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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정태종 교수의 건축 도시 공간 눈여겨보기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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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거리를 걸어본다

세느, 바토 뮤슈, 오르세, 모네, 퐁 네프의 도시 파리. 그러나 파리 증후군(Paris syndrome)1)이 생길 만큼 이 도시의 낭만은 생각과는 다르다. 파리의 낭만은 확실히 개인적 사고와 상상의 결과물인 듯하다. 또 하나 의외인 것은 파리는 낭만과는 거리가 먼 철과 유리 등 산업재료로 만들어진 건축물이 많다는 것이다. 산업시대 산물인 이성과 합리화의 페허에서 사랑과 낭만이 꽃핀 것일까? 파리를 다녀보면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구현된 물리적 결과물보다는 사람의 머리와 손에서 나온 디자인인 듯싶다. 보이는 것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가려진 낭만을 볼 수 있는 곳, 그곳이 파리다.


에펠탑 아래

 


파리는 산이 없어 도시에서 수직성이 눈에 띈다.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에펠탑이다. 처음 봤을 때 스케일에 깜짝 놀란다. 평소 사진으로 보던 이미지에 비해 열 배는 더 커 보인다. 게다가 파리 어디에서도 보이는 철탑이니 모파상이 이곳을 싫어해서 매일 에펠탑에 갔다는 에피소드도 생길 만하다. 에펠탑은 전망대까지 높이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길 건너 Trocadero 전철역에서 내려 Esplanade du Trocadero에서 에펠탑을 보고 가까이 다가가서 탑 아래를 거쳐 전망대로 가는 것이다. 밤에 똑같은 루트를 다시 걸으면 낭만은 배가 되어 파리를 잊지 못할 것이다[그림 1].


파리의 아메리카인(An American in Paris)

 


파리의 낭만은 라보엠과 렌트로 대표되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옥탑방과 조지 거쉰(George Gershwin)의 파리의 아메리카인(An American in Paris)2)과 물랑루즈와 같은 분위기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건축으로 본다면 자유로운 곡선으로 공간을 펼쳐내는 미국 서부의 디자인이 낭만과 잘 어울린다. 그러나 자유로운 곡선의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Frank Gehry의 American Center Paris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자유로운 영혼들을 받아 주는 공간은 의외로 노출되지 않는 법이다. 최근 Foundation Louis Vuitton으로 다시 한 번 파리에 자유로운 낭만을 안겨준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처럼 문전성시를 이루지 않아 느긋한 파리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 스트라빈스키 분수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그림 2].


 

톨레랑스의 현상학적 표현

 

프랑스는 톨레랑스(Tolelance, 관용)3)의 나라다. 볼테르의 ‘관용론’과 자크 데리다의 ‘환대에 대하여’라는 책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파리에 가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일상을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거리가 지저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외국에서 받아 주지 않는 많은 사람이 파리로 몰려드니 말이다. 그래서 관용의 역설이 생기기도 한다.

 

Jean Nouvel의 Arab World Institute4)는 그런 프랑스인의 관용을 보여주는 듯하다. 아랍의 디자인은 유럽과 명확한 차이가 있다. 성당과 모스크만 봐도 그렇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가가 파리 시내에 아랍을 대표하는 패턴을 이용해 카메라 렌즈 형태로 햇빛을 조절하는 장치를 사용하여 현상학적 공간을 설계했다. 유럽의 문화와 아랍의 문화가 현대건축어휘를 이용하여 절묘한 조합을 이룬 곳이 바로 이곳이다. 바깥 입구에서 보는 입면의 디자인도 아름답지만, 문화원 내부에 들어가서 움직이면서 빛이 만들어 내는 공간을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그림 3].


유리 구두가 아니라 유리 책 공간

 


Dominique Perrault의 국립도서관(Bibliotheque Nationale de France)5)은 유리를 이용하여 거대한 규모의 책을 펼친 형태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의 도서관을 만들어 냈다. 투명한 유리로 보이지 않는 지식의 공간을 걸으면서 근대사회를 형성한 가장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권력이었던 지식과 그에 따른 신분의 사다리를 유리로 비유한 것처럼 느껴진다. 유리구두로 해피엔딩을 만든 동화 속 신데렐라들이 이제는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공간은 유리 책과 같은 지식의 담금질 공간으로 현대의 신데렐라가 탄생될 곳이다[그림 4].


폐허를 밝히는 빛

 


Michele Saee6)의 Publicis Drugstore는 전통과 보수를 고수하는 샹젤리제(Champs-Elysees) 거리에서 볼 수 있다. 비록 입면 일부에 그치기는 했지만, 유리와 철골로 디자인 한 코너 부분과 내부의 공간은 자유로운 퍼포먼스를 하는 듯 조각난 파편들이 건물의 입면을 이루는 현대건축은 파격적이다. 또 미국의 젊은 건축가의 작품이 파리를 대표하는 거리에 있다는 장소가 갖는 의미도 크며 디자인에 대한 프랑스인의 관용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실험적인 건축디자인 학교 중 하나인 SCI-Arc.(Southern California Institute of Architecture)에서 건축수업을 했었다[그림 5].

 

 

*주석
1. https://ko.wikipedia.org/wiki/%ED%8C%8C%EB%A6%AC_%EC%A6%9D%ED%9B%84%EA%B5%B0
2. https://ko.wikipedia.org/wiki/%ED%8C%8C%EB%A6%AC%EC%9D%98_%EB%AF%B8%EA%B5%AD%EC%9D%B8_(%EC%98%81%ED%99%94)
3. https://ko.wikipedia.org/wiki/%EA%B4%80%EC%9A%A9
4. https://en.wikipedia.org/wiki/Arab_World_Institute
5. https://en.wikipedia.org/wiki/Biblioth%C3%A8que_nationale_de_France
6. https://en.wikipedia.org/wiki/Michele_Sa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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