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유·초·중·고 교사 3,505명을 대상으로 직무관련 실태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4명은 심한 우울증이 있고 6명 중 1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가 일반 직군보다 5배 이상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이 높았다. 그런 와중에 한편에서 올라온 SNS가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한국 최고 모 대학교수가 모든 직종에서 자살을 하는데 유독 초등학교 교사 한 명이 자살한 것이 다른 차이가 있으려면 통계적인 유의성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자신의 SNS에 올린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학생의 나이가 어릴수록 학부모의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하여 가르치는 선생님의 스트레스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부모들이 자식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포기된 상태인 대학생을 대하는 대학교수는 알 수도 없고 경험할 수도 없는 상황이 교육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도 교육자라는 생각에서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이런 객관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일종의 궤변이다. 역사적으로 서양에서는 소피스트들이 궤변을 사용했고, 동양에서는 제자백가 시절에 흥행하였고 백마비마(白馬非馬)라는 고사로 대변된다. “자유가 존중받아야 한다. 따라서 자유를 억압할 자유도 존
지난주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인도네시아치과의사학회를 다녀왔다. 일본심신치의학회와 대한심신치의학회가 공동으로 심신치의학에 대한 주제로 일요일 오전 메인 섹션으로 일본 연자 3명과 한국연자 2명이 강연했다. 심신치의학이란 주제를 처음 접한 인도네시아 치과의사들의 관심이 높았다. 눈에 띄는 몇 가지가 있었다면 청중의 90%가 여자 치과의사였다. 도착한 날,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좋은 대학인 인도네시아대학교 치학부를 방문하였는데 미팅한 학교관련자 8명 중 학장을 포함해 7명이 여자였고 학생담당주임만 남자였다. 치대 학생 80%가 여자이고 의대 학생 70%가 여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들 집단에서 여자 비율이 높은 것이 공부를 잘하는 것인지 수입의 문제인지는 짧은 방문으로 모두 알기는 어려웠다. 픽업을 나와 준 학생에게 미래 희망을 물어보니 치과의사 봉급보다 공무원 봉급이 3배 이상 많기 때문에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치과대학에 여성 비율이 높은 이유는 다양한 사회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음식점이나 쇼핑타운 직원들이 대부분 영어에 익숙하게 말하는 것이 400년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이유인지 관광객이 많은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부분
있어서는 안 될 참담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며칠 전 남양주 소재 치과에서 환자였던 6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원장에게 달려들었다. 다행히 직원들이 제압하여 크게 부상당한 사람은 없었고 범인은 살인미수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환자는 3년 전에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는 치아 높이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왔다고 한다. 최근 치과에서 그동안 무료로 받던 치료를 앞으로는 비용을 받겠다고 하자 환자가 흉기를 들고 내원했다. 치과 피습사건은 그동안 적지 않게 있었다. 2016년 광주치과 피습사건, 2018년 청주치과의사 피습사건, 2020년 동대문구 치과 흉기피습사건 이후에 3년 만에 다시 발생했다. 연관성이 없는 지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미 전국적이면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문제가 크다. 2018년 사건 이후로도 2019년 대전 골프채피습사건, 2020년 동대문구 흉기피습사건, 2021년 양평 폭행사건, 2022년 송파구 폭행사건이 있었다. 꾸준히 발생하는 양상으로 이미 모든 치과에서 언제든지 유사한 사건이 벌어질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일련의 사건에서 범인들의 심리상태나 사건 유사성을 파악하면 향후 사건 발생을 막는
1996년 미국정신의학회 「정신질환진단통계편람 DMS-4」에 한국인의 화병(홧병:火病)이 ‘hwa-byung’으로 ‘한국의 문화관련 증후군으로서 분노의 억제로 인하여 발생되는 분노장애’라고 등재됐다. 그런데 2013년 개정판 DMS-5에서는 빠졌다. 이에 대해 한국학자들은 한국인만의 고유한 정서라기보다는 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캄보디아의 캘캡)가 발견되어 문화적 고유성이 희석된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즈음에 한국사회에서 ‘화병’이란 단어가 사라졌다고 본다. 화병은 한마디로 참고참고 또 참아야 생기는 병이다. 옛날 며느리처럼 시어머니 구박과 백수 남편 술주정, 망나니 자식의 뒤치다꺼리하며 쌓인 한숨과 한 맺힌 설움이 쌓이고 쌓여서 생긴 것이 화병이다. 독립 이후에 한국전쟁을 겪고 대부분 가정은 모두가 실업자로 지독한 가난이 일상이었다. 가장도 자식도 모두 백수다 보니 엄마이자 아내이고 며느리인 여성들이 바느질이나 품삯 받는 일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참으며 화병이 생겼다. 군사독재와 산업화과정에서 가장들이 취업은 되었으나 사회의 한 부품으로 존재하며 인권은 무시되었다. 이런 가장들은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참으면서 화병이 생겼다. 유교에서 내려온
