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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건축가 정태종 교수의 건축 도시 공간 눈여겨보기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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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애도의 공간을 디자인하다

독일은 전쟁과 폐허, 재건과 애도의 땅이다. 도시에 전쟁과 역사의 흔적을 없애지 않고 일상에서도 인식하려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도시의 공공공간은 애도의 장소로 채워졌다. 애도의 공간을 일상의 공간과 접목하려는 건축가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근대역사의 반성과 흔적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도 있지만, 그보다 더 오래된 역사도 최대한 보존하려고 애쓴다. 고고학은 진실이 아니라 사실이다. 건축은 도시와 사람에게 빛과 움직임의 공간구성을 이용하여 장소성과 역사적 사실의 속살을 드러내게 도와준다.


애도의 도시

 


이제는 통일이 되어 한국과 같은 분단국가라는 사실이 사라졌지만, 우리에게 베를린은 남다르다. 그러나 직접 가본 베를린의 이념과 지리적 경계는 우리와 같은 절대적 경계가 아닌 사실에 놀랐다. 이념에 의해 지리적 경계를 설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야 하는 삶은 아무리 시대의 상황이라고 해도 개인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도 커 보인다. 그러나 베를린이라는 현실의 도시는 전쟁의 폐허 위에 새로운 건축과 공간을 만들고 있어 예상과는 매우 달랐다. 새로운 현대건축이 즐비했고 최첨단의 건축물 사이에 역사를 기리는 추모의 공간들이 많다. 그들만의 애도 방법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제사를 지내는 우리와 다르게 도시의 일상에서 찾는 듯하다[그림 1].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의 애도 방식

 


베를린의 대표적인 애도의 공간은 단연코 피터 아이젠만의 Holocaust Memorial1)이다. 광장에 단 하나의 모티브인 죽은 자들을 위한 관과 같은 단순한 직육면체 매스의 반복. 그러나 하나도 같지 않은 낮고 작은 것에서부터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것까지 펼쳐져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사이를 다니면서 직접 추모를 할 수 있게 있다. 광장의 바닥은 평평하지 않고 지속해서 수직적인 변화를 주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그곳을 들어가더라도 내부를 돌아다니다 보면 애도의 공간에 의해 나처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외부인도 추모와 역사와 인류를 생각하게 한다[그림 2].


Edge, 나눠짐의 시작

 


베를린의 또 하나의 대표적인 애도 공간은 Daniel Libeskind의 Jewish Museum2)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박물관 옆에 전혀 다른 현대건축의 박물관을 세웠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외부건축 형태부터 눈이 가는 박물관은 설계 초기에 베를린이라는 도시 공간에서 유대인과 관련된 역사적 공간을 축으로 이어서 형태를 완성했다고 한다. 즉 박물관 자체가 도시에서 유대인 역사의 축소판을 형상화한 것이다. 건축가 특유의 건축어휘와 장치를 통하여 추모의 분위기를 끌어내는 현상학적 공간을 창조해냈다[그림 3].


빛기둥 다발로 추모하는 공간

 


베를린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미니멀리즘의 현대식 추모공원이 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건축가인 Axel Schultes Architect가 설계한 Baumschulenweg Cemetery3)이다. 가보면 전체적인 공동묘지는 특별한 것이 눈에 띄지 않는데 추모관에 들어가면서 미니멀리즘 건축물이 있다. 노출 콘크리트로 만든 단순한 박스의 가운데를 찢어 하늘을 받아들이고 내부는 빛과 콘크리트 기둥의 다발이 있어 고요하면서도 침잠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일본의 미니멀리즘에 익숙해서인지 왠지 서양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 공간은 오히려 더 낯설다. 그런데도 전 세계 어느 곳이라도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한 분위기를 간직하는 공간과 장소는 같다고 느껴지는 공간이다[그림 4].


폐허를 밝히는 빛

 


쾰른(Koeln)의 콜롬바 박물관(Kolumba Museum)4)은 지금과는 조금 색다른 공간이다. 도시 한복판에 오래된 로마 시대 폐허의 장소 위에 설계된 박물관은 그 지층 아래의 역사를 오롯이 떠안고 있어야 하는 숙명인데 그 과업을 건축가 피터 줌터(Peter Zumthor)는 내부를 벽돌로 막고 한쪽 벽을 느슨하게 막아 햇빛과 외부에 있는 나무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바람과 그림자를 끌어들여서 상상하기 어려운 공간을 만들어 냈다. 서울 도심부 종로가 재개발하면서 나오는 유적 보존의 방법이 대부분 박물관에 옮기고 흔적만 남기거나 현장 보존의 경우 유리를 이용해 시각적 체험을 유도했다면 이곳은 폐허 안으로 걸어 들어가 자연과 교류하면서 역사의 지층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역사의 지층을 보존하고 새로운 지층을 만들어 도시의 미래까지 예측해 보고 고민한 흔적이 박물관 구석구석에 담겨 있다[그림 5].

 

 

※주석
1.https://www.archdaily.com/938511/peter-eisenman-designing-berlins-holocaust-memorial
2.https://inhabitat.com/daniel-libeskinds-jewish-museum-berlin-commemorates-the-holocaust-to-prevent-future-acts-of-genocide/
3.https://www.alamy.com/stock-photo-modern-crematorium-at-baumschulenweg-cemetery-in-treptow-berlin-germany-30898113.html
4.https://www.archute.com/kolumba-museum-peter-zum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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