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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건축가 정태종 교수의 건축 도시 공간 눈여겨보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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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매듭(Knot)_서울시청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까지

 

서울시청과 맥락

최근 서울지역의 건축분야 화두는 맥락인 듯하다. 자하하디드(Zaha Hadid)의 동대문디지털프라자(DDP), MVRDV의 서울로7017 등 이슈메이커이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건축물들에 대한 공통적인 지적은 주변의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긴 600년 넘는 시간과 삶이 쌓여 있는 서울에 서양 관점의 현대건축물이 들어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마치 이제 살 만하니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하는 자기합리화로 기회가 될 때마다 명품백 쇼핑하듯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들의 작품을 서울에 들이기 시작했다. 지불하는 비용이 많이 들고 홍보 효과가 좋으니 자연스럽게 대기업 사옥이나 미술관 아니면 공공건축물이 주요 대상이다.

 

그럼 한국 건축가들 작품은 어떨까? 공정한 경쟁을 위한 현상공모를 통해 선정한 건축가 유걸의 서울시청은 이후 설계변경의 힘든 과정을 통해 완공되었는데 외국 건축가들 작품보다 더욱 인색한 평가의 대상이 됐다.1) 유리 파도의 쓰나미라거나 곤충의 눈이라는 등 비판 여론이 서울시청을 뒤덮는 듯하다. 건축물은 일단 지어지면 최소 몇십 년은 그 자리에 서 있다. 프랑스 작가 모파상은 에펠탑이 보기 싫다고 매일 에펠탑의 레스토랑을 갔다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다. 서울시청은 서울을 대표하는 공공건축물이니 많은 사람의 시각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불평만 늘어놓기보다는 좋은 점을 찾아서 주변에 알리는 것도 건축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서울시청 주변을 갈 때마다 유심히 살펴본다. 그러던 중 덕수궁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중화전 언저리를 돌아다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중화전 뒤로 서울시청이 수줍게 서 있는 것이 보였다[그림 1].

 

서울시청 주변은 서울의 역사만큼 다양한 건축들이 한 곳에 모여있다. 덕수궁의 전통건축에서 덕수궁 미술관의 서양식 석조전, 주변 정동길의 로마네스크 교회, 일본식 서울시 도서관, 현대건축의 신 서울시청, 건너편 서울마루(슈퍼 그라운드), 청계천, 광화문광장 등 마치 전 세계의 건축양식을 모아놓은 작은 테마파크와도 같다. 엄밀히 따진다면 그 어떤 건축물도 주변 맥락을 진지하게 고려하지는 않는 듯하다. 특히 덕수궁 내 서양식 고전주의 양식의 석조전은 구한말 시대의 상황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도심은 세월이 흐르고 주변에 각 시대의 상징적 건축물들이 하나둘씩 입혀져서 다양성의 중심공간으로 역사의 장소로 변해간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서울시청은 지금은 어색하고 형태가 직설적이지만 나름대로 표정을 가지고 주변과 새로운 서울의 도시풍경을 만들고 있을거라 생각한다[그림 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주변환경
덕수궁을 나와 정동 돌담길 따라 걷다가 청계천 광장과 광화문광장을 지나면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에 다다른다. 이 미술관은 건축가 민현준2)의 작품으로 기존의 미술관들과는 사뭇 다르다. 하나의 덩치 큰 건물로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작고 단순한 기하학적 매스들이 흩뿌려진 듯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매스 사이에 외부공간인 마당이 있다. 물론 미술관 경계인 담도 없다. 그래서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든지 미술관으로 들어올 수 있다. 미술관 입구는 어디일까? 처음 가면 약간 의아해할 것이다. 미술관 입구라고 표시해 놓은 곳은 예전 기무사 건물이다. 여기가 맞나? 기웃거리게 된다. 왜 미술관의 주 출입구를 여기에 했을까 의구심을 안고 조금 더 들어가면 현대식 공간들이 계속 펼쳐진다. 때로는 외부 마당도 보이고 창문으로는 옛 전통건축도 보인다. 이 동네가 북촌 근처라 그런가 보다 생각하면서 외부로 나가보면 조선시대의 종친부가 나타난다. 이런 현대건축물 사이에 전통건축이 있다. 사실 종친부는 기존에 위치에서 정독도서관으로 이전했다가 현대미술관 신축에 맞춰 제 위치로 복원한 것이다. 이제 현대건축물 사이에 종친부가 보인다. 덕수궁 마당에서 바라본 서울시청과는 반대 풍경이 나타난다[그림 3].

 


서울 도심부는 서울의 역사가 층층이 쌓여 있는 장소로 그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그런 다양성이 시간의 총체성을 나타내듯이 한 공간에 압축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공간을 지나는 사람들은 현대사회를 살지만, 건축물들이 보여주는 시간을 인식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시간의 다양성과 더불어 공간의 다양성도 보여준다. 하나의 건물이 아닌 여러 개로 나누어진 미술관들이 여기저기 퍼져 있고 사람들은 사이사이를 숨바꼭질하듯이 움직이면서 다양한 공간을 느낄 수 있으며 새로운 사람들과 우연히 마주치면서 사회적인 접촉도 할 수 있다.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
미술관이 전시를 통한 시각적 교육이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기도 하지만 현대의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은 많이 달라졌다. 창문과 시계가 없는 백색공간(White Box)처럼 전시에 집중하는 미술관에서 내부에서 외부 자연을 볼 수 있는 커다란 창을 만들고 모든 관람자를 강제로 이동시키면서 교육하는 미술관 내부 강제동선은 관람자들이 선택해서 자신의 의지대로 관람하는 공간으로 변화했으며 내외부 공간의 연속성과 주변 환경에서 미술관을 가로질러 다른 공간으로 갈 수 있는 사회적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우연적 접촉공간의 대표적인 미술관이 일본 가나자와의 21세기 미술관3)이다. 단순한 원형과 육면체 기하학의 미술관은 주변 어느 방향에서든 접근할 수 있고 미술관 내부는 일부만 유료이고 나머지 공간은 무료로 이용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거쳐서 지나갈 수 있는 공간구조이다. 사람들이 마치 사거리를 거쳐 다른 곳으로 가는 로터리와 같은 것이다[그림 4].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이러한 미술관의 개념에 주변 역사전통의 환경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사회적 접촉과 더불어 오래된 건축물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리하여 도시재생의 방법으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미술관 북쪽인 북촌로 5길로 가다 보면 정독도서관 일부를 외부도로와 연결해서 서울교육박물관으로 만들면서 기존의 정독도서관 내부에서 접근하던 것을 외부에서 바로 접근하게 바꾸었고 그 앞쪽은 홍현:북촌마을안내소 및 편의시설(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을 두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접근을 유도하였다. 이렇게 기존의 건축물은 입구를 바꾸고 길을 바꾸고 담을 없애고 커다란 건물을 나누어서 사람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이런 품 안에 안겨보자. 얼마나 포근한지. 평소 애정과다인 나지만 사랑 가득한 그 공간의 품 안에서 애정부족인 사람처럼 몇 시간이고 빈둥거려본다[그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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