아침 인터넷 뉴스에 올라온 사진 하나가 너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 교육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충남 서산시에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횡단보도에 아이들이 누워 있는 사진이다. 한 아이는 양팔과 다리를 뻗고 대자로 누워 있고 다른 아이는 휴대폰을 보고 있다. 교육당국 조사에 의하면 아이들은 그 지역 중1 학생들로 별 이유 없이 한 행동이라고 대답했고, 학교는 학생들에게 교통안전교육을 하고 부모들에게 교육과 지도를 부탁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 아이들은 어려서 ‘민식이법’ 놀이를 하고 자란 아이들이다. 스쿨존 교통사고 가중처벌이 된다는 것을 알고 어른들을 놀리기 위해 일부러 차량에 다가와 운전자를 놀래키는 장난을 치던 아이들이 이제 중1이 되어 ‘촉법소년 놀이’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스쿨존에서 30km 미만으로 운전하기 때문에 자신들은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믿고,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는 것도 알고 벌인 일이다. 역시나 아이들 생각대로 어떤 처벌도 없이 가정통신문 하나로 끝났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번 사건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어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다수의 이익과 개인의 권리는 왕권시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부딪혀온 화두다. 개인보다 다수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공산주의가 나왔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우선시하기 위하여 경제적으로 자본주의와 사상으로 자유주의가 나왔다. 자유주의는 개인주의 사회지만, 개인주의로 인해 사회 공동체(국가)가 파멸되는 극단까지 이르면 안되는 문제를 지녔다. 따라서 공동체(국가)는 필요악으로 망하지 않는 선에서 개인적인 이익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칼포머는 공산주의적 개념을 ‘열린 사회의 적’이라고 규정하고, 개인이 자유로운 개인주의 사회를 추구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4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개인주의에서 실패한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는 필요악으로 존재해야 한다. 국가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자유민주주의여야 한다. 비판이 수용되는 사회여야 한다. 개인주의 사회가 되어야 ‘열린 사회’가 된다. 개인이란 전체 속의 일부가 아니고, 하나의 개체로서 존재하는 것으로 고유한 자유와 권리를 지닌다. 개인은 독자적인 존재이지만 결과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즉, 개인주의는 자유를 누리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그는 누군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해도
영화 「뷰티풀 미인드」는 박사 논문으로 기존 게임 이론을 뒤집고 경제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노벨상 수상자 존 내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50년 동안 조현병에 시달렸지만 아내의 도움으로 극복하고 노벨상을 수상하는 사랑과 감동의 스토리를 담아 2002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어느 날 조카인 마시가 세월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나이먹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마시가 나이를 먹지 않아”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자신에게 보이는 사람들 중에는 실존하지 않은 상상의 인물이 있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이 조현병자인 것을 인지하는 장면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뉴튼도 조현병에 시달렸다. 지루하고 이해할 수 없는 그의 강의에 아무도 오지 않았지만 빈 강의실에서 혼자 강의를 하였고, 엉뚱하게 지리학 강의를 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뉴튼은 망상형 조현병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두 건의 묻지마 사건이 있었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한 건은 사회에 대한 분노 폭발이 이유이고, 다른 한 건은 치료를 중단한 조현병이 원인이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가 잠재적인 범죄자라는 사회적 편견이 생기는 것을 우려했다. 이런 선입견으로 ‘낙인효과’가 생기며 사회적인 기피
