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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건축가 정태종 교수의 건축 도시 공간 눈여겨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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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헤테로토피아-경주 왕릉과 서울 종묘


도시 속 비일상 공간인 헤테로토피아1)로 묘역만 한 곳이 있을까?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규모로. 그러나 이런 장소가 오히려 도시의 풍경을 독특하게 만드는 곳이 경주의 고분군이다. 길 좌우에 집채보다 큰 마치 작은 산과 같은 왕릉들이 잇대어 있는데, 천 년 전 고분이 21세기 도시인의 생생한 삶과 하나로 어우러진 풍경이 편안하면서도 숭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분군 중 대표적인 곳이 대릉원인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쪽 노동리와 서쪽 노서리 고분군으로 나뉘어 있다. 노서동 쪽에 있는 것이 금관총, 서봉총, 호우총, 쌍상총, 은령총, 천마총 등을 비롯한 14기의 고분이며, 노서리 쪽은 고분군 입구에 있는 것이 금관총이고 봉분 없이 50cm 정도 높이의 평평한 잔디밭으로 덮인 쌍봉이 서봉총이다.2)


고분군 주변은 도시 일상생활 공간인 주택들로 가득하지만 대부분 낮은 건물들이라 고분군에 가려져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고분군은 주변 맥락과는 다른, 마치 사람이 만들어낸 자연같이 느껴진다. 고분 중간에 서 있는 작은 나무 한 그루도, 고분 사이를 걷는 연인들도 어여쁘다. 왕릉 뒤쪽 배경이 되는 숲은 현실의 세계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가을이면 고분의 경사면에 단풍과 은행잎이 떨어져 포토샵 픽셀처럼 점점이 덮인다. 혹시 저녁에 휘영청 보름달이라도 뜨는 날이면 신라의 달밤이라는 낭만이 옛 왕릉에서 솟구칠 것이리라. 경주 시내 한복판에 있는 이질적인 인공자연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그림 1, 2).

 

 

고분군을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볼 때 제일 먼저 관심이 가는 것은 무덤의 스케일이다. 일반인의 무덤 크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고분군의 규모가 산을 연상시킨다. 죽은 자를 기리는 인공산. 다른 하나는 자연스러운 무덤 형태이다. 땅의 레벨에서부터 명확한 경계 없이 자연스러운 반구가 만들어지는데, 대지와 건축의 경계가 모호하고 연속적인 것이 특징인 현대건축의 대지건축(landscape architecture) 개념과 1300년 전 신라시대의 건축물이 공명하는 듯하다. 또 한가지 특징은 유사한 형태의 반복을 통한 고분군의 집합성이다. 경주 고분군은 다양한 건축적 어휘와 의미로 현대건축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한다. 건축은 나무로 돌로 벽돌로 유리로 바닥을 기둥을 지붕을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새로운 인공의 대지와 산을 만들고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서 그 결과가 자연인지 건축물인지 알 수 없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이다. 고분군의 디자인 접근법은 서양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스페인 출신 건축가인 엔릭 미라예스(Enric Miralles)의 이구알라다 공동묘지(Igualada Cemetery)는 대지건축 개념과 거친 재료를 이용하여 경주 왕릉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현대적인 분위기를 형성하였다. 콘크리트라는 엄숙함, 거친 재료 자체의 질감은 전형적인 브루탈리즘(Brutalism)3)으로 공동묘지의 엄숙함과 숭고함, 그리고 고요함을 그려낸다. 공간 내부에 떨어지는 빛과 그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의 대비는 현상학적 분위기를 형성하여 공간의 체험을 극대화한다. 또한, 공동묘지는 주변 맥락을 이용하여 거대한 형태가 아닌 주변 경관에 묻히듯 건축의 시각적, 물리적 배치를 동반해서 더욱 극적인 결과가 나타난다(그림 3, 4).

 


경주 고분군과 유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종묘이다. 종묘는 주변의 복잡한 도심에 비워진 섬처럼 자리 잡고 있어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도시를 잊게 되는 공간들이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나 파리의 뤽상부르공원이 부럽지 않은 도심 속 보이드 공간이다. 그들보다 더 좋은 점은 자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조선시대 제례라는 오랜 역사와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종묘를 걸으며 자연의 본성은 자연스러움(The nature of nature is naturalism)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것이 우리가 봐야 할 자연의 다른 면인 another nature4)가 아닐까?


