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7 (수)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의사 정태종 교수의 건축 도시 공간 눈여겨보기(26)

URL복사

도시마다 대표색이 있다

항상 아프리카에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막상 가기엔 쉽지 않다. 거리도 멀고 막연한 불안감도 있다. 예방주사도 맞아야 한다. 먼저 가본 사람들은 비행기나 배에서 내리자마자 엄청난 더위, 거친 흑인, 그리고 길 건너 맥도날드 가다 총 맞을 뻔했다는 황당한 무용담으로 겁을 잔뜩 준다.

 

그래서 그나마 부담이 덜한 모로코로 간다. 생각보다 큰 도시인 카사블랑카(Casablanca)의 낭만도, 살아 있는 옛 도시의 교과서인 미로의 도시 마라케시(Marrakesh)와 페즈(Fez)도 있다. 남쪽에는 사하라 사막이 있고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보면서 기차를 탈 수도 있다. 쉐프샤우엔(Chefchaouen)은 푸른색, 카사블랑카는 흰색으로 도시마다 그들만의 색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만든다. 색으로 기억되는 모로코의 도시를 들여다본다.

 

황토색 땅과 먼지

 


모로코 첫 도시 마라케시(Marrakesh)의 숙소는 그 유명한 자마엘프나 광장(Jemaa el-Fna Square) 근처로 정했다. 처음 가면서 괜한 욕심을 부려 찾기 쉽고 안전한 큰 호텔이 아닌 전통주택인 리아드(Riad)로 결정했다. 그 대가는 모로코 여행 내내 따라 다닌다. 가는 도시마다 숙소 찾기가 미로 속 생쥐 꼴이다. 리아드는 구도심에 있고 구글 지도는 명확하지 않고 동네 사람들도 잘 모른다. 몇 바퀴를 돌고 돌아 간신히 찾았다. 샤워 후 자신감을 가지고 자마엘프나 광장을 간다. 모두가 꾼들인 사람들 사이를 기웃거리다 호객행위도 당하고 방울뱀도 보고 전통시장인 수크(Souk)도 돌아다닌다. 마라케시는 온통 황토색이다. 원래 땅과 먼지 바람의 색. 먼지 냄새나는 이 색을 온몸으로 느껴본다(그림 1).

 

마조렐 블루

 


황토색 마라케시에서 눈에 띄는 곳은 마조렐 정원(Jardin Majorelle)이다. 이브 생로랑(Yves Saint Laurent) 주택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의 대표색인 마조렐 블루(Majorelle Blue)는 내 눈에는 이탈리아 아주리 블루(Azuri Blue)와 구별이 안 된다. 하지만 강렬한 색임에는 분명하다. 파랑의 역사에서 보면 파랑의 고귀함은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노랑의 보색이라 더 강렬한지도 모른다. 유럽에서의 파랑은 아프리카에서도 대접받는 듯했다. 하긴 이곳은 아프리카지만 주인은 프랑스 사람이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마조렐 블루는 바닥에 반사되어 더욱더 강렬하게 다가온다(그림 2).

 

백색의 도시

 


실제 카사블랑카(Casablanca)1)의 낭만은 영화에서만큼은 아니다. 낭만은 분명 스케일과 관계가 있다. 작고 비좁은 공간에서 남녀의 애정이 일어나듯이 도시도 크기가 작아야 낭만이 펼쳐진다. 건축도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가 되면 작동하는 시스템이 달라진다는 렘 콜하스의 Bigness 이론이 어느 정도는 맞는 듯하다.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에서 가장 큰 대도시다. 백색의 도시이지만 자동차와 매연으로 바랜 흰색이다. 트램도 현대식이고 주택도 현대식 공동주택이다. 흰색의 도시는 바닷가와 하산 2세 모스크(Hassan II Mosque)2)를 품고 있어 낭만이 유지되는 듯싶다(그림 3).

 

아이보리 석재

 


라밧(Rabat)3)은 모로코의 수도이다. 마라케시, 카사블랑카, 페즈처럼 유명하지 않지만, 정치 행정수도라서 그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곳이 많다. 그 중 하산 타워(Hassan Tower)4)는 그들을 알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12세기경 모스크의 건설을 시도했다가 중단되어 미완성인 채로 남겨진 모스크의 탑이다. 기둥 열주들과 빈 광장만으로도 도시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석재의 색과 단단함으로 권력을 보여주고자 했던 알모하드 왕조의 제3대 야콥 알만수르의 의지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그림 4).

 

기하학 패턴

 


메크네스(Meknes)5)의 숙소인 아키타 리아드(Riad Atika)는 영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날 따라 숙박은 필자 혼자여서 좋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건축가라고 하니 리야드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자랑하던 남편 따라 옥상에 올라가니 도시 전체가 다 눈에 들어온다. 중정에 햇빛이 들어오고 구석구석 기하학 패턴을 이용하여 실내공간을 장식한 리야드는 그들의 정성으로 인하여 빛이 난다. 혼자만의 저녁 식사는 마치 왕이 된듯한 대접이다. 모로코에서 너무 친절한 사람들에게서 그 친절의 대가로 몇 번의 뒤통수를 맞은 필자는 모로코인이 아닌 유럽 사람에게 대접받고 오히려 안심한다. 영국을 떠나 이곳에 사는 그들은 행복해한다. 그들에게 모로코는 이방인으로의 삶이 아닌 식민지 지배자의 삶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서로 다른 이방인들이 타지에 함께 모여 있는 이 상황이 묘한 정서를 느끼게 한다(그림 5).

 

*주석
1) https://en.wikipedia.org/wiki/Casablanca
2) https://en.wikipedia.org/wiki/Hassan_II_Mosque
3) https://en.wikipedia.org/wiki/Rabat
4) https://en.wikipedia.org/wiki/Hassan_Tower
5) https://en.wikipedia.org/wiki/Meknes

 

 

관련기사

더보기
4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2025년 9월 S&P500 자산배분 전략 | 금리인하 사이클과 조정 신호

2025년 9월, 미국 증시는 다시 한 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대표 지수인 S&P500 역시 단기적 반등과 조정 사이에서 고점을 조금씩 높여가며 불안정한 균형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자산배분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단순히 마켓 타이밍을 맞추려는 시도가 아니라, 거시적 흐름 속에서 각 자산이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떤 비중을 가져가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자산배분 전략은 특정 종목에 집중하거나 단기 매매로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 핵심은 금리 사이클, 유동성 흐름, 투자 심리와 같은 거시적 요인 속에서 장기적인 위험을 관리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틀이 바로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금리 인상과 인하, 경제위기와 회복이라는 순환 과정 속에서 자산은 서로 다른 성과를 보여 왔으며, 투자자는 각 국면에서 불리한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앞으로 유리해질 자산을 선제적으로 편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시장은 금리인하 사이클의 B에서 C로 넘어가는 후반부에 놓여 있다. 연준은 2023년 7월 금리 고점(A)을 기록한 이후 202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