초등학교 교사 사건 이후, 최근 발생한 두 건의 묻지마 범죄가 필자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우리 자손들이 살아야 할 이 땅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에 위치하였는지 깊은 통찰이 필요한 때이건만, 우리사회에 이미 어른이 없고, 스승이 없고, 윤리와 도덕, 상식이 없다. 2300년 전, 국가에 대한 통찰을 지녔던 한비자는 「망징(亡徵)」 편에서 나라가 망하는 징조 47가지를 말했다. 그중에 왕조시대 권력세습에서 망하는 것과 임금의 개인적인 무능이나 가족으로 인해 망하는 29개를 제외하면 다음과 같다. 1. 작은 국가에서 군신의 저택이 크고, 임금의 권력은 약한데 대신의 세력이 크면 망한다. 2. 법과 윤리를 무시하고, 모략과 책략에만 의존하여 내정이 혼란하고, 외국 원조에 의존하면 망한다. 3. 군신이 이론에만 의존하고, 재능있는 청년들이 공허한 변론을 일삼고, 상인들이 탈세를 위해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키고 일반 백성들이 가난하면 망한다. 4. 군주가 궁전과 누각과 정원과 연못같은 토목건축을 좋아하고, 수레와 말, 의복과 명품과 그 밖에 유흥에 골몰하면 재정이 낭비되어 망한다. 6. 군주가 신하의 진언을 들어 관작
오호통재라. 오호애재라. 23세의 젊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선배로서 기성세대로서 먼저 살아온 어른으로서 이런 처참한 교육 환경이 되도록 막지 못한 것에 미안하고 후회하고 한탄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뉴스의 수많은 기사나 내용을 보지 않아도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미 초등학교에서조차 선생님들이 학생에게 맞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망국지탄’이란 나라가 망하고 한탄하는 경우를 의미하건만, 나라가 망할 것이 보이면 한탄하기도 한다. 중국 오나라의 오자서는 자신의 충언을 듣지 않고 군주가 자결할 것을 명하자 나라가 망할 것을 예측하고 자신이 죽은 뒤에 눈을 월나라가 쳐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게 성문 앞에 걸어달라고 유언하며 한탄하였다. 우리나라 교육이 이대로라면 나라가 반드시 망할 것이기에 한탄을 한다. 간디는 교육이 무너지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누구보다도 망국에 한 맺혔던 그는 수없이 원인과 이유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가 손자에게 나라를 멸망으로 이르게 하는 일곱 가지 사회악
언제 해보아도 크로와상 빵을 찌그러트리지 않고 예쁘게 4등분으로 자르기가 어렵다. 중식집에서 자장면과 짬뽕 가운데 선택하는 것은 늘 고민을 하게 한다. 감자 한 상자를 싹 나기 전에 다 요리하기 어렵다. 헬스장 티켓 끊고 안 빠지고 모두 다니기 어렵다. 보더 라인에 걸린 환자 치료 계획을 한 번에 선택하는 것은 어렵다. 한 여름날 모기에 물려 가려움에 잠을 깬 밤에 힘 좋아 생생한 모기 한 마리를 잡는 것은 어렵다. 등산을 마치고 하산해 비록 대리운전을 부를지언정 파전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은 거부하기 어렵다. 아침에 모닝커피 한잔을 거르기 어렵다. 모처럼 예약한 금요일 저녁 영화관에서 팝콘과 콜라를 거부하기 어렵다. 깜빡이 없이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보고 욕 안 하기 어렵고, 오랫동안 줄지어 서행하는데 갑자기 끼어든 비양심 차에도 욕을 참기 어렵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안 보기 어렵고, 초행길에 내비 없이 운전하기 어렵다. 처음 보는 키오스크 머신에 당황하지 않기 어렵다. 일요일 오후에 월요일 출근할 것이 점차 싫어지는 것을 막기 어렵다. 왕복 8차선 도로가 노란색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30㎞ 규정 속도를 짜증 없이 지키기 어렵다. 야구장에서 시원한
최근 전국에서 발견되는 충격적인 영유아사건으로 마음이 아프던 중, 지난주 경찰이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놓고 간 친모를 아동유기 혐의로 입건했다는 기사는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베이비박스는 미혼모나 원치 않은 출산을 한 산모의 마지막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2015~2022년까지 의료기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2,236명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전수조사를 시행했고 경찰에 의뢰하며 전국적으로 영유아 유기 및 살인이 밝혀지며 사회적인 충격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베이비박스에 놓고 간 친모까지 찾아내어 입건까지 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유기하는 것이 불법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럼 경찰이나 정부나 우리 사회는 그들을 선도할 수 있는 어떠한 대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입건한 것인지 묻고 싶다.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놓는 것조차 못한다면 친모의 선택은 한 가지만 남는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길 외에 또 무엇이 있겠는가. 불법적인 문제를 떠나 아이를 두고 가는 것은 역사적으로 이 땅에서 수천 년을 내려온 문화이다. 가난하여 아이를 기를 형편이 안되는 경우나 원하지 않은 출산을 한 경우