종묘는 주변 종묘광장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의 모습과 어우러져서 세월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듯한 착각이 드는 곳이다. 나에게서부터 시작되는 시간의 흐름이 종묘공원의 어르신으로, 어르신에서 종묘의 제례 공간까지 시간의 연속성과 함께 거스를 수 없는 현재-미래-과거라는 순환의 과정이 눈앞에 펼쳐진다. 종묘에서 되돌아 나오면 한국 근현대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1967년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인 세운상가를 리모델링한 다시세운 프로젝트와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조선시대 종묘의 세월을 한국의 근대사회와 현대로 연결하는 공간이 되고 계속해서 세운상가의 서울옥상 보행로가 도시재생의 대표장소인 청계천로와 을지로를 가로질러 퇴계로까지 연결된다. 서울옥상에서 바라보는 종묘는 종묘 내부의 나무 사이와 제례 공간을 걸으며 느꼈던 엄숙한 공간과는 다른 경험으로 다가온다. 종묘에서 시작하여 서울옥상을 걸어서 도심을 관통하면서 서울의 역사를 발걸음과 두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도시 속 헤테로토피아는 나의 생활 속에 자리를 잡고 더는 낯선 헤테로토피아가 되지 않는다(그림 5).

 

 

 

 

※주석
1) 미셀 푸코, 이상길 역, 헤테로토피아, 문학과지성사, 2014. p.47
 “아마도 모든 문화와 문명에는 사회 제도 그 자체 안에 디자인되어 있는, 현실적인 장소, 실질적인 장소이면서 일종의 반反배치이자 실제로 현실화된 유토피아인 장소들이 있다. 그 안에서 실제 배치들, 우리 문화 내부에 있는 온갖 다른 실제 배치들은 재현되는 동시에 이의제기 당하고 또 전도된다. 그것은 실제로 위치를 한정할 수 있지만 모든 장소의 바깥에 있는 장소들이다. 이 장소는 그것이 말하고 또 반영하는 온갖 배치들과는 절대적으로 다르기에, 나는 그것을 유토피아에 맞서 헤테로토피아라고 부르고자 한다.”


2) 경주의 왕릉은 발굴한 경위를 살펴보면, 1926년 금관총 옆 무덤을 발굴 때 금관의 모습이 드러났다. 일제는 당시 스웨덴의 황태자이며 고고학자인 구스타프 아돌프가 신혼여행으로 일본을 여행하고 있었는데, 그에게 금관을 발굴하도록 하였다. ‘서봉총’이라는 이름도 이와 같은 사연에서 연유한다. 스웨덴의 한문 표기인 ‘서전(瑞典, 스웨덴)에서 ‘서’자를 따고 이 고분에서 출토된 금관에 봉황 장식이 붙어 있다는 점에서 ‘봉’자를 따왔다.
 http://guide.gyeongju.go.kr/deploy/enjoy/01/01_01/02_01_01/1191771_7392.html


3) 1950년대 영국에서 형성된 건축의 한 경향으로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1887~1965)의 후기 건축과 그의 영향을 받은 동시대 영국 건축가들을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1954년 영국의 건축가 피터 스미슨과 앨리슨 스미슨 부부 Alison & Peter Smithsons가 노포크 지방의 한스탄튼 학교 건축에서 보여주기 시작한 비정하고 거친 건축 조형미학을 가리킨다. 브루탈리즘이라는 명칭은 전통적으로 우아한 미를 추구하는 서구 건축에 대해서 야수적이고 거칠며 잔혹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894390&cid=42642&categoryId=42642


4) Junya Ishigami, Another Nature(Harvard GSD Studio Reports), Harvard University Press, 2015

 

 

 

 

 

 

 

 

정태종 교수
-서울대학교치과대학 졸업
-가톨릭대학교의과대학 치과학 석박사
-충북대학교 건축공학과 석사
-미국 Southern California Institute of Architecture (SCI-Arc.)

 건축 석사
-네델란드 TU Delft 건축과 연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박사
-現 단국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부 건축학전공 강의전담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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