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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정태종 교수의 건축 도시 공간 눈여겨보기(31)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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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_ 도시, 여행, 그리고 아디오스(Adios)

 

낯선 도시에 도착해서 본격적인 도시 탐험 여정의 첫걸음을 떼는 기차역 플랫폼에 서본다. 여행의 시작과 끝은 보통 기차역인 경우가 많다. 기차역은 근대화를 상징하는 도시의 관문이었다. 그래서인지 당시의 건축양식을 이용하여 도시에서 제일 큰 규모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교통수단이 다양해지면서 기차 플랫폼과 승객의 이동공간이 주였던 근대 교통수단의 기차역이 도시의 사회적 교류의 중심공간으로 변화했다. 기차가 좋은 것은 땅에 붙어 있는 레일 위를 달린다는 것이다. 불변이라고 믿는 땅에 고정되어서 움직이므로 안정된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기차는 연속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움직이니 확실히 지구의 대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그림 1].


도시의 낭만은 길바닥에서 나온다
 

이제 기차역을 빠져나와서 오늘 밤 머무를 숙소를 찾아야 한다. 보통은 여행을 시작하는 첫 도시의 숙소는 여행 떠나기 전에 예약한다. 그것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비행기 연착으로 새벽 두 시에 도착해서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도시에 현지인도 잘 모르는 예약한 숙소를 찾아 헤매던 여행의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다. 처음 도착해서 도시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짐을 들고 숙소를 찾아 헤매는 것은 무리다. 아무리 싸고 좋은 숙소라 해도 찾기 힘들면 첫 숙소로는 좋지 않다.

 

체크인 후 짐을 놓고, 씻고, 숨을 좀 돌리고 나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을 나선다. 본격적인 도시탐방 전에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다. 아무래도 외국에 가면 생각보다 편한 생활을 하지 못한다. 새로운 도시의 일상에 익숙해지기 위해 숙소를 중심으로 며칠 동안 살 도시를 파악해 본다. 필자는 본래 뚜벅이다. 길을 유심히 보면서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과 비슷한 아스콘과 보도블록의 경우는 거부감이 덜하다. 그러나 유럽이나 오래된 도시의 보도는 돌이라서 걷기가 힘들다. 발도 자꾸 꺾인다. 돌이 오랜 시간 동안 닳아서 매끈매끈하고 밤이면 불빛에 반짝인다. 도시의 낭만은 회색의 길바닥에서 나온다[그림 2].


유럽의 분위기는 노면전차에서 나온다

 


유럽의 도시들은 대부분 비슷한 도시풍경과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도시를 가로지르는 노면전차는 레일을 타고 땅을 지나가면서 하늘에 전차선 네트워크로 공간이 연결되는 것을 시각화해서 보여준다. 이제는 노면전차가 없어진 서울, 그곳에서 온 나에게 전차는 사회적, 경제적 의미보다는 공간과 시간의 여유로움과 느슨함으로 느껴진다. 유럽 도시의 트램은 각박한 도시의 삶에 특유의 위로를 주는 듯하다. 춥고 배고프면 서글프다. 혼자서 여행할 때는 더욱 그렇다. 괜히 먹는 것에 시선이 가고 돈을 쓰게 된다. 위기의식의 발현인지도 모른다. 배부르고 따스함이 행복의 조건이 된 여행은 점차 단순한 삶이 되어 간다. 복잡한 도시에서 살아온 보상으로 단순 작업과 생각에 집중할 기회를 얻게 된다.

 

도시를 배회하고 눈이 가는 대로 보고 마음이 가는 대로 걷는다. 심지어 무료함이 느껴질 정도면 이 도시를 떠나야 할 때다. 짧은 시간을 머무르는 외지인이지만 며칠 열심히 다니다 보니 원주민보다 더 잘 아는 곳이 생긴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다 보니 작은 곳 구석구석까지 살펴본다. 심심할 때 침대에 누워서 천장의 무늬를 꼼꼼히 보던 경험이 있다.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은 낙엽과 같이한다. 필자의 몸이 느끼는 계절감과 땅바닥에 뒹구는 낙엽 간의 괴리는 낭만이라는 감정으로 채워진다[그림 3].


도시와 여행

 


낯선 도시에 며칠 머무는 여행자는 언제나 이방인이다. 도시의 첫 관문인 공항에서 입국하기 위해 줄을 서면서부터 왠지 주눅이 든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해야 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편하게 집에나 있을걸…. 여행 내내 후회한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새로운 미지의 세상과 가보고 싶은 도시의 다양한 건축을 생각하면서 가슴이 뛴다. 이런 상반된 마음을 다잡으면서 여권에 출입국 도장을 받고 무사히 새로운 세계로 발을 들인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즐거움과 해방감을 잠깐 만끽해 본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교통편을 찾아 타고 한 시간여 차창 밖을 보면서 한숨 돌린다. 즐거움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이럴 때면 누군가와 같이 오지 않은 것을 살짝 후회한다. 여행은 동반하는 사람의 유무가 중요하다. 누군가와 같이 가면 알게 모르게 의지하게 된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이제 본격적인 도시탐구 여행이자 건축 공부시간이다. 이번 여행에서 꼭 가려고 마음먹고 공부한 건축물을 집중적으로 보러 간다. 도시에 머무는 동안 다른 시간대에 여러 번 가본다. 그러면서 남은 시간에는 별 계획 없이 도시를 돌아다닌다. 그러다 관심이 가거나 눈에 띄는 곳에 가서 보고, 만지고, 사진 찍고, 앉아서 사람들도 본다. 이전에 알지 못했지만 내 맘에 드는 건축이나 디자인을 발견하면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왠지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필자의 건축과 도시 공부법이다[그림 4].


아디오스(Adios)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동안 머물렀던 도시와 건축을 머리에 넣고 가슴에 담아서 짐과 같이 싼다.

 

지금까지 왔던 과정을 되돌려 거꾸로 간다. 도심에서 기차역으로, 기차역에서 공항으로, 다시 여권을 보여주고 출국장으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다. 오랜 시간 갇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몇 번의 기내식과 영화를 보고나니 인천공항이다. 해질녘 구름 속으로 인천공항이 슬쩍 보인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포탈에서 빠져나온 기분이다.

 

이제 건축공부와 인생공부를 마치고 현실의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살아 움직이는 공부시간의 끝을 아쉬워하는 이 역설은 필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그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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