒷 글귀가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좋은 것은 좇고 나쁜 것은 고쳐라’라고 돼 있다. 달리 말하면 3인이 가는 길이 항상 옳은 길은 아니다. 필자가 살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 늘 결과가 좋았다. 그런 이유는 모두가 가는 길은 평범하거나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지지만,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는 경쟁이 없거나 독보적인 길이 된 것이다. 오랜 경험과 재력을 지닌 60~70대가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부동산 시
보건소로부터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이니 인강을 수강하고 보고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2항에 의해 의료인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이다. 근래 생각하기조차 싫어 글쓰기를 차일피일 미뤄왔던 주제가 하나 있다. 아동학대이다. 최근 발생한 창녕 아동학대 사건과 천안 아동학대 치사사건은 학대를 넘어 잔혹함에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뉴스에 접하는 실상이 너무 참혹해 원인을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모든 사건은 이유가 있고 동시에 발생하는 데에는 사회적인 문제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한 개인의 범죄 문제로만 넘기면 안 된다. 창녕과 천안 아이는 모두 아홉 살이다. 창녕 아이 엄마는 27세 친모이고, 천안 아이 엄마는 43세 동거모이다. 창녕 계부는 35세로 친모보다 여덟 살 많았고,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천안 친부는 아이가 9세인 것으로 미뤄보아 동거모보다는 상당히 어릴 것으로 유추된다. 아마도 이 두 가정에서 지배적인 권력(경제력, 나이 차 등)을 지닌 사람에 다른 사람은 방임하거나 동조한 형태라고 생각된다. 심리학에서 아동학대를 개인적인 정신병리적인 문제와 사회적으로 사회심리학적, 생태학적, 문화적인 요인 등으
1968년에 개봉된 명작 ‘혹성탈출’은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하면서 원숭이가 지능을 지닌 종족으로 살아남아 인류를 노예로 종속시킨다는 내용이다. 원작자인 프랑스의 피에르 불은 냉전시대를 비롯한 인류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비꼬아 제목을 ‘Planet of the Apes:유인원들의 행성’이라 하였다. 영화 속 주인공은 어느 행성에 불시착한 후에 바닷가를 지나다가 부서진 미국 자유의 여신상을 닮은 조형물을 본다. 이것으로 감독은 자유가 무너졌음을 복선으로 깔았다. 얼마 전 서울 미대사관 건물 전면 외벽에 2일간 대형 배너가 걸려있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문구였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인종차별 항의시위의 슬로건이다. 시위는 미 경찰이 저항하지 않는 흑인 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무릎으로 목을 눌러 사망시킨 사건이 동영상으로 퍼지면서 시작됐다. 미국 내에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 밖으로 표출된 사건이다. 현재 미국 인종차별은 백인우월주의, 미국식 노예제도, 이민자 배척주의(반이민 정서 Nativism)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백인우월주의는 금발, 파란 눈, 큰 신장을 지닌 북부 유럽족과 게르만족들이 만들어낸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