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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정태종 교수의 건축 도시 공간 눈여겨보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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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다이아몬드의 도시

코펜하겐은 지리적으로 유럽의 북서쪽에 치우쳐있고 특별한 주역으로 나선 적이 없어서인지 다른 도시에 비해 접근성과 선호도가 떨어진다. 최근 네덜란드의 현대건축을 이어서 걸출한 건축가와 건축물들이 등장하면서 급부상했다. 최근 북유럽 디자인의 유행도 한몫 한 듯하다. 별명도 블랙 다이아몬드인 국립도서관에서부터 한여름에도 선선한 북유럽의 반짝이는 보석 같은 현대건축을 찾아가 본다.

 

직선으로 곡선을 만들다

 

코펜하겐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작고, 단순하고,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공간에 살짝 놀랐다. 공항이 한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수준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 다소 과장된 경향이 있는데 코펜하겐은 그렇지 않았다. 공항에서 전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3XN이 설계한  덴마크 국립 해양 박물관(National Aquarium Denmark)이 있다. 해양도시답게 바다와 자연을 우아한 곡선의 형태로 그러나 현대건축의 디자인 방법인 삼각분할(Delaunay Triangulation)과 보로노이 다이어그램(Voronoi Diagram)으로 완성하였다. 새벽에 도착해서 시내로 가기 전 들른 이곳에서 코펜하겐의 태양이 만드는 지구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그림 1].

 

합리적 논리(Logic)로 풀어가는 설계

 

현대건축의 새로운 강자인 BIG (Bjarke Ingels Group)는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건축가다. 네덜란드 렘 콜하스(Rem Koolhaas)의 OMA에서 근무한 경력을 보면 건축의 사회적 이슈를 다이어그램을 이용하여 풀어나가는 것이 유사하다. 코펜하겐의 신도시에 설계된 8 House는 공동주택의 새로운 해결이라 할 정도로 극찬을 받은 프로젝트다. 단순한 매스로부터 시작하여 자연요소와 법적인 제약 안에서 사용자를 고려한 해결 결과를 명쾌한 기하학적 형태로 시각화하였다[그림 2].

 

Chilling Romance

 

코펜하겐 구도심인 니하운(Nyhavn)은 오래된 형형색색의 건물과 음식, 요트 등으로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곳이다. 이곳을 살짝 벗어나서 걷다보니 어느덧 거리는 한적해지고 해는 뉘엿뉘엿 지는데 멀리 건너편 오페라 하우스가 보인다. 건너편을 가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해서 건너편에서 보는 것을 만족해야 하나 고민하며 걷는데 바다 제방에 앉아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이 눈에 띈다. 여름에도 겨울 파카를 입은 채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연인들이 보기 좋다. 건너편 오페라하우스에서 들려오는 연인의 이중창이 없어도 소리 없는 사랑의 이중창을 현실감 있게 체험해본다. 헤닝 라센(Henning Larsen)의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Copenhagen Opera House)는 건너편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 듯하다[그림 3].

 

루버(Louver) 갈대 숲

 

시내를 다니다 눈에 번쩍 띄는 곳을 발견했다. 사실 이곳을 알지 못한 상태로 시내를 걷다가 우연히 보게 된 코펜하겐 대학교(The University of Copenhagen, Faculty of Health and Medical Sciences)1)의 The Maersk Tower는 학교 건물로는 꽤 고층건물이며 루버를 이용하여 적절하게 설계되었다. 그런데 뒤쪽의 조경을 보는 순간 탄성이 나왔다. 조경 사이로 보이는 보행로 핸드레일을 수직루버를 사용해 진입로 입구에서부터 끝까지 연결하였다. 루버가 모여서 명료한 경계를 피하면서도 반투명한 곡선을 보여주고 있었다. 루버의 재발견이다[그림 4].

 

이 정도를 바라는 것 아니다

 

코펜하겐 외곽 외레스타드(Ørestad)는 현대건축의 각축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곳을 가보니 학교 기숙사다. 처음 보면 형태나 공간에 대해 놀라지만, 생각해 보면 학생들이 사는 생활공간은 이 정도는 돼야 한다. 창의적인 공간에서 살면서 학생들은 마음껏 공부하고, 삶을 즐기고, 토론하고, 정열을 쏟아야 한다.

 

우리 주변의 대학생들이 학교 공부하며 아르바이트하고, 취직 준비하고, 지친 몸을 누이는 곳이 고층 아파트와 같은 기숙사나 원룸 오피스텔은 너무하지 않은가. 사회에 나가면 어차피 그렇게 살아갈 텐데 학교 안에서만이라도 감수성이 큰 20대 초중반에는 그들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 공간을 주길 바란다.

 

룬드가드 & 트란버그(Studio Lundgaard & Tranberg Architects)의 티에트겐 기숙사(The Tietgen Residence Hall)는 그런 건축가의 염원에서 나온 결과인 듯하다. 자세히 보면 기숙사 방들이 360도 원형으로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의 파놉티콘(Panopticon)과 같은 공간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공간 활용의 효율성에서 시작한 이 개념은 시각의 권력과 보이지 않는 미시적 권력으로까지 확장되었는데 코펜하겐 대학교 기숙사는 감시와 효율성의 기호를 디자인 요소로 적절하게 이용해 새로운 공동 주거를 만들었다[그림 5].

 

*주석

1)https://www.archdaily.com/887270/the-maersk-tower-cf-moller-architects?ad_source=search&ad_medium=search_result_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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