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의사 건축가 정태종 교수의 건축 도시 공간 눈여겨보기 (10)

URL복사

중국이라는 대륙에서는 상상이 현실이 된다

웬만해서는 비교급의 형용사가 통하지 않는 곳. 대륙은 스케일만 큰 것이 아니다. 언어, 환경, 우리의 생각과 다른 생활양식 등 조금의 불편함을 받아들이면 그들의 역사만큼 쌓인 건축도시공간에 관한 재밌고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상상 그 이상의 일들이 벌어지는 곳을 찾아가 보자.


명청시대 황궁과 붉은 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1)에서 어린 푸이가 하늘을 뒤덮은 노란천을 향해 뛰어가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또 사방이 붉은 담으로 끝없이 막힌 자금성의 공간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 베이징의 자금성은 박물관이다. 가보면 규모에 놀라고 몰린 관람객에 놀란다. 그러나 선양의 궁은 북경 자금성과 같은 명청시대 궁이지만 방문객은 적다. 느긋하게 왕궁 내부를 보는 것도 좋지만 주변의 붉은 담만으로도 어떤 곳인지 충분히 느껴진다. 혹시 겨울날 매서운 추위 속에 가로수 나뭇잎은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 그림자만 붉은 담에 비칠 때 방문한다면 영화 속 황제의 참담함을 약간이라도 공유할 수 있으리라. 모든 것에는 높았다, 낮았다 하는 사이클이 있다[그림 1].

 

왕징 소호와 주변거리

 


북경은 내가 아는 공간의 스케일과 다르다. 시내에서 지하철을 잘못 내려 한 정거장 걸으면서 후회했다. 북경 왕징 코리아타운 한복판에 마치 산봉우리 같은 현대건축이 들어섰다. 자하 하디드의 왕징 소호(Soho)2). 도시 블록 하나가 건물 하나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북경의 건물들이 빛 바랜 것처럼 왕징 소호도 황사와 먼지가 쌓여 오래돼 보인다. 소호 사거리에서 건물까지 걸어가려면 공유자전거의 파도를 넘어야 한다. 주황, 파랑, 노랑, 빨강 등 서로 다른 자전거의 색으로 회사를 구분하는 공유회사 자전거다. 영화 북경자전거 주인공 구웨이와 지안의 흑묘백묘는 이제 컬러가 되었다. 그런데 타고 다니는 자전거보다 거리에 거치된 것이 더 많아 보인다. 끝없이 펼쳐진 자전거를 보면서 지구를 살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은 건축도 물건도 사람도 너무 많아 탈이다[그림 2].


난징의 가슴 아픈 기억

 


한국인이라 그런지 상하이에 가면 임시정부청사에 가보고 싶듯, 난징을 가면 난징 대학살 추모관3)을 제일 먼저 가게 된다. 이곳은 강렬한 기하학적 형태의 단순한 현대건축이지만 내, 외부에 다양한 추모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관람자의 동선에 따라 입구에서부터 놓여 있는 직설적인 형태의 조각들은 적나라하게 그 당시 고통의 소리를 지르는 듯하다. 난징의 추모공간은 이 공간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로 퍼져나간다. 추모가 공간과 시간에 한정될 수 없을 만큼 그만큼 역사의 크기는 사람들의 가슴에 그리고 도시 전체에 담겨 있다. 비가 내려 낮게 가라앉은 하늘로 인해 더욱 가슴깊이 새겨진다[그림 3].


카지노보다 시대의 낭만을 앉아본다

 


마카오는 도박에서 컨벤션으로 전환하면서 도시의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마카오에 간다면 다들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본다. 그러나 마카오는 겉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낭만적이며 포르투갈의 영향으로 아시아 그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이 색다른 공간이 많다. 마카오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인 세인트 폴 성당은 누구나 다 아는 곳이다. 열심히 사진을 찍는 연인들과 관광객을 피해 느긋하게 계단 옆 그늘에 앉아있으면 낭만의 공간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남중국해 바다와 포르투갈 역사와 매케니즈 음식(Macanese Food)4)이 뒤섞인 특유의 향이 날라와 코끝을 자극한다. 낭만의 향이 낭만의 공간에 퍼진다[그림 4].


뭐든 모이면 뭔가가 된다

 


홍콩은 야누스와 같다. 낮과 밤, 현대건축과 이름 없는 폐허와 같은 건물. 세련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 그러나 홍콩은 적어도 가난함이 도시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상황인 듯 나름대로 각자의 공간을 형성한다. 숨이 막힐듯이 작은 공간들이 모여 거대한 공동주택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삶이 겹쳐져서 세월의 옷을 입고도 꿋꿋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2층 버스, 트램, 스타페리를 타고 거리를 다니다 만나는 익청맨션(Yick Cheong Building)5). 이 건물을 보는 순간 느껴지는 것은 폐허미라고 해야 할까? 건물 사이 작은 나무는 밀림보다도 더 커 보인다. 너무 많은 방문객들로 인해 이제는 개방하지 않는다. 트랜스포머4를 다시 보면서 공간을 느껴보는 수밖에 없다[그림 5].

 

 

※주석

1. 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C%A7%80%EB%A7%89_%ED%99%A9%EC%A0%9C
2. http://www.onbao.com/dbria/sub.html?cd_com=1021507
3.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801847&memberNo=16605023&vType=VERTICAL
4.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950990&cid=67006&categoryId=67007
5.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4926971&memberNo=1969&vType=VERTICAL
너무 많은 방문객으로 이제는 개방하지 않는다. 꼭 이렇게 단체로 사진을 찍어서 남겨야 하는가…. 이제는 영화 덕분에 유명해져서 예전의 사람 중심의 공간이 아니다. 유명세는 어디나 치러야 하는가 보다. 홍콩 갈 때마다 혼자 즐기던 곳 하나가 사라졌다.

 

관련기사

더보기
4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원달러 환율과 인플레이션

연고점을 경신하는 달러원 환율 원달러 환율(달러원 환율 같은 뜻이다)이 연고점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4월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3.2원이었는데, 글을 쓰고 있는 4월 9일은 장중 1,355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천정이 뚫려있는 모양새다. 외환 당국이 방어를 하던 환율 박스권도 돌파된 상황이다. 환율이나 금리 같은 경제지표의 최신 가격을 단순히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환율 상승이나 금리 인하의 이유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리고 올바른 해석을 바탕으로 실제 투자에 적용해 수익을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크로 변화의 표면적인 이유를 겉핥기 하거나 뉴스에서 제공되는 뒷북 설명을 뒤따라가기도 바쁜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2023년 초부터 일관되게 원달러 환율 강세를 대비한 달러화 자산의 중요성에 대해 본 칼럼과 유튜브를 통해 강조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투자에 적용해 작년 초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등 원화 약세를 헤징할 수 있는 달러화 표기 자산들을 전체 총자산의 80%까지 늘려 편입했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의 리스크 헤지는 물론 추가적인 수익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