아무리 여러 번 반복해도 늘 어려운 일이 있다. 갑티슈에서 처음으로 첫 장을 뺄 때마다 한 장만 빼는 것이 어렵다. 늘 뭉치로 빠지기 십상이고 다시 집어넣기도, 다 사용하기도, 혹은 보관하기도 어정쩡해진다. 화장실에 비치된 페이퍼 타월도 마찬가지다. 청소아주머니께서 틈 없이 꽉 채워 놓으시면 처음 뺄 때 한 장만 빼는 것이 어렵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면 한 장씩 빼는 데 어려움이 없건만 빡빡한 경우에서 뺄 때마다 여유가 아쉽다. 언젠가 문득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도 꽉 채우기보다는 여유가 있어야 원활하다. 물론 방종이나 적당히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방종은 일이 성패와 상관없이 관심이 없어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적당은 대충 달성하겠지만 완성도가 떨어진다. 여유란 높은 완성도를 유지하며 급하지 않아 실수가 적어진다. 동양화는 여백의 미를 살려서 그림의 완성도를 높인다. 동양철학에서 완성되면 이후로 쇠퇴하기 때문에 흉으로 보고 경계하였다. 동양에서 짝수보다는 홀수를 더 좋아하는 이유다. 주역에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있다. 너무 높이 오른 용은 반드시 후회를 남긴다는 뜻이다. 공자는 너무 높이 오르지 말고, 올랐다면 극히 삼
전통적으로 우리사회는 한 사람의 사회 건강도를 체크하는 3요소가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는가’를 농담 삼아 물어보곤 한다. 사실상 이 3요소는 의사가 환자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항목이며, 아마도 전통적으로 한방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우울해지면 잠을 못자거나 혹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하여 과수면을 한다. 혹은 밥맛을 잃거나 스트레스성 과식을 하게 된다. 배설에서 대변은 소화계에 소변은 순환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3요소에 문제가 생기면 삶의 질이 저하되기 때문에 현명한 건강체크 방법이었다. 최근 10년간의 우울증과 수면특성 간의 관계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2009년(4.6%)에 비해 2018년에 우울증 유병율(8.4%)이 2배 증가했다. 또 5시간 미만 수면자가 7~8시간 정상 수면자에 비해 우울증이 3.7배 높았다. 이 연구는 잘 자지 못하면 우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했다. 10년 전에 비해 우울증이 2배나 증가했다는 보고는 사람이 변했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사회 환경이 더 어려워졌음을 시사한다. 각자가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면 힘든 상황이나 우울증에 놓였을 가능성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수면에 도달하는
시간을 이해하는데 참 오랜 세월이 걸렸다. 시계 초침은 간단하지만, 마음 속 시간은 쉽지 않다. 영화가 재미있으면 시간이 짧아지고 지루하면 길어진다. 축구 경기에서 1:0으로 이기고 있으면 마지막 3분이 30분처럼 길고, 지고 있으면 20분도 2분처럼 짧다. 이처럼 마음 속 시간은 고무줄마냥 늘었다 줄었다 한다. 반면 마음 밖 세상 속 시간은 정해진대로 돌아간다. 자연계 시간은 변함없다. 자전으로 하루가 일정하고 공전으로 1년이 일정하다. 일정한 자연계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 때가 되면 싹이 트고 때가 되면 열매를 맺는다. 자연은 오랜 세월 동안 시간의 흐름을 거역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사람과 연관되면 시간이 고무줄처럼 변한다. 때로는 시간의 흐름도 바뀐다. 비행기가 연착되고, 공사 기간이 지연된다. 인간의 시간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한다. 심지어 마음속 시간은 멈추거나 퇴행조차 일어난다. 지난 일요일에 등산을 다녀오면서 횡단보도에 도착하니 신호등이 바뀌었고 아직도 몇몇 사람들은 건너는 중이었다. 그중 몇 명이 눈에 띄었다.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변했건만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3명 정도가 천천히 어슬렁거리면서 걸었고 대기선에서 기다리
30년 전 구강외과 수련의 시절이었다. 성인 남성이 응급실에 하악이 아프다는 이유로 내원했다. 방사선 상에서 하악 우각부 골절이 보였다. 상해 여부를 가리기 위해 다치게 된 원인을 물으니 참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2살 난 아들을 누워서 배 위에 올리고 놀다가 아이의 발길질에 턱을 맞았고 이후로 아프고 밥을 먹기 힘들어 내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아이 발길질로도 턱이 파절될 수 있을 정도로 약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제 뉴스 기사를 보다가 30년 전 응급실 일화가 생각났다. 기사 내용인즉, 얼마 전 원주에서 길을 걷다 40대 후반 여성과 20대 남성이 서로 부딪히며 시비가 붙었다. 남성은 여성을 넘어뜨리고 넘어진 여성을 폭행했다. 여기까지는 최근 인성과 도덕성이 무너진 뉴스 내용들로 필자의 생각을 잡아두지는 못한다. 문제는 다음 글귀였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얼굴을 축구공처럼 걷어차 기절하게 만들었다. 가해자는 2년 4개월 격투기를 수련한…”이라며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넘어진 사람 얼굴을 축구공 차듯이 걷어찼는데 고작 징역 6개월이라는 내용은 악안면외과 전문의로서 인정되지 않았고 30년 전 응급실 기억을 불러내었다. 격투기를 